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기반을 둔 웹툰 스튜디오 몬스터라이엇 창립자이자 총괄프로듀서(CCO)인 고진호 작가는 1995년 소년만화잡지 샤크에 데뷔작 '스크램블'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국 출판 만화가 저물던 2000년대 일본 만화계에 진출했던 그는 2013년 노블코믹스 '월야환담'으로 국내에 복귀한다. 와이랩에서 대표작인 '테러맨' '테러대부활' 등 액션 만화로 승승장구하다 작품 퀄리티에 대한 목마름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웹툰 스튜디오 '몬스터라이엇'을 창립했다.
"좋은 만화를 만들자고 작가들끼리 의기투합했죠. 처음에 오형석 작가, 정규하 작가, 홍주남 님, 최인수 영산대 웹툰학과 교수(작가) 등과 웹툰 전문 회사를 만들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회사의 방향을 정하다 보면 서로 추구하는 부분이 다르거나 개인 사정들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원년 멤버 중 최인수 교수만 남아 도와주고 있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시작할 때 많은 의지가 됐고 지금도 조언을 구하죠."
액션 장르에 특화된 몬스터라이엇은 대표작 '사형집행관' '킬러경찰' '사천당가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멘서' 등을 제작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전남 장성에서 1975년 출생한 고 작가는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에 안착했다. 그림이 좋아 늘 화가가 꿈이었다는 그는 부모님의 완고한 반대를 무릅쓰고 만화가의 길을 택했다. 부모님 성화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돈 내는 게 아깝다며 학교를 나왔다. 소년만화잡지 아이큐점프에 '팔용신전설'을 연재 중이던 박성우 작가에게 문하생으로 받아달라며 편지를 보냈지만 퇴짜를 맞았다. 박 작가는 대신 당시 부산 지역 대표 만화동아리인 '태극'에서 동인 활동을 제안했다. 1994년 '태극'에 들어가 꾸준히 활동을 하며 실력을 키우던 고 작가를 눈여겨 본 박성우 작가는 결국 그를 문하생으로 받아들인다.
만화동아리는 출판사들과 교류도 잦았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통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 작가의 실력을 눈여겨봤던 출판사 편집기자가 고 작가와 함께 작업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박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지 1년여 만이었다. 고 작가는 1995년 소년만화잡지 '샤크'에서 데뷔작 '스크램블'로 이름을 알렸다.
"부산 지역의 대표 만화동아리인 '태극'은 박성우 작가를 비롯해 부산 작가들의 산실이에요. 실력도 뛰어나서 전국 만화동아리 회지 공모전에서 1위를 할 정도였죠. 일찌감치 데뷔해 현역 작가로 활동한 박성우 작가는 제가 데뷔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줬어요. 지금도 종종 만나고 연락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90년대 한국 만화는 황혼기였다. 영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의 성장에 이어 IMF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출판만화 시장은 끝없이 추락했다. 이 시기 많은 국내 만화가들이 일본 만화 시장으로 넘어갔다. 작화 실력에서는 일본에서도 한국의 손재주를 높이 평가했다. 고 작가도 2010년 초반까지 쇼가쿠칸 등 일본 대표 출판사에서 작품을 내며 활동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일본 만화계에서 외국인이 정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에 복귀한 첫 작품이 '월야환담'이다.
"일본 만화계에서 인기 작가가 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2010년 전후로 한국의 만화 시장도 심상치 않았죠. 웹툰이 시장에서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을 보면서 말도 통하고 정서도 같은 한국에서 다시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노블코믹스 '월야환담'을 하면서 한국에서 만화가로 다시 살 수 있겠구나 생각했죠."
출발점이었던 출판만화에 대한 미련이 남아 일본 만화로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웹툰 스튜디오 와이랩의 끈질긴 설득에 본격 웹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다. 2016년 '테러맨', 2020년 '테러대부활'을 그리며 액션 장르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급기야 그는 더 좋은 만화,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고퀄리티 만화를 만들겠다며 웹툰 스튜디오 설립에 뛰어든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8월이었다. 동료 작가·지인들과 의기투합해 부산에 회사를 차렸지만 법인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경력이 출중한 인사를 영입해 대표직에 앉히고는 자신은 전문 분야인 웹툰 제작의 총괄프로듀서가 되어 작가 관리와 콘텐츠 제작·유통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몬스터라이엇이 출시를 앞두고 제작·기획 중인 작품은 액션 특화 다크 퓨전 판타지, 좀비 아포칼립스, 초능력 스릴러, 비스트 액션, 성인 드라마 오리지널 IP 등 20여 편에 달한다. 국내외 협력사, 기업 등 여러 곳과 콘텐츠 공급은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협의도 진행 중이다.
