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가 졸업 제도를 없애고 마크 재합류시켜, NCT 드림은 지난 2020년 다시 '7드림'이 되었다. 4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NCT 드림 월드 투어 '더 드림 쇼 3 : 드림 이스케이프'(2024 NCT DREAM WORLD TOUR 'THE DREAM SHOW 3 : DREAM( )SCAPE')에서 팬들이 준비한 카드섹션 이벤트 문구는 "7드림 영원하세요"였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던 불확실한 과거를 지나, 이제 '함께할 앞날'을 기대할 수 있기에 비로소 '영원'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투어로 기획된 브랜드 공연 '더 드림 쇼'(THE DREAM SHOW)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한 첫 투어, 2022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연 두 번째 투어를 거쳐, 고척 스카이돔으로 왔다. 멤버 해찬은 이번 '드림 이스케이프' 콘서트로 어떤 의미를 가져가야 할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라운드부터 4층까지 있는 고척 스카이돔은 본무대와 객석 사이 거리가 워낙 멀어 시야가 그리 좋지 못한 공연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날 콘서트는 전광판이 아주 커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NCT 공식 응원봉을 형상화한 가로 15m-세로 15m 규모의 LED 스크린 2대, LED와 조명으로 구성된 6대의 로테이터, 화약·레이저·스노우 머신·컨페티 등 다양한 특수장치 효과도 준비했다.
'퍼포먼스와 음악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NCT 드림의 고민은 세트 리스트에서도 느껴졌다. 팀을 대표할 수 있는 타이틀곡은 29곡 중 6곡에 그쳤다. 최근작인 '드림 이스케이프' 수록곡을 중심으로 두고, '고'(GO) '드리핀'(Drippin) '119' '드림 런'(Dream Run) 등 초창기 곡을 넣었다. 겨울 스페셜 앨범에 수록곡 '발자국'(Walk With You)과 '탠저린 러브'(Tangerine Love)(Favorite)을 비롯해 '번지'(Bungee) 등은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인 어 루시드 드림'(In a Lucid DREAM) '어 드림 오브 패스트'(a DREAM of past) '더 원 아이 드림 어바웃'(the ONE I DREAM about) '테이스트 오브 러브'(Taste of Love) '무브 온 투 더 넥스트 스테이지'(Move on to the Next Stage) '필스 라이크 헤븐'(Feels like Heaven) '윌 스탠드 라이크 디스 포에버'(Will stand like this Forever)까지 총 7개 섹션으로 이루어졌다.
NCT 드림의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구성을 취한 두 번째 섹션에서는 '위 고 업'(We Go Up) '츄잉 검'(Chewing Gum) '아이에스티제이'(ISTJ) 등 역대 앨범 표지가 등장해 팬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교복 스타일로 단장한 NCT 드림은 '아케이드'(Arcade) '위 고 업' '번지'를 90년대 스타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세 번째 섹션은 템포를 늦춰 숨을 고르는 구간이었다. 오후 2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담은 밝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발자국'은 고척돔을 단숨에 겨울로 옮기게 해 주었다. '북극성'은 멤버들의 음색 조화와 합창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공중에 뜬 별자리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고난도의 보컬 소화력을 요구하는 '숨'(Breathing)에서 해찬과 천러의 기본기가 빛났고, '언노운'(UNKNOWN)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도 잘 소화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편곡을 통해 물 흐르는 듯한 흐름 전환을 꾀하기도 했다. '드림 런'과 '베터 댄 골드'(Better Than Gold)(지금)는 워낙 자연스럽게 넘어가 마치 한 곡인 것처럼 들렸고, 청량한 '헬로우 퓨처'(Hello Future)와 벅차오르는 '브로큰 멜로디스'(Broken Melodies)를 웅장한 밴드 편곡을 거쳐 순서대로 선보인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두 곡은 많은 댄서 무리와 함께한 군무 퍼포먼스로 집중도를 높였다. 같은 구간에 있던 영어 곡 '파이어플라이스'(Fireflies)는 예상보다 더 신나서 어느 때보다 높이 점프하며 즐기는 멤버들을 볼 수 있었다.
본 공연 마지막 구간에선 NCT 드림의 '힘'과 '기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힙한 느낌의 댄서들과 함께한 '스케이트보드'(Skateboard)는 가장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였다. 해찬의 독무로 시동을 건 후, 마크가 해찬 위로 뛰어올랐으며, 제노의 아크로바틱과 재민의 턴, 발차기와 안기로 완성한 마크-천러 파트, 정점을 찍은 지성의 마무리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참고로 이번 공연에는 'SM 콘서트 댄서 오디션'으로 선발된 댄서 22명이 무대를 함께 꾸몄다.
런쥔이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이번 콘서트는 나머지 6명이 책임져야 했다. 공연의 높은 완성도를 소화하기 위해 '6드림'이 얼마나 애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3일 연속 공연해서인지 이따금 멤버들의 지친 기색이 라이브로 드러나기도 했고, 음정을 맞추는 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나 멤버들은 힘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극복하려는 듯 보였다.
