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헌법적 평가는 사실상 끝났지만 5·18민주화운동은 지금도 '봄'을 향해 무거운 걸음을 떼고 있다. 해방 이후 국가권력과 기득권은 반민족, 반민중 사건에 대한 처벌과 반성을 번번이 무력화시키면서 국민에 대한 통제와 억압은 오히려 강화해나갔다. 권력을 쥔 이들은 회유했고 때로는 테러를 가했고, 군대를 동원해 총칼을 들이댔다.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 이후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전두환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군부가 군부를 장악하는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무너지면서 '서울의 봄'으로 민주화 열기가 거세지자 정권까지 장악한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시킨다. 이듬해 대학들이 개학을 맞은 3월 봄부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도 대규모 민주화운동이 일어난다. 공수부대(특전사)를 중심으로 계엄군의 시위 진압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충정작전'에서 무고한 시민을 무자비하게 구타·감금하고 성폭력·불법처형까지 시민들에게 총칼을 사용한 헌정사에 유례 없는 탄압이 자행된다. 이에 시민군을 조직해 대항했으나 신군부에 철저히 진압됐다.
책 '전두환 쿠데타군부가 쏘아올린 바벨탑'은 5·18민주화운동이 4·19혁명과 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는지와 함께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 조치 이후 공수부대를 증파한 이유,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를 지휘한 자, 광주시민에게 발포명령을 내린 자는 누구인지에 대해 그 진상을 밝혀내고 있다.
저자들은 5·18민주화운동이 발발하게 된 시대 배경과 전개과정, 진상규명의 3단계로 나눠 '5·18 역사교과서'로의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그 내용을 요약했다. 특히 '오월항쟁' 동안 벌어진 참상을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등재, 5·18 민주화운동기록관 사진을 수록함으로써 드러낸다. '오월의 진실'을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44년을 맞았다. 역사적 평가 역시 사실상 정리됐지만 여전히 신군부의 마타도어 망령은 일부 극우 세력을 등에 업고 여전히 '폭동' '북한 개입' 등 왜곡과 폄훼로 계속되고 있다. 유혈 진압의 진실과 학살에 대한 사과 없이 사망한 전두환 등의 죽음 이후 정치권은 여야 없이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수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저자들은 전두환 쿠데타군부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던 80년대 10여년 동안 5·18민주화운동 관련 군대와 국가기관 자료를 폐기하고 변조해 진상 규명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함에 있어 편견이나 왜곡, 주관성을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고도 했다.
수십 종의 관련 서적들이 있지만 저자들은 5월의 그날을 규명하고 기록한 객관적 '역사교과서'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생생한 10일간의 현장을 담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5·18민주화운동 기록 사진 특별화보가 함께 수록됐다.
전용호·이재석 지음 | 굿북울림사 |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