노컷뉴스 [만화iN]이 '사형집행관' '킬러경찰' 등 액션 장르 대표작을 출시하며 국내 웹툰 콘텐츠 공급에 이어 해외 시장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는 몬스터라이엇 고진호 총괄프로듀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형 플랫폼 중심 → 다양성 가진 글로벌 플랫폼 필요"
-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웹툰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었나?
=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8월 지인 작가들과 몬스터라이엇을 창립했다.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풀리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갑자기 웹툰이 잘 되니까 회사를 세운 건 아니고, 이전부터 10년 정도 고민해왔다. 주로 액션 만화를 그려왔던 터라 스토리와 작화 퀄리티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과거 출판만화의 도제식 만화실 시스템이나 일본의 만화 제작에서도 전문 작가들의 협업이 중요했던 경험이 있다.
혼자 펜, 채색, 배경 등 서브 작업을 다 하는 작가도 있지만 주간 연재 시스템에서 대형 플랫폼의 경우 한 주에 500편 이상 쏟아지는데,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금세 도태되거나 밀려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선보이기 위해 선택한 결정이었다. 물론 웹툰 스튜디오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들을 꾸려 다작을 내놓고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즈니스나 경영적인 부분은 전문 경영을 담당하는 대표를 두고, 나는 전문 분야인 웹툰 콘텐츠를 전담하는 총괄프로듀서(CCO)로 작가들을 독려하고 이끌고 있다.
- 고 작가는 90년대 국내 출판 만화와 2000년대 일본 만화, 2010년대 이후 웹툰까지 두루 경험해왔다. 전통적인 만화 제작 시스템과 현재 웹툰 제작 시스템에서 느끼는 차이가 있나?
= 과거 출판만화 시대에는 화실에 문하생을 두고 작가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출판물 연재를 해왔다면, 최근에는 웹툰 기획자인 PD부터 배경, 채색, 펜터치, 콘티 등 세분화, 전문화하고 있다. 회당 70~100컷 안팎의 주간 연재를 하며 고퀄리티 작품을 만들어야 할 만큼, 개인 작가 혼자 할 수 없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 특히 웹툰 스튜디오는 한 작품에 전문 직업군들이 모여 협업하는 구조여서 메인 작가의 생각이 온전하게 다 들어가지 못하는 점도 있다. 하지만 작품 제작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 스튜디오 제작 방식이 자리잡으면서 만화가 영화·드라마·음악 콘텐츠처럼 프러덕션 제작 시스템화 되어가는 것 같다.
= 개인 작가로 활동하며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도 여전히 많다. 개인이 모든 작업을 소화하거나 개별적으로 스태프를 구성해 분업화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스튜디오는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는 부분이 있다. 동시에 여러 작품을 제작·유통할 수 있고 독자가 원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위해 프로젝트별로 스태프를 쉽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작품에도 작가 이름이 내걸리긴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례로 '고진호 스튜디오' 작품이라는 식의 대표 타이틀이 달리게 된다. 과거 출판만화 시절에는 여러 보조 작업자가 함께 참여해도 대표 작가 이름만 올렸지만 지금은 서브(sub) 작가의 타이틀도 노출되면서 개별 작가로서는 '어떤 작품에 참여했다'는 프로필,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다.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호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 많은 스튜디오들이 있지만 몬스터라이엇만의 색깔이 있다면?
= 수공업에 가까운 출판만화 시절부터 디지털 만화를 거쳐 25년 정도 이 일을 해오다 보니 그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작품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뛰어난 만화를 선호한다. 그래서 그려왔던 장르가 액션 만화다. 몬스터라이엇의 주력 장르는 액션물이다. 총괄프로듀서로서 조언이나 작품 전반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훌륭한 작가진이 있다 보니 나는 거드는 정도다. 매출 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무래도 작품 수가 아직 적다. 액션 만화를 주력으로 다양한 장르물을 제작할 수 있는 다작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 고 작가의 만화계 입문 과정이 궁금하다.
= 어릴 때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에 정착했다. 외할머니 따라 어릴 때 전남에 잠시 살았는데, 어린 아이가 매일같이 땅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때부터 화가가 꿈이었다. 따로 배우는 것 없이 꿈만 키우고 있다가 박성우 작가가 소년만화잡지 아이큐점프에 연재 중이던 '팔용신전설'을 보고 매료됐다. 고3 때 무작정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더니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결국 일반 대학에 진학했다가 바로 중퇴하고 부산예술대 만화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장 만화를 그릴 실력이 필요한데 돈을 내며 이론적 학문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게 아까웠다.
