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해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그렇게 많이 좋지는 않다. 예상했기 때문에"
부산 KCC의 올스타 포워드 최준용이 지난 5일 수원에서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우승 샴페인을 많이 마셔 조금은 취기가 있는 듯 보였던 최준용은 특유의 자신감을 거침없이 내비쳤다.
최준용은 "슈퍼 팀 얘기가 많았는데 기대한만큼 정규리그 때는 못 보여줬다. 그래도 저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저는 부담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은 없는 사람이다. 우승에 목말라 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기대감을 충족해줘야 한다는 부담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항상 자신있는 부담이라 생각한다" 등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이유있는 자신감이다. 최준용은 올해 플레이오프 12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4.4어시스트, 4.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정규리그 챔피언 원주 DB를 상대했던 4강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는 DB의 강력한 프론트코트 라인을 상대로 강한 수비를 펼쳤고 공격에서는 라건아의 골밑 득점력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잘 살렸다. 3점슛까지 폭발했다.
최준용은 수원 KT를 만난 챔피언결정전에서 3차전까지 비교적 잠잠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게 전창진 감독의 설명이었다. 그는 부산 4차전에서 부활했다. 3점슛 4개를 포함, 24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우승을 확정한 수원 5차전에서도 17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최준용에게는 특별한 기록이 있다. 최준용은 서울 SK에서 뛰었던 시절부터 이번 시즌까지 자신이 부상 없이 출전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2017-2018시즌 4강과 챔피언결정전, 2021-2022시즌 4강과 챔피언결정전 그리고 이번 시즌 6강, 4강 그리고 챔피언결정전까지 무려 7번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우승 반지도 벌써 3개째다.
최준용은 거침없는 입담과 넘치는 자신감으로 인해 종종 타팀 팬들로부터 밉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의 말을 지키는 편이다. 최준용은 작년 5월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KCC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때도 입담은 거침없었다.
"제가 있는 팀이 항상 최고의 우승 후보"
"밖에서 본 KCC는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지만 교통 정리가 안 됐다. 난 득점 욕심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 승리에 목마른 '미친 놈'이다. 우리 선수들을 도와주며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선수가 되겠다"
"예전에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무서워하지 않았나. 라건아를 다시 그 라틀리프로 만들어주기 위해 왔다"
"허웅은 우승 반지가 없다. 허웅에게 반지를 채워주겠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최준용이 입단 기자회견에서 남겼던 말 대부분은 현실이 됐다. 허웅은 마침내 우승해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고 라건아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 올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팀내 어시스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선수는 바로 최준용이었다.
최준용의 자신감은 우승 이후 더욱 커졌다. "남은 계약 기간동안 모두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최준용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다짐을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