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게 찾아온 여름 날씨에 햇볕이 따가웠지만 관객들은 저마다 돗자리, 양산, 선글라스, 시원한 음료, 모기 스프레이, 선크림 등 각자 더위에 맞설 준비를 단단히 하고 공연을 즐겼다.
올해 러브썸 홍보 영상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한, 페스티벌의 단골손님 소란은 '리코타 치즈 샐러드'로 공연을 시작했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이따금 불어와 적당히 가라앉은 온도에 어울리는 사랑 노래 레퍼토리를 잔뜩 준비한 소란은 '이제 나와라 고백' '괜찮아' '너를 공부해' '굿바이'(GOOD BYE) 등의 무대를 펼쳤다.
소란의 보컬 고영배는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휴대전화를 활용해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기본이고, 피자 조각을 팬의 입에 직접 넣어줘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끌어냈다. 비눗방울 도구를 가져온 관객에게는 "좀 더 잔뜩 좀 불어주세요"라고 주문하고는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적극적인 팬 서비스에 감탄한 듯, 한 관객은 "오빠 저 입덕(팬이 됨)함"이라는 문구를 보여주기도 했다. "BTS 봉준호 손흥민 let's go영배" 등의 재치 있는 문구도 간간이 전광판에 나타나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기타를 메고 등장한 로이킴은 본인의 대표곡인 '봄봄봄'을 불렀다. 무대를 시작할 때부터 그는 응원법을 직접 관객에게 알려줬다. 1절에 2번, 2절에 2번 '로이킴'을 부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가창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이킴이 입으로 내는 다양한 소리였다. 노래 중간 휘파람도 잘 불었고, '뿌뿌' 하는 소리가 마치 악기 소리처럼 들려서 신기했다.
로이킴은 노래 가사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개사하는 센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따라와'라는 부분 응원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헤이 주드'(Hey Jude)와 '서울의 달'을 커버했을 때는 관객 함성이 한껏 커졌다.
로이킴은 "인스타에 올리거나 (사진, 동영상을) 친구에게 전송하거나 할 때는 실제로 본 것보다 과대 포장해서 너무 잘생겼다고 노래 너무 잘했다고 해 달라"라며 "좋은 말만 억지로라도 퍼뜨려 달라"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88잔디마당 이틀째 공연 마지막 주자(헤드라이너)는 그룹 엔시티(NCT)에서 세 번째로 정식 솔로 데뷔한 도영이었다. 도영은 지난 22일 첫 번째 정규앨범 '청춘의 포말'(YOUTH)을 내고 활동 중이다. 페스티벌에 데뷔하는 날이어서인지, 연둣빛 응원봉을 든 팬들이 가득 자리를 채웠다.
도영은 솔로 앨범 수록곡인 '나의 바다에게'(From Little Wave) '로스트 인 캘리포니아'(Lost In California)와 타이틀곡 '반딧불'(Little Light) '댈러스 러브 필드'(Dallas Love Field) '쉼표'(Rest)를 불렀다. 커버 곡으로는 한예슬의 '그댄 달라요', 태연의 '아이'(I)를 선보였다. 도영 역시 일부 곡을 부를 때 관객들의 호응과 응원법을 유도했다. 타이틀곡 '반딧불' 무대 때 가장 우렁차고 딱딱 맞는 응원이 나왔다.
열광적인 앙코르 요청에, 도영은 '반딧불'을 한 번 더 불렀다. 그는 "저 공연도 한다. 여러분, 혹시나 오실 수 있는 분들은 다 와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표가 없어!"라고 하자 도영은 "몰랐다"라며 "집에 가시는 길에 '청춘의 포말' (앨범) 한 번씩 들어봐 달라"고 당부했다.
88잔디마당과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올해 러브썸 페스티벌은 이틀 동안 총 3만 관객을 모으며 성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