당시 세 살 터울 형인 박성우 작가는 이미 부산의 대표 만화가이면서 지역 만화 동인들의 만화동아리인 '태극'을 이끌고 있었다. 무작정 내가 그린 그림들을 박성우 작가에게 보내 문하생이 되고 싶다고 했다. 실력이 부족했는지 받아주지는 않았지만 먼저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해볼 것을 권했다. 만화동아리 '태극'은 당시 전국 만화동아리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한 출판사가 주관한 전국 만화동아리 회지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였다. 1994년 입회해 활동하던 중 그림을 봐주던 박성우 작가가 함께 해보자고 해서 문하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팔용신전설' 1부 3권부터 완결까지 참여한 뒤에 출판사 편집기자의 눈에 띄어 1995년 만화잡지 샤크에 '스크램블'을 연재하며 데뷔했다.
- 일본 만화시장에서 여러 작품으로 활동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 2010년 초반까지 일본 만화계에서 연재 활동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만화시장이 힘들어지던 시기였다. 한국에서 만화 행사를 하면 일본 만화 관계자들이 자주 방문했다. 한국 작가들도 어려워진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활동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행사에서 일본 출판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일본에서 몇 화를 그렸지만 일본 만화 시스템에 적응이 안되더라. 잠시 한국 만화시장으로 돌아왔지만 출판만화계가 여전히 어려웠다. 국내서 몇 작품을 하면서 일본 만화 시스템에서 나의 부족하고 이해 못했던 부분을 깨달았다.
다시 일본에 문을 두드렸다. 일본의 대표 만화 출판사인 쇼가쿠칸(소학관)의 편집기자 나메츠씨를 만나 2008년 'PRISONA 6', 2011년 '이블 이터' 등의 작품을 맡아 나름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2010년 전후로 한국의 웹툰 시장이 심상치 않았다. 그때가 벌써 서른 일곱 살인데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 다시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메츠씨의 친절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으로 옮긴다니 응원해 주고 언제든 일본으로 온다면 꼭 연락달라더라. 그리고서 처음 국내 연재한 웹툰이 노블코믹스 '월야환담'(2013 레진코믹스)이다. 뱀파이어에게 가족을 잃은 세건이 뱀파이어 헌터가 되어 펼치는 액션 판타지 만화다. 망해가던 한국 만화 시장에서 웹툰 연재로 '먹고 살 수는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예 웹툰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 '월야환담'은 첫 웹툰 작품인데, 기존 출판만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 소설을 코미컬라이징(Comicalizing)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보통은 원작을 따라가는 것이 기본인데, 제가 만화화 하는 과정에서 각색을 많이 요구했다. 아무래도 소설 특유의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 것을 강하게 각색하고자 했는데, 원작자인 홍정훈 작가님이 많이 수용해줬다. 고맙고 미안했다. 덕분에 '월야환담'으로 잘 복귀할 수 있었고, 주간 연재 방식의 웹툰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 이후에 와이랩에 들어가 히어로 유니버스 웹툰에 참여했다.
= '월야환담' 연재 이후에도 일본 고단샤와 쇼가쿠칸의 연재 제의가 있었다. 출판만화에 익숙해 있던 터라 다시 돌아갈까 고민도 했다. 그때 와이랩에서 '테러맨' 연재 제의가 왔다. 여러 차례 거절했는데 와이랩에서 무려 8개월 동안 집요하게 설득했다. 만화 작가는 결국 연재할 때 먹고 살 수 있는 숙명인데, 결국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와이랩에 합류했다. 2016년부터 '테러맨'과 2020년 '테러대부활'을 네이버웹툰에 연재했다. 액션 만화를 추구했던 성향이 작품 컨택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 좋아했던 만화 작가 활동에 고민이 많았던 이유가 있었나?
= 아무리 세계적인 시장 규모를 가진 일본 만화계에 진출해도 현지서 외국인으로 성공한 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언어적 문제도 있고, 출판사의 작품 선택 영향력이 크다 보니 불안정한 생활도 뒤따른다. 어머님이 안타까웠는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더라도 같이 식당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2011년 즈음이었는데 일본 편집기자였던 나메츠씨가 앞으로는 잘 될거라며 위로해 줬는데, 그 시기가 슬럼프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잘 안 되면 식당 일이라도 하겠다며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월야환담'이었다. 가족들도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소통도 쉽고 서로의 마음을 의지하거나 공감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힘이 됐던 것 같다. 내가 만화를 놓지 않게 한 것은 가족들과 지인들, 나메츠 편집기자의 응원이 컸다.
