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채상병 특검' 던진 민주당…'與 이탈표'에 쏠리는 눈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168인, 찬성168인, 반대9인, 기권0인으로 통과되는 모습.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시사하면서, 해당 법안은 월말에 재표결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재의결이 가능한 탓에 이탈 규모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총선표심과 국민여론을 고려할 때 일정 정도는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당, '尹 겨냥' 채상병 특검법 가결…대통령실, 거부권 시사

민주당과 야당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채상병 특검법으로 불리는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표결 강행에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특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특검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해당 교섭단체가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안에 이들 중 1명을 임명해야 한다. 즉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이 대통령실을 겨냥해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90일 동안 수사를 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으면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은 대통령실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퇴장 후 '채상병 특검법 통과 규탄대회'를 연 뒤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실도 특검법 처리에 강하게 반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법안 통과 직후 브리핑을 열고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민주당은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와 재표결 과정을 거친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혹은 28일 본회의를 열고 표결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직넘버'는 19표…민주, 여론 업고 대통령실·여당 흔들며 합의처리 가능성도 대비

재표결의 주요 관심사는 국민의힘의 이탈표 발생 여부다. 재표결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 의원 수가 296명이기 때문에 최소 198표를 확보해야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법안을 최종 가결할 수 있는 재의결이 가능하다. 민주당 155표와 민주당 출신 무소속 7표, 녹색정의당 6표, 새로운미래 5표, 개혁신당 4표, 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 각 1표를 합하면 179표다. 재의결을 하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9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여론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이탈표가 나올 것라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채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임기 내인 5월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67%로 나오며 반대 19%를 압도했다. 진보나 중도층 뿐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찬성 응답이 49%로 나타나 반대 35%를 크게 상회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윤창원 기자

이 같은 국민 정서에 맞춰 여권 내 일각에서도 채상병 특검에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 국민의미래 한지아 당선인 등은 채상병 특검법 수용 의견을 밝혔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아예 채상병 특검 표결에 찬성 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미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여론도 명확한 만큼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법안이 국회로 돌아와 재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특검법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표가 나오더라도, 재의결이 가능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민의힘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아직은 대통령실의 장악력이 강한 상황이라 대규모 이탈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변수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여론이나 여당 내 이탈 기류 등의 상황을 살피면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처럼 접점을 만들어 내 합의 처리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 관계자는 "이탈표로 압박하면서 재표결 전까지 계속 합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NBS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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