그중에서도 메인보컬인 해찬과 천러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그룹 특성을 드러내는 고음과 폭발하는 애드리브를 해찬이 맡았다면, 천러는 많은 양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성량과 음색과 성량을 자랑했다. 원곡보다 더 길게 유지하는 애드리브, 원곡 본인 파트에 화음을 넣는 것 등에서 라이브에 관한 자신감을 실감했다. 여기에 '캔디' 파트의 지성 등 다른 멤버들이 개성 있게 파트 소화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날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콘서트여서인지, NCT 드림은 그야말로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오늘 공연 분위기를 보겠다며 사운드 체크에 나서 관객석의 더 큰 함성을 유도했고, 무대 위에서 의상을 갈아입을 때는 멤버들의 팔 부분을 적극적으로 비추는 팬 서비스가 이어졌다. 짓궂은 해찬의 선공으로 마크는 '섹시'를 주문받아 웨이브를 선보인 후 주저앉았고, 제노도 별안간 '하이틴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했다. 해찬은 멤버들이 요구한 '역대급 귀여움'을 "띠드니 따랑해"로 능청스레 소화해 웃음을 안겼다.
새로운 투어를 마친 NCT 드림은 여느 때보다 긴 소감으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천러는 "이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 이 비욘드 라이브, 위버스 통해서 보는 여러분들 없었으면 저희 진짜 3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없을 거라고 무조건 확신 있다. 여러분들 있어서 끝까지 다 해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7드림으로 여러분들 앞에서 빨리 같이 이 공간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세게 든다"라며 런쥔에게 빨리 나으라고 격려했다.
"저희가 조금 어리고 연차가 많다 보니까 힘들 땐 처음의 각오들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라고 말문을 연 지성은 "우리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고 뭔가 꿈을 알아가게 해 주는 사람들한테 도움을 받아서 꿈을 이뤄감과 동시에 그 사람들한테 꿈을 알려주는 게 저희 정체성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팬들과의 관계를 두고도 "서로서로 인생을 응원해 주는 입장이지 않나. 그래서 아주 되게 멋진 관계 같고 이게 정말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어제 많이 많이 했다"라고 털어놨다.
"사람은 자기 세계의 넓혀주는 사람을 절대 잊을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솔직히 저는 진짜 시즈니(NCT의 공식 팬덤명 '엔시티즌'의 애칭)한테 진심인데 내가 왜 그렇게 시즈니한테 진심일까 생각해 봤을 때, 그 이유에서 제가 여러분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제 세계를 넓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셨으니 저희도 여러분들이 꿈을 꿀 수 있게 계속계속 힘 드릴게요. (…) 2019년 때 제가 진짜 많이 울었잖아요. 약간 저희가 그런 스펙터클한 일 많았을 때… 근데 이제는 그때를 생각해도 슬프지가 않는 거예요. 왜냐면 어 뭔가 내가 조금 바뀌었나 생각을 해 봤는데 여러분들이 그 추억을 더 좋은 추억으로 덮어준 거 같아서 더 이상… 그렇다고 안 울어서 초심을 잃은 게 아니라 (웃음) 전보다 조금 더 행복해진 거 같아요, 진짜. 여러분 덕분에. 진짜 감사드리고요. 계속계속 좋은 과정을 만들어 가 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감사했습니다, 여러분." (지성)
제노는 "우리가 계속해서 이런 모든 걸 가능할 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이 바로 시즈니다. 그래서 나는 시즈니가 조금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나 NCT 드림이 이렇게 될 때까지 함께했어'라고 되게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지만 여러분 부모님에게도 자랑스러운 아티스트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까지 인정해주면 마음이 뭔가 달라질 거 같은 느낌?"이라고 부연했다.
공연에 불참한 런쥔을 향해서는 "드림이들은 런쥔이 너만 괜찮다면 우리도 괜찮으니까 언제든 와. 기다리고 있을게. 알겠지?"라고 말했다. 해찬은 "런쥔아, 그만 울어라. 괜찮아. 울지 마"라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제노는 "누나들 투어 잘 갔다 올게!" "오빠 갔다 올게"라는 연령대별 맞춤형 끝인사를 남겼다.
지성이 자신에게 '엔딩 멘트 생각했어?'라고 물은 일화를 들려준 마크는 "(지성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더라. 너무 진심이 많은 앤데 그걸 다 너무 전달하고 싶어 해서. '마크가 왜 이렇게 드림이들을 예뻐하지?'라고 하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 안 예뻐할 수가 없고 오히려 내가 더 자극을 받고, 되게 이렇게 진심인 팀을 여러분들도 어디서 쉽게 못 볼 것 같다. 소중한 여러분과 우리가 한 곳에서 모인 이 '드림 쇼 3'가 너무 고맙다"라고 전했다.
"여러분, 저희랑 영원히 함께해 주실래요? 저희는 늘 그렇게 더 사랑할게요"라는 지성의 소개로 나온 마지막 곡은 '라이크 위 저스트 멧'(Like We Just Met)이었다. NCT 드림은 이번 공연으로 이틀 동안 6만 관객을 모으며 세 번째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에는 NCT 쿤·도영·텐과 막내 팀 NCT 위시가 방문해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