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를 돌며 영화 '타짜'를 연상하게 하는 사기 수법을 동원해 피해자들로부터 수억 원을 챙긴 사기 도박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일당 가운데 한 명은 40년 지기 친구까지 사기도박판으로 끌어들여 '뒷통수'를 치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 친구에게 배신당해 거액을 날린 피해자는 한강에 투신 시도를 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를 받는 도박단 일당 12명을 검거해 검찰에 지난달 초 송치했다. 이들 가운데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 수사 단계에서 3명이 추가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서울 강남과 경기 하남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게임 참여자들에게 돌아가는 패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사기 포커 게임을 모두 11차례 벌여 피해자들로부터 약 10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여성들을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같이 게임이나 하자"며 도박판을 벌였으며, 영화에서 볼법한 카드 바꿔치기, 밑장빼기 등 수법으로 게임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거액을 잃도록 미리 조작된 패를 나눠주는 이른바 '탄'이라는 수법도 동원했으며,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잃은 돈을 따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차 도박판으로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기도박에 휘말려 8억 원을 잃은 피해자 A씨의 삶은 피폐해졌다. 거액을 잃은 것도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도박판에 끌어들인 일당 가운데 한 명이 A씨와 같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44년 지기 친구였기 때문이다.
A씨는 사기도박단이 향정신성의약품을 탄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게 해 판단력을 잃게 하는 등 악랄한 수법을 썼다고 주장했다. 일당이 준 음료를 마실 때마다 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A씨에 대한 약물검사를 실시하는 등 관련 조사도 진행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올해 1월 29일에는 억울함을 견디다 못해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까지 시도했다. 당시 "신발을 벗고 대교에 올라간 남성이 있다"는 택시 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보호 조치한 뒤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가 피해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선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