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오류' 국토부, 주택 공급 통계서 19만 가구 빼먹었다

지난해 인허가·착·준공 통계서 19만 가구 누락한 채 발표
"통계시스템 개편 과정서 오류 발생…정책 흐름 바꿀 정도 아냐" 해명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에서 약 20만 가구 가까이 누락한 채 발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통계가 정정되는 대형 사고가 빚어졌다.

30일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을 지난 1월 점검한 결과 데이터 누락을 확인하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 8744가구였지만, 3만 9853가구 적은 38만 889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착공 실적도 20만 9351가구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만 2837가구 많은 24만 2188가구였다. 특히 준공 실적은 31만 6415가구가 아닌 43만 655가구로, 11만 9640가구나 오차가 발생했다.

이번에 발견된 누략 물량을 모두 합치면 19만 2330가구에 달한다. 오류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통계에서 발생했다.

건축 인허가와 착공, 준공 실적은 각각 건설 경기의 선행, 동행, 후행지표로, 부동산 경기를 살필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주요 지표다. 주택 매매를 고민하는 개인부터 시장의 민간사업자는 물론, 정부가 관련 정책을 세울 때도 근거로 활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그동안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Housing Information System)과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직접 연계해 통계를 생산했다. 하지만 2021년 6월 전자정부법이 개정돼 국가기준데이터를 우선 활용하도록 하면서 지난해 7월부터 두 체계가 국가기준데이터관리시스템을 경유해 연결되도록 개편됐다.

이 때 세움터에서 국가기준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정비사업 코드가 누락돼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 공급 물량이 집계되지 않았다.

HIS와 국가기준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연결할 때에도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HIS 기능 개선 작업 도중 사업자 등 사업 현황이 변경된 경우 HIS에 준공 실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것이다.

이 외에도 정부가 말일 기준 매월 통계 작성을 마감하는데, 이후 발생한 사업 취소·변경 분을 통계에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뒤늦게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번 통계 오류 사태가 정책 흐름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칠 일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국토부가 지난해 오류가 있는 공급 통계를 근거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차피 공급 위축 흐름은 뚜렷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 김헌정 주택정책관은 "공급 실적이 과소 집계됐더라도 경향성은 기존과 변화가 없다"며 "인허가의 경우 통계 정정 전에는 전년보다 26% 줄지만 정정 후에는 18%가 줄어드는데, 이는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올해 1월 발표한 공급 통계부터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HIS와 건축행정정보시스템을 직접 연계하는 방식으로 공급 실적을 확인했기 때문에 오류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당분간 수기로 대조하는 작업을 거쳐 주택 통계를 발표하고, 오는 6월부터 국가기준데이터관리시스템을 경유하는 정상 DB 체계를 다시 작동할 방침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