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발매된 정규 1집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역시 건일·정수·오드·가온·준한·주연 6명 전원이 전 곡 작업에 참여했다. 멤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이 가득 담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 기존 '엑디즈표' 음악보다 조금 더 '대중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곡을 쓸 때 어떤 방향을 정해두지는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장르든, 난이도든 어딘가에 치중하기보다는 이들이 하려는 건 결국 '좋은 음악'이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를 딱 일주일 앞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멤버들은 이번 앨범에 크게 만족한다며 기대를 한껏 표출했다.
리더이자 드러머인 건일은 "굉장히 설레고 기쁘다. 저희가 정말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고, 이번 곡들에 굉장히 자부심을 많이 갖고 있어가지고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대한다.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베이시스트 주연은 "기존에 저희가 보여드렸던 강렬한 색깔과는 조금 다를 수 있는 그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저는 오히려 과감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은 색다른 변화를 줬다. 앨범 수록곡에선 기존 색깔도 잃지 않아서, 닭과 꿩을 다 잡은 최고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키보디스트 정수도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앨범이다. 사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던 엑디즈의 색깔도 수록곡에 많이 들어가 있다. 이번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도 정말 심혈을 기울인 곡"이라고 말했다.
'트러블슈팅'은 '플랫폼'(♭form)이라는 세계관에서 벗어나서 현실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정수는 "뭔가 저희 진심을 담은 가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타이틀을 작업할 당시 우리가 할 이야기가 무엇일까 정말 많이 고민했고, 멤버들이 정말 많은 가사를 썼는데 그중에 준한이가 쓴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음'이라는 주제의 가사가 저희랑 가장 잘 어울렸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 제목을 줄이면 '어부바'가 된다. 일부러 그렇게 지었냐는 물음에 준한은 "절대 노린 적 없다"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그러면서 "저도 이걸(제목을) 회사에 넘겨드리자마자 '어부바?' 하면서 그대로 그 코멘트를 받았다. 저도 굉장히 놀랐다"라고 돌아봤다.
가온은 "일단 좋은 곡을 만들자, 재밌게 음악 작업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는데, '어부바'는 완전 백지상태로 시작했다. 처음 악기 구상하면서 굉장히 팝 펑크적인 구성이 나왔다. 곡을 쓰다 보니까 굉장히 멜로디도 다채롭게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건일도 "오늘은 이 장르로 곡을 완성해야겠다, 하고 정답을 정해두지 않고 그 상황, 감정에 최대한 진실하게 악기 구성을 예술로 승화하도록 노력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주연은 "타이틀 키워드는 우리 준한이가 의견을 냈다. 사실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이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도 준한이다. 저희가 다 같이 지낸 지 3년이고 매일같이 보고 사는데, 언제 서로에게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지 잘 안다. 준한이는 처음에 회사에서 봤을 때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은 친구구나 할 정도로 샤이(shy)했다. 옆에서 말도 걸고 귀찮게 하면서 준한이도 마음을 열었다"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주연은 "내부적인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저희끼리 반응도 좋았고 정수 형이 굉장히 뿌듯해했던 거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정수는 "조금 더 현실적인 반응을 말씀드리자면 이 곡이 타이틀곡으로 갈지 말지는 의견이 분분했던 거 같다. 그동안 엑디즈가 보여드렸던 곡과는 다른 곡이 탄생했다 보니까"라면서도 "우리가 하려는 건 어디에 치중하기보다는 좋은 음악을 하는 거다 보니까 만장일치로 ('어부바'가) 타이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데뷔 초반에는 악동 이미지가 강했는데 노래를 낼수록 그런 성격이 연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자 주연은 "'대중성을 잡고 싶다'는 것도 저희 마음속 한켠에 있었다. 그런데 항상 곡 작업할 때 '이걸 타이틀곡으로 정하고 만들어보겠어' 이렇게 노선을 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주연은 "항상 열린 결말로 곡 작업을 하고, 좋은 곡과 재미있는 시도를 중시해서 저희 음악 색깔이 다양하기도 하다. 어떤 곡이 나와도 타이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굉장히 하드하고 강렬한 색깔이 아닌 오히려 서정적인 색깔로 대중에게 다가가면 어떤 반응일까 되게 궁금하긴 하다"라고 부연했다.
그래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대표할 만한 장르를 하나 꼽아야 한다면 무엇일까. 이에 건일은 "저희가 어떤 음악을 하든 일단 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록밴드다.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장르가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바라봤다.
최근 들어 과거 곡을 연달아 역주행시킨 데이식스(DAY6)를 비롯해 루시(LUCY), 원위(ONEWE) 등 다양한 밴드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밴드의 '활약'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도 체감할까. 건일은 "저희가 예스24 라이브홀에서 한 콘서트가 3일 다 전석 매진됐다. 불과 몇 달 전 11월에는 매진이 아니었다. 우리를 보러와 주신 분들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식스 선배님 곡이 차트 (재)진입하고, 콘서트도 정말 많이 보러 가시는 게 (저희의) 이번 콘서트까지 이어지고 있구나 살짝 느꼈다"라고 전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라는 자부심이 있는지 질문에 건일은 "밴드 명가라고 할 수 있는 게 데이식스 선배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워낙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를 내고, 실력도 출중하시다.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저희 회사도 밴드에 대한 지식, 밴드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데이터가 쌓이면서 그걸 적용시키면서 (저희는) 큰 시행착오 없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밴드로서 이것만큼은 데이식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게 있냐는 짓궂은 질문도 나왔다. 건일은 "아직 연차가 많이 쌓이지 않아서 저희 색깔이 확실하게 굳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음악 스펙트럼 넓혀가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사실 방금 이 모든 부분은 데이식스 형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오드는 "(이렇게) 같이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배울 게 많은 분들이기도 하고 '누가 이거 잘해' 이런 걸 따지기보다 배울 수 있는 걸 배우고 저희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답을 내놨다.
이전보다 밴드가 더 주목받고 사랑받는 분위기 속,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새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온은 "최근 음악방송 MC를 하고 있는데 만약에 저희 팀이 1위 하고 제 손으로 트로피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영광"이라고 답했다. 오드는 "당장의 목표는 아니지만 저희가 다 나이 들고 어디가 아프고 흰머리 나는 나이가 되어서도 함께 모여서 좋은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주연은 호주 밴드인 파이브 세컨즈 오브 썸머(5 Seconds Of Summer)의 보컬리스트 루크 헤밍스(Luke Hemmings)를 향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제가 굉장히 우상으로 모시고 사랑하는 밴드 보컬리스트"라며 "루크 헤밍스가 저희 곡을 듣고 '주연, 이 노래 좋다' 해 주시면 굉장히 행복할 것 같다"라고 하고는 마지막으로 목표를 물었을 때도 "파이브 오브 세컨즈 오브 썸머! 사랑합니다, 루크!"라고 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정규 1집 '트러블슈팅'은 지난달 30일 발매됐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1'(Closed ♭eta: v6.1)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