-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 신진 웹툰 작가들과 다른 점이 있나?
=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그림을 자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그림 실력이 우리 때와는 다르다. 우리 때는 문하생이 되는 도제 방식으로 배워야 했는데, 요즘은 애초에 만화와 웹툰을 생활에서 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웹툰 작가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전통적인 출판만화와 웹툰은 다르다. 연출력이나 작화 퀄리티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요즘 작가들은 맡으면 쉽게 적응한다. 신인 작가들 수준이 기본적으로 실전에 바로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학습이 잘 되어 있다. 보통 작가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웹툰 업계 입장에서는 작품마다 컨택하는 작가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수준 높은 작가 수급이 원활한 환경이다.
- 창작자에서 제작자로 변신했다. 웹툰 산업을 평가한다면?
= 장르 편중 문제를 많이들 이야기 한다. 일본 만화 시장도 인기 작품 위주로 작품 장르가 많이 만들어진다. 시장에서 검증되고 인기 있는 장르나 취향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일본도 정말 다양하고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그 중에서 일부 작품들만 한국에 소개된다. 한국 웹툰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인기 있는 작품들 중심으로 노출되고 소개된다. 다만 이런 현상은 트렌드를 쫓는 독자들보다 작가나 우리 같은 웹툰 스튜디오, 플랫폼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몬스터라이엇은 강점인 액션 만화를 주력으로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작품들의 수는 엄청나다. 그런 플랫폼들의 상위권 위주 노출 방식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상위권을 제외하고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더 좋은, 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순위나 카테고리 방식의 노출은 물론 더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데 아쉬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신작 위주로 소개하고 프로모션 경쟁을 한다. 대형 플랫폼의 경우 하루에 500편씩 연재되는 작품들 사이에서 노출될 수 있는 프로모션의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 대안이 있다면?
= 네이버와 카카오 2개의 대형 플랫폼을 축으로 수십 개의 중소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한국 웹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수많은 작품들이 노출될 수 있는 시장으로서는 여전히 좁고, 작다.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고 '웹툰'으로는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다. 지금은 개인 작가들이든 웹툰 스튜디오든 주로 대형 플랫폼이나 에이전시를 통해서 해외로 진출한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의 장점은 큰 규제 없이 세계로 다이렉트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방식의 더 많은 플랫폼과 서비스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장르나 제한되는 표현의 수위에 구애받지 않고 일본향, 미국향, 유럽향의 다양한 콘텐츠를 해외에 다이렉트로 소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콘텐츠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 지금은 개별 플랫폼에 맞는, 플랫폼 인기 취향에 맞는 '플랫폼향' 웹툰이 많지 않나. 몬스터라이엇에서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 몬스터라이엇이 직접 해외 진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인가?
= 우선 액션 만화 외에도 섹스 어필에 중점을 둔 성인 만화를 비롯해 로맨스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작가들 중에 액션 만화에만 특화된 작가군은 제한적이다. 작가들마다 하고 싶은 장르나 취향도 각기 다르다. 특히 액션 만화는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작품 생산이 한정적이다. 우리에게 특화된 장르 외에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장르 다양성과 서비스 확장을 위해 현재 대기업을 비롯해 여러 곳과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만화 시장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 작품들의 인기 증명이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몬스터라이엇이 연재 중인 '사형집행관' '킬러경찰' '사천당가의 검신급 소가주가 되었다'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등 인기작을 비롯해 무협, 히어로,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작품을 올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와이랩 등 여러 스튜디오, 플랫폼과의 협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 몬스터라이엇의 신작 라인업은 언제 볼 수 있나?
=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20작품 이상이다. 제작 단계에 있는 작품이 10개 안팎이고 기획 단계에 있는 작품이 10개 정도다. 원작이 있는 노블코믹스 작품이 주류지만 몬스터라이엇의 오리지널 IP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한 퓨전 무협 노블코믹스를 비롯해 자체 IP로 제작 중인 액션 특화 다크 퓨전 판타지, 좀비 아포칼립스, 초능력 스릴러, 비스트 액션, 성인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곧 찾아뵐 예정이다.
-몬스터라이엇의 목표는?
= 몬스터라이엇(MonsterRyot)의 의미는 '괴물 작품을 만드는 농부'라는 뜻이다. 퀄리티 높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모을 수 있는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출범하면서 여러 역경을 거쳐왔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경력이 출중한 신아름 대표를 필두로, 양질의 콘텐츠를 책임지는 총괄프로듀서가 쌍두마차가 돼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단순히 공장식 다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편 한 편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작품으로 서고자 한다. 타이틀 롤 '몬스터라이엇'을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