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프로야구 LG.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아픈 허리가 쌍둥이 군단의 행보를 쉽지 않게 하고 있다.
LG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7 대 10으로 졌다. 경기 중반인 5회말 대거 5점을 뽑아 완전히 분위기를 바꿨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를 안았다.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경기였다. LG는 앞서 1위 KIA를 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26일 지난해부터 부쩍 강조한 빠른 발로 4회까지 1 대 5로 뒤진 경기를 뒤집었고, 27일에도 차세대 거포 김범석의 4회말 2점 역전 홈런을 앞세워 승부를 뒤집었다. 28일에도 경기 중반 역전하며 만원 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지만 불펜이 버티지 못했다.
LG는 선발 손주영이 1회말 최형우에게 3점 홈런을 맞는 등 5회까지 5실점했다. 반면 4회까지 상대 에이스 윌리엄 크로우에 2점을 내는 데 그쳐 2 대 5로 끌려갔다.
다만 LG는 앞선 2경기처럼 5회말 대반격했다. 신민재, 문성주,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만회한 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김범석이 크로우를 통렬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로 두들겨 싹쓸이 3타점을 올렸다. 단숨에 6 대 5로 경기가 뒤집어졌고, 오지환의 2루타로 리드를 2점으로 벌렸다.
그러나 LG 불펜이 7~9회 무너졌다. 믿었던 박명근이 김선빈에게 안타, 대타 나성범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도영의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에 포수 박동원이 3루에 악송구하면서 1점을 헌납했다. 사이드암 정우영이 불을 끄러 나왔지만 최형우의 땅볼과 이우성의 적시타로 7 대 8 역전까지 허용했다.
8회 등판한 이종준도 김선빈에게 2루타, 김호령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추가 1실점했다. 9회 나선 우강훈도 아쉬운 수비 실책 속에 1점을 더 내줬다.
LG 염경엽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올해 투수력은 지난해를 100으로 봤을 때 7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50% 수준"이라고 짚었다.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 리그(MLB) 샌디에이고로 떠나면서 생긴 계투진의 약화 정도가 예상보다 더 심하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정우영,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등 4명이 불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유영찬 외에는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외에 박명근, 김대현, 이지강 등이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영은 지난 26일에야 1군에 등록돼 당일 등판했는데 1이닝 1탈삼진 2볼넷의 성적을 냈다. 28일에는 물론 주자가 있던 상황이고 나름 잘 막았지만 결과적으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염 감독은 26일 "빨리 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올해부터 내년까지 잘할 수 있는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했다"면서 "조금 더 (2군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본인이 준비가 됐다고 하니 부른 만큼 결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근도 수비 실책이 있었지만 결과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올 시즌 처음 1군에 오른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게 뼈아팠다.
지난해 LG는 팀 평균자책점(ERA) 3.67로 10개 구단 중 단연 1위였다. 특히 불펜진은 ERA는 3.35로 더 낮았고, 10개 구단 중 최다인 34승을 합작했다. 선발진이 다소 흔들렸음에도 LG가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올 시즌 LG 불펜진의 ERA는 4.32로 전체 5위,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해보다 1점 정도 높다. 지난해 열심히 던졌던 까닭에 올 시즌 후유증은 어느 정도 예상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LG가 지난해 챔피언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계투진이 얼마나 견고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