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인 5일 하루 동안 내린 60mm의 비로 경남 합천군의 한 마을이 물에 잠겼다.
6일 오전까지 내린 비의 양까지 합치면 70mm. 하동·남해군은 20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도내 평균 108mm보다 훨씬 적지만, 합천 대양면 양산마을에서 침수 피해가 난 것이다.
마을 주민 22가구 33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2.5ha의 농작물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그 원인으로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건설공사가 지목됐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7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제방이 터져 큰 인명 피해를 부른 '오송 지하차도 사고'를 거론하며 공사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검토가 제대로 됐는지 조사할 것을 감사위원회에 지시했다.
박 지사는 "물을 잘 흐르게 하는 하천의 목적을 무시하고 둑을 쌓아 버리면 물을 어디로 흘러가냐"면서 "이런 허가를 내주는 관청이 어디 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하면서 인근 하천인 아천에 설치한 임시도로(가도)가 물 흐름을 방해해 수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아천으로 합류하는 안금천이 넘쳐 대양마을이 잠긴 피해를 지적한 것이다.
아천 임시도로는 합천군이 경남도 사무위임조례에 근거해 공사 하천 점용허가를 내줬다.
박 지사는 "곧 집중호우가 다가오는데 하천을 가로막는 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오송에서 대형 인재사고가 났는데도 행정기관이 모르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일제 점검에 나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박 지사는 경남도 소방본부가 도 재난본부보다 양산마을 침수 보고를 하지 않은 점도 질타했다.
박 지사는 "재난본부보다 소방본부가 현장 상황을 더 신속하게 알 수 있다"며 "문제없이 처리했다는 내용조차 보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소방본부는 인명 피해가 없었고 소방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도내에는 평균 108.3mm의 비가 내렸다. 특히 남해 260.6mm, 하동 234.5mm, 진주 156.5mm 창원 133.3mm 등 연안 시군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 비로 고성군에서는 70대 주민 1명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다. 또, 마늘·양파·딸기·토마토·시설하우스 등 11.5ha에서 침수 피해가 났고, 의령·하동 등 도로 2곳이 유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