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사고 후 차에서 담금주 마셨다'는 공무원…거짓들통 '유죄'

경찰 불송치 사건, 검찰이 재수사 요청…음주운전 2년여 만에 법정 세워
'공무원인데 봐달라' 단속 때 읍소…징역 1년 집유 2년, 1심 불복 항소


접촉 사고 후 차 안에서 인삼 담금주를 마셨을 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한 50대 공무원이 사건 발생 2년 5개월여 만에 거짓으로 들통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증거불충분으로 경찰이 불송치하면서 자칫 묻힐 뻔한 이 사건은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해당 공무원을 법정에 세웠고, 1심은 음주운전을 유죄로 판단해 공무원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죄를 물었다.

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원주시청 소속 50대 공무원인 A씨가 음주운전 혐의를 받은 것은 2021년 12월 9일 오전 2시.

원주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자기 집 주차장까지 1.2㎞를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수치로 음주 운전한 혐의다.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건 당일 오전 1시 58분께 평행주차 중 주차된 차와 접촉 사고를 낸 A씨는 그대로 잠이 들었고, 오전 7시 47분까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6시간 가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출동 경찰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상태로 잠이 든 A씨의 모습과 차량 시동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배터리가 방전된 상황을 목격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오전 8시 13분께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했고, 이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122%였다.

A씨는 당시 '사건 전날 장례식장에서 소주 2명을 마셨다. 공무원이니 한 번 봐달라'는 취지로 단속 경찰관에게 읍소했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발생 11일이 지난 뒤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접촉 사고 후 차 안에서 담금주를 마셨을 뿐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고 줄곧 발뺌했다.

A씨가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셨다는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7개월여 만인 2022년 6월 A씨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불송치 사건을 검토한 검찰은 여러 석연치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재수사 요청했고, 사건 발생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5월 기소 의견으로 송치받아 그해 7월 A씨를 법정에 세웠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을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살핀 결과 유죄로 판단해 최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담근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인삼주를 접촉 사고 직후 차 안에서 마셨다는 변명이 이례적이고, 충분한 공간이 있었는데도 평행 주차하느라 4분간 전·후진을 반복하다 사고를 낸 점 등으로 볼 때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봤다.

또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A씨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적용하더라도 처벌 대상인 0.03%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는 공소사실은 증명됐다고 덧붙였다.

양형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범행 부인하고 있고 접촉 사고 후 차에서 잠들어 버릴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던 만큼 음주운전으로 인한 위험도 있다"며 "2회의 동종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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