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7년 전 판결문으로 '사재기 의혹' 재조명…하이브 "엄중 대응"

그룹 방탄소년단. 박종민 기자
업계 1위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이브(HYBE)의 전신이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이 지난 2017년 공갈 협박당한 사건의 판결문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판결문에 '사재기' '불법 마케팅'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하이브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피고인·변호인 주장 관련 재판부 판단·증거목록에 '사재기' 표현 등장

29일 CBS노컷뉴스가 당시 1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7년 8월 서울중앙지법(성보기 부장판사)은 본인이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던 회사에 '불법 마케팅을 폭로하겠다'라고 협박한 협력업체 대표 A씨에 대해 공동공갈 혐의로 징역 1년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구체적인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는 2017년 1월 11일쯤부터 2월 초까지 주식회사 J(빅히트 뮤직)의 이사인 K, 재무회계팀장 L의 이메일로 '소속 연예인의 불법 마케팅에 대한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3억 3천만 원을 보내주면 관련 정보를 모두 파기하겠다, 돈을 주지 않으면 관련 자료를 모든 언론사와 SNS에 유포하겠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A는 본인의 정체를 숨기고, 마치 제3자에게 본인도 같은 내용으로 협박당한 것처럼 빅히트 뮤직 이사 K에게 이야기해 겁을 줬다고도 재판부는 설명했다.

판결문에는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협박하여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두려워한 피해자 회사의 이사 K로부터 2017. 1. 17.경부터 2017. 2. 8.경까지 총 8회에 걸쳐 합계 5700만 원을 피고인 B가 미리 준비하여 둔 피고인 B의 동생인 M 명의 국민은행 계좌로 송금받아 피고인 B가 이를 인출하였다"라고 나타나 있다.

피고인·변호인 주장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 부분에는 '사재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통상적으로 가요계에서는 판매량이나 각종 순위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체 없는 수요를 허상으로 만들어 음원이나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사재기'로 본다.

판결문에는 "J와의 거래는 과거 사재기 마케팅을 해 준 것밖에 없는데 사재기 마케팅의 빅히트 뮤직 측 업무 담당자인 K로부터 거액의 돈이 계속 송금되어 왔다면, 과거 그 업무를 함께하였던 피고인 B로서는 피고인 A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사재기 마케팅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라는 대목이 있다.

피고인 A의 양형 이유 부분에서도 재판부는 "주된 범죄는 공동공갈로서, 자신이 마케팅 업무를 수행해 주었던 연예 기획사에게 소속 연예인의 불법적인 마케팅 자료가 해킹되어 협박을 받고 있다고 거짓말하여 그 무마비조로 피해자로부터 5700만 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범죄는 자신의 거래처에 대하여 알게 된 비밀을 악용하여 저지른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피해자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면서도 "피해자가 편법으로 마케팅 작업을 하여 협박의 빌미를 준 잘못도 있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피해자는 빅히트 뮤직이다.

또한 "피고인 A가 ㈜J 소속 연예인의 음원 차트를 사재기 등의 방법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퍼트리겠다고 협박하여 금원을 요구한 사실"이 담긴 진술조서, "피해자 측이 2015년 A에게 마케팅 대행을 맡기고 금원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세금계산서 사본이 1심 증거목록에 포함돼 있다.

당시 이뤄진 '마케팅'은 무엇인지가 핵심

핵심은 빅히트 뮤직(J)과 피고인 A씨가 함께한 '마케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판결문에서도 '불법적인 마케팅' '불법 마케팅' '사재기 마케팅' '편법으로 마케팅' '마케팅 대행' 등 각기 다른 표현이 혼재돼 있다.

해당 판결이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로 알려졌던 2017년 9월 빅히트 뮤직은 공식입장을 내어 "범인의 공갈과 협박에서 언급된 부적절한 마케팅 활동은 범인의 일방적 주장이며, 편법 마케팅은 통상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을 뜻한다"라고 알렸다. '사재기'나 '불법 마케팅'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이다.

이어 "2년 전 해당 사건 범인인 A씨에게 앨범 마케팅을 위해 광고 홍보 대행을 의뢰한 바 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1회성 프로젝트로 마무리됐다"라며 "(A씨 주장이) 당시 회사와 맺은 광고 홍보대행 내용과 무관하고 당사로서는 숨길 것이 없었기에 사건 인지 직후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수 있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빅히트와 소속 아티스트는 공갈 협박 사건의 피해자" "빅히트는 상장을 준비하는 투명한 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외부 업체와의 모든 계약과 용역대금의 집행은 회계 기준에 맞게 관리·집행되고 있다"는 언급에서 알 수 있듯, 빅히트는 일관되게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부적절한 마케팅 활동을 했다는 범인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인 양 보도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 앞으로 이런 공갈 협박 사건에 떳떳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재기' '불법 마케팅' 등이 명시된 7년 전 판결문이 주목받은 탓에, 당시 빅히트 뮤직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던 그룹 방탄소년단을 대상으로 '사재기'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금 제기됐다. 그러나 하이브는 7년 전과 같은 입장을 폈다.

CBS노컷뉴스는 △판결문 속 재판부의 '판단'과 '증거목록' 두 부분에 '사재기'라는 말이 등장하는 반면, 하이브는 '통상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해명해 양쪽 주장이 충돌하는데 판결문에 잘못된 용어가 쓰였다는 의미인지 △나아가 '통상적 마케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피고인의 주장일 뿐 실제로 사재기 혹은 불법 마케팅이 실행되지 않았다면 왜 담당자는 57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송금했는지 △회사와 아티스트에게 큰 타격을 줄 만한 협박 사례를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지 등을 하이브에 문의했다.

이에 하이브는 "판결문 관련해서, 일각에서 제기된 편법 마케팅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사는 악의적 비방과 루머 조성 등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예정이니 공지 참고 부탁드린다"라며 "문의 주신 사안에 대해 일일이 답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 양해 부탁드린다"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에서 유포되고 있는 주장은 이미 2017년에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빅히트 뮤직이 협력업체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건이며, 범인은 공동공갈과 사기 죄목으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라고 부연했다.

앞서 빅히트 뮤직은 28일 공지를 통해 "최근 방탄소년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음해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다수 감지되었다. 이와 함께 아티스트를 향한 악의적인 비방과 루머 조성, 허위사실 유포, 무분별한 모욕, 조롱이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이번 사안이 아티스트의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기존 상시 법적 대응에 더해 별도의 법무법인을 추가로 선임해 엄중 대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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