지난 1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 살던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 A씨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전세사기로 목숨을 끊은 8번째 피해자다.
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유서에는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다. 저는 국민도 아닌가. 억울하고 비참하다", "힘없으면 죽어 나가야만 하나", "저도 잘 살고 싶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책위는 "잘못된 제도와 전세사기를 방치하는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 민생을 외면한 정치가 또 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죽였다"고 규탄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고인이 살았던 건물 13가구의 전세사기 피해는 현재 13억 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건물주가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최근 감정평가액이 12억여 원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근저당이 9억 원가량 잡혀 있다. 피해자들은 이른바 '깡통 전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고인은 현행 특별법의 사각지대인 다가구주택 후순위 임차인이고, 소액임차인에도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을 수 없었다"며 "피해자는 보증금 8400만 원을 단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이 생을 마감한 다음 날(5월 2일) 너무 늦게,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의 건이 통과됐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정부와 여야가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목숨이 수많은 피해자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