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에 '보복관세', 기업에는 '당근책'…中 투트랙 전략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조사와 고율의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상대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강대강' 맞대응에 나섰다.

다만, 미국 기업 테슬라에 대해서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FSD) 적용의 길을 열어주는 등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미국 정부와 민간을 분리시켜 대응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26일 통과 새 관세법 "상대 국가에 동등한 관세 부과"

중국 전인대 개최 모습. 연합뉴스

로이터와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26일 제9차 회의를 열고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될 새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주목할 점은 해당 법안이 사상 처음으로 보복관세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 법안 제17조는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상대 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국산 제품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적하며 조사에 착수하거나 이미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의 입법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양·물류·조선업을 겨냥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행정부가 다른 나라의 통상 관행이나 정책을 조사해 무역장벽이 확인되면 수입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 안보 법률이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날 중국산 특정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평균적인 관세를 현행 7.5%에서 3배 가량 높인 25%로 상향할 것을 USTR에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그들(중국 철강회사들)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속임수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재임기간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EU 역시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보조금 조사가 오는 11월 마무리되면 중국산 저가 전기차들이 유럽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중국을 겨냥한 이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중국 측은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고, 이번 법안 통과는 그 첫번째 대응으로 보인다.

특히,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 이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의 방중 기간(24~26일)에 이번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내외적으로 '강대강' 대응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 기업 테슬라에 FSD 길 열어준 中…정부와 민간 분리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8일 베이징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강경책을 내놓은지 이틀만인 28일에 중국 당국은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외자기업 최초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중국 내 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국가컴퓨터네트워크응급기술처리협조센터는 이날 발표한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차종(모델3·모델Y)이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알고리즘 훈련을 위해 중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해외로 이전하기 위한 승인을 획득해야 하지만 승인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자사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인 FSD를 중국 시장에 도입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중국을 깜짝 방문해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고, 중국 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테슬라는 수년간의 기다려온 숙원을 풀게됐다.

주목할 점은 시진핑 3기 집권 이후 중국 당국이 국가 안보를 내세워 중국내 데이터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에 중국내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승인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년 사이 '네트워크보안법', '데이터보안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을 제.개정한데 이어 지난해 3월 열린 양회에서는 데이터 관리를 총괄할 '국가데이터국' 설립을 확정하면서 국가가 데이터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여기다 '반간첩' 개정 등을 통해 실제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소한 데이터를 반출하는 것도 처벌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외국기업의 중국 데이터 활용을 철저하게 통제해 왔는데 테슬라에 민감한 지리 정보 등의 반출을 승인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중국 기업에 대해 여러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은 해외 기업들에 대해 '대외 개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본보기 차원의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과 EU 등의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하는 대중국 제재에 맞서서는 '보복관세' 부과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반면,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당근책을 제시하며 정부.정치권과 민간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날 머스크와 만난 리 총리는 "중국의 초대규모 시장은 늘 외자기업을 향해 열렸고 중국은 말로 한 것은 반드시 행한다"며 "시장 진입 확대와 서비스 보장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외자기업에 더 좋은 경영 환경을 제공하며 각국 기업이 안심하고 중국에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