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가 주최한 '하이브-어도어 경영권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가 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에서 열렸다. 사회는 정원옥 문화사회연구소 대표이사가 맡았다.
문화연대는 이번 사태에서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대표로 대표되는 하이브 경영진과 어도어 민 대표 사이 극단적 갈등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 토론회를 기획했다. 발제·토론자들은 열흘 가까이 계속되는 양측의 공방전이 '드러낸 것'과 '지운 것'이 무엇인지 주목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른바 '방시혁-민희진 대결 구도'가 된 이번 사안을 두고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제작의 자율적 보장'과 '경영의 지배적 통제'라는 두 프레임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라며 "프로듀서가 뮤지션을 압도하고, 자본이 크리에이터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K팝의 건강한 시장 환경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1) K팝 경영 스타일 이중 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고 2) K팝 신 내 남성 중심 정글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민희진의 여성성이 충돌했으며 3) 민희진에 대한 방시혁의 '대상화 콤플렉스', 민희진의 '동일화 자기애'가 대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종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외래교수는 이번 사태를 사건이 '드러나는' 방식, '기록되는' 방식, '소비되는' 방식 3가지를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소식이 알려진 4월 22일부터 4월 30일까지 빅카인즈에서 검색되는 관련 기사 수가 1275개에 달했다며, 계속해서 기사가 경쟁하듯 보도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이 같은 보도 행태가 "이 사건을 '관람'하도록 만들었다"라며 "개인 간의 문제만이 아닌, 복잡한 K팝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받은 '주체'인 '아티스트'와 '팬덤'이 이 문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 돌봄에서 벗어나 기획사 관리에서 성장하는 아이돌/연습생에게 기획사 자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무척 크기에, 적극적으로 본인 의지를 반영할 환경이 부재하다고 바라봤다. 팬과 이용자가 '적극적 소비 중심 주체'로만 남아 문제 상황에 의견을 표출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실무자'들의 소외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민 대표 기자회견에서 '애들이 무슨 잘못이냐, 어른들 문제다' '나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라는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K팝 아티스트와 제작진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실무와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김 평론가는 "K팝 업계에 종사하는 2030 실무자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나. 사실 뉴스에도 안 나온다. 민 대표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 정도 되어야 K팝 내부 문제를 얘기할 수 있다"라면서도, "(민 대표가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K팝 내부의 모순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K팝이 '성과 중심주의'에 빠진 점도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여유롭게 창작에 매진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느냐'를 따져봤을 때 그렇지 못한 까닭에 △가창력 등 실력 논란 △익숙한 기획과 이미 짜인 스토리라인의 반복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국지적인 대규모 팬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새롭고 색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말 시간 없고 행복하지 않고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라며 "지금부터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강혜원 성균관대학교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음악만큼이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을 중시하면서 콘텐츠 산업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과 뮤직비디오, 챌린지, 자체 콘텐츠, 팝업 스토어, 월드 투어 등 넓은 방식의 활동이 일어나는데, 기획사는 "이 많은 상품을 팬덤이 소비하도록 하는 전략"을 채택했고, "이것이 정점에 이르러 업계 내부에서 회의감이 들고 코어 팬덤 위주의 수익 구조에 한계가 왔다"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방시혁 의장이 '라이트 팬'의 중요성을 화두로 올린 것을 두고 "방 의장 발언은 자발적 팬 활동과 강력한 소비가 어떻게 보면 시장의 확대를 저해한다, IP 팬덤이 더 많았어야 한다는 의미였겠지만 공교롭고 미묘한 부분이 있다. '팬더스트리'(팬덤 기반 산업)이 한류의 중요한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앨범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 경쟁 심화되며 반복되는 소비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라며 "K팝 코어 팬덤의 몰입적 소비가 온전히 팬덤에 의한 것일까. 시장 또는 자본의 요구이지 않았나"라고 업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안 건강한 구조가 K팝 내에서 오래 지속됐다"라며 "국위선양이라는 거대한 키워드 아래 가려졌던 것(K팝 산업 내 문제점)이 이제 좀 주목받게 됐다. K팝 태동 시점을 1996년 H.O.T. 데뷔로 본다면 28년 된 문제이니 이제 여기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미국 빌보드 차트 순위의 거듭된 경신, 수백만 장에 이르는 앨범 판매량 등을 예로 들어 "우상향 그래프를 계속 그려야만 하는 압박감"을 언급한 후 "이런 신화는 정말 신화에 불과할 뿐 현실이 아니다. 현실 아닌 것이 고착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재경 변호사는 이번 사태의 법률적 쟁점을 짚었다.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두고는 "사전 모의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법률상 처벌 규정이 없다. 민 대표는 실행에 착수한 적 없다고 하는데, 하이브는 태업이나 외부 투자자 물색 등 적극적 정황이 있어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 측이 적극적 행동까지 보였는지 여부가 수사 과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양측 폭로전에서 개인의 사적인 카카오톡 내용 등이 공개되는 것을 두고는 "양쪽 다 그 부분을 문제 삼고 있지는 않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 피로할 정도로 명예훼손 쪽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사법 시스템은 툴에 불과하지 목적을 전도시킬 수 없다"라며 "공존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