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전 비슷, 지금은 '재생강국' 英…원인은 '정치적 의지'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김진오 CBS 사장, 임상준 환경부 차관,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민경중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CBS사회공헌국 제공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안된다고?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패배주의에 빠졌나."(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CBS가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서울 목동 본사에서 개최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할 제도·의식 혁신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토론 참여자들은 특히 유권자로서 개개인의 책임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한 이날 행사에서 첫 발제에 나선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 한국경제 혁신의 길'이라는 발제를 통해 탄소배출 경제체제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그는 "인류의 20세기 동안 초기 1800년 간은 실질적 경제성장 없었다가 최근 200년 동안 100배 성장했다. 석탄과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간이 벌인 경제활동 탓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화의 혜택을 누린 이전과 달리, 유엔의 최근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10년 내 농산물 생산성이 50%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며 "이처럼 탄소배출 영향은 공평하지 않고 불평등하다. 기성세대와 부자들이 배출하고, 젊은 세대와 가난한 사람들은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홍종호 서울대 교수와 김상균 경희대 교수,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이 민경중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진행으로 연사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홍 교수는 기후위기가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탈탄소 이행과정에서의 산업 사회변화에 따른 '전환 리스크'의 두가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ESG(환경·사회·지배구조), CBAM(탄소국경제도) 등 기후위기를 명분으로 하는 구미 각국의 자국산업 우선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홍 교수는 "2000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 영국은 3%였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8%와 46%로 벌어졌다"며 "영국의 학자에게 원인을 물었더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의지(political will)라는 답을 들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갈라치기하지 않는 용기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AI시대, 친환경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환경산업에 대량 접목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는 개개인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선 미국 시애틀 소재 공항의 분리수거 도우미 체계, 오스트리아의 친환경 교통안내 애플리케이션 등 AI가 환경에 기여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AI가 유발하는 어두운 면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체계를 갖추는 데 인공지능, 반도체, 컴퓨터칩 등이 대량 생산되고 산업폐기물도 엄청나게 쌓인다. 컴퓨터 그래픽 등 각종 AI산업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이 2025년에는 항공산업 배출 총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김상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AI 구동을 위해 가동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서버가 무지막지한 양의 물과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김 교수는 "이같은 AI산업의 거대 기업이 과연 자신의 이익, 자국의 이익을 넘어 지구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길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인공지능 시대에도 소비자이자 유권자인 개개인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이 발제를 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마지막 발제자인 비영리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 소속 윤지로 미디어총괄은 개개인의 생활양식과 행동 변화, 녹색실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총괄은 "태양 에너지는 무한하지만, 물질은 유한하다. 지구가 갖고 있는 이같은 시스템은 우주정거장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인류는 그동안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굳이 뒤로 미루고 유한한 방식인 석탄·석유 화석연료로 에너지를 만들어왔다"고 상기시켰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홍종호 서울대 교수와 김상균 경희대 교수,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미디어총괄이 민경중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진행으로 연사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그는 녹색실천으로 온실가스를 최대 70%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축의 분뇨·트림 배출에서 37억톤, 수송·교역 과정의 배기가스에서 30억톤의 온실가스가 연간 배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육식을 줄이고, 국산품을 사용하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급 건물의 '놀고 있는' 지붕을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위해 임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윤 총괄은 "최대 70% 감축의 조건은 올바른 정책과 인프라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원들의 표심을 얻으려 기후법안을 만들었던 공화당 소속 미국의 주지사 사례처럼, 유권자들의 시그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앞서 개회사를 한 김진오 CBS 사장도 모든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서 늘 경제성장과 대량 환경파괴 등을 저지르는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CBS 창사 70주년을 맞아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녹색성장과 기회'를 주제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미래환경포럼'에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CBS사회공헌국 제공

축사를 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정부가 순환경제 기반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30년 전 미국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정부의 역할은 노를 젓는 게 아니고 키를 잡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들에게 '그린 오션'을 만들어 낼 그런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게 우리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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