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통과…거부권 건의한 與, 尹 선택의 기로

국회, 여당 반발 퇴장 속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 통과
與 "공수처 수사 중, 특검 요건 안돼"…독조소항 등에 반발
대통령실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엄중 대응" 입장
與, 尹에 거부권 행사 건의…21대 국회 임기 내 '재표결' 추진되나

윤창원 기자·연합뉴스

대통령실·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순직 해병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골자로 한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된 만큼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의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다시 국회에 돌아온다면 5월 말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주목된다.

여당은 현재 해당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에서 수사하고 있고, 법안 자체에 일부 '독소조항'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또한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당 반발 퇴장 속 야당 주도 '채상병 특검법' 통과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대하며 전원 퇴장했고, 김웅 의원(초선, 서울 송파갑)만 남아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의혹'은 순직 해병의 사망 사건을 기초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단장 박정훈 대령)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당시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 전 장관 또한 결재했다가 돌연 이를 철회하고 수사 결과에서 임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고 지시를 내린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외압이 있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또 경찰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을 군 검찰이 회수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통령실이 개입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與 "공수처 수사 중, 특검 요건 안돼" vs 野 "독립적 수사 의문"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채상병 특검법은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주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제안 이유에 대해 "국가를 위해 순직한 해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상 규명을 하고 책임자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법과 정의의 실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순직 사고의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을 은폐하는 행위에 있어 대통령실 관계자와 국방부 장·차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국민은 군 검찰단이 독립적으로 엄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며 "이에 특별 검사를 임명해 진상규명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현재 해당 사건은 특검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공수처하고 검찰에서 수사 중인데, 수사 중인 것을 특검하는 경우는 없다"며 "수사가 끝난 다음에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국가위원회를 사전에 무시해 버리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상병 사건은 군 의문사가 아니고 사고사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가 되게 간단하다"며 "은폐 의혹이 있다는 것은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이다. 은폐된 것이 있다면 제대로 경찰에서 조사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야당은 △신임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시작한 점 △공수처에서 수사하더라도 기소권이 없어 종국적으로 검찰에 넘겨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독립적인 수사·기소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강행 처리 유감, 엄중 대응할 것"…거부권 시사

국민의힘은 법안 내 '독소조항'을 이유로도 반대하고 있다. 특검법에서는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 추천을 국회 교섭단체 중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특검이라는 것은 전제조건이 있다. 공정성이 최소한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며 "법안 내용의 문제점마저도, 예를 들어 독소조항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야당이 선거 승리만 하면 해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여당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에 포함 △수사과정에 대한 언론브리핑 등도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들은 문재인 정부 때 실시됐던 '드루킹 특검법'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 등 기존 특검법에서도 일부 포함된 적이 있기 때문에 반대 논리로는 다소 빈약하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된 후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며 일방 강행 처리하는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는 것은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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