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의 퇴출을 강제화하고 수익 구조를 살피는 등 대대적인 개선에 나선다. 과다한 유통마진으로 고물가의 원인으로 지적된데 따른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1일 발표했다.
이는 최근 농식품부·해수부·기재부·산업부·공정위·국세청이 참여하는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TF'를 구성해 농수산물 유통 실태 전반에 대해 점검한 결과로 농수산물 유통비용 10% 이상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 효율성 제고
정부는 우선 공영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기존 소매시장법인은 5~10년의 지정기간이 만료되면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신규 법인은 공모제를 통해 지정하기로 했다. 성과가 부진한 법인은 반드시 지정 취소하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도매법인 지정 권한을 지자체 자율에 맡겨 왔으나 앞으로는 정부가 시장 규모에 맞는 적정 도매법인 수 기준을 마련해 지자체의 신규 도매법인 지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도매법인 수익의 적정성 여부도 따져 법인이 과도한 수익을 취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7% 수준인 위탁수수료가 적정한지를 전문 회계법인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9개 중앙도매시장 법인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또한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조성 중인 공익기금도 현재 10억 원 수준에서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도매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가락시장의 전자송품장 대상 품목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6개 품목에서 올해 사과 등 10개를 추가하고 2027년까지 가락시장 전체 193개 거래품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31개 공영도매시장도 2027년까지 전자송품장 도입을 위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정부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에도 나선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만 허용돼 기본적으로 경쟁이 제한적이고 거래 단계마다 물류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기존 도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우선 올해 하반기부터 수산물 거래를 시작하고, 2027년까지 거래 품목을 가락시장 수준인 193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판매자 가입기준을 완화하고 청과·축산·양곡·수산 등 거래 부류 간 판매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어 거점 스마트 APC 100개소를 온라인 도매시장의 핵심 판매 주체로 육성하고 중소형 마트나 전통시장 등이 거래물량을 규모화할 수 있도록 농협, 상인연합회 등을 통해 공동구매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활성화 대책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출범한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규모를 2027년까지 현재 가락시장 규모인 5조 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지 유통 규모화, 효율화 추진
복잡한 도매시장의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산지 유통의 규모화와 효율화도 추진한다.정부는 당초 2027년까지 계획돼 있던 거점 스마트 APC 100개소 구축을 2026년까지 1년 앞당겨 구축하고 청과물 취급 비중을 현재 30%에서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사과·배는 2030년까지 APC가 전체 생산량의 50%(2022년 21%)를 취급할 수 있도록 CA시설을 갖춘 저온저장고를 확충하고, 배추·무는 APC 취급물량을 2030년까지 20%(2022년 13%)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산물의 경우 부산공동어시장을 포함한 거점 위판장 100개소를 현대화해 전국 214개 산지 위판장의 통합을 유도하고 김·천일염 등 주요 품목은 수협 등 생산자단체와의 계약재배를 늘리기로 했다.
독과점 체제로 운영됐던 팔레트, 나무 상자 등 물류기기 시장에도 경쟁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물류기기 이용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해 출하자가 저렴한 물류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농협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 물류기기 시장의 경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3입, 6입 등 소포장이 오히려 유통비용만 발생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소비자단체, 대형유통업체와 협업해 무포장(벌크) 유통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사과 등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하나로마트에 시범 도입한다.
정부는 이같은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범부처 협력체계를 강화해 유통 단계별로 사재기, 담합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보유물량 사전신고제를 도입해 사재기 여부에 대한 상시 점검체계를 구축하고, 필요시 신속한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농산물 매점매석 고시 등의 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