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민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가 음폐수(음식물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방류한 사실이 최근 또 적발돼 송파구청 차원의 개선명령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2019년에도 경찰 수사를 받고 1심 재판에서 음폐수 최소 수백 톤을 불법 방류했다는 혐의로 관계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은데 이어, 작년에도 오염 물질을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해 억대 초과배출부과금을 낸 곳이다. 음폐수 배출 논란이 이처럼 반복되면서 송파구의 관리·감독에도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물음표도 붙는다.
방류 처리수에서 기준치 2배 오염물질 검출…송파구청, 개선명령
29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송파구청이 진행한 수질오염 검사 결과 A업체가 자체 정화를 거쳐 탄천물재생센터(공공 하수처리장)으로 방류한 음폐수에서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기준치를 2배 가까이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의 경우 음폐수를 정화해 방류할 때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제34조에 따라 BOD 수치를 리터당 12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송파구청 검사 결과 A업체가 방류한 폐수의 BOD 수치는 리터당 226.7㎎였다.
BOD는 물속 유기성 오염 물질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그 수치가 낮을수록 깨끗한 물임을 의미한다. 송파구청은 이번 기준치 초과 적발 사항와 관련해 A업체에 25일 개선명령을 내렸으며 곧 초과배출부과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A업체는 호주계 유명 자산운용사인 B사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민간 업체로, B사가 지분율 50%를 점하고 있는 재활용업체가 자회사를 통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작년 4~9월 기준 매출 규모는 100억 대다.
A업체는 송파구 뿐 아니라 등 인근 자치구에서 들어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사료로 제조해 왔으며, 허가된 폐수배출량은 하루에 약 553톤이다. 음식물 쓰레기 탈수 과정에서 나온 음폐수는 A업체의 자체 폐수처리시설 정화 절차를 거쳐 공공 하수도와 탄천 공공 하수처리장으로 순차 유입되며, 이후 하천(탄천)으로 방류되는 구조로 파악됐다.
음폐수가 공공 하수처리장을 거친다고 해도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기준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한 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 하수처리장 역시 견딜 수 있는 음식물 폐수의 농도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폐수를 보내면 처리 능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그렇기에 물환경보전법 등으로 배출허용기준을 정해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자체 개선계획 냈지만…작년 이어 이번에도 '오염 기준치 초과'
A업체가 법상 기준치를 초과한 수질오염물질이 포함된 음폐수를 배출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송파구청이 지난해 3월 실시한 수질오염 검사에서도 기준치의 5배 넘는 BOD, 4배 넘는 총유기탄소량(TOC) 등이 확인돼 그해 8월 초과배출부과금 1억 5백여만 원이 부과됐다.
다만 지난해 3월은 A업체가 자체적으로 개선계획서를 수립해 수질오염방지시설 공정을 개선하던 기간으로 따로 구청 차원의 행정처분(개선명령)이 이뤄지진 않았다.
물환경보전법 시행령 제40조에 따르면 음식물 처리시설 사업자는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자체 개선계획서를 수립하여 구청에 제출할 수 있다. A업체는 작년 적발 직전인 2월 6일, 수질오염방지시설 공정을 개선하겠다며 자발적으로 송파구에 개선계획을 제출했다.
A업체의 개선 계획 이행 기간은 지난 11일까지였다. 직후 송파구청이 A업체의 방류수를 채수해 오염도 검사를 진행했는데 여전히 일부 항목에서 배출 허용 기준 초과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정하겠다고 해서 구청에선 작년에 행정처분도 없이 넘어갔지만,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엔 '음폐수 무단 방출 혐의' 수사 받아…관계자 1심 유죄판결
A업체는 지난 2019년에는 음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고 무단 방류했다는 혐의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았으며, 이후 관계자들이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기소돼 작년 11월 1심 유죄판결을 받았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판결문을 보면, 당시 A업체 운영사장과 이사는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A업체에는 벌금 3천만 원이 선고됐다. A업체 측에서 이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6월 이들이 공모해 정화 처리되지 않은 음폐수 원수를 공공수역인 하수관로로 최소 수백 톤 배출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문제의 음폐수가 수질오염 방지시설이나 공공수역으로 배출되는 폐수에 해당하지 않고, 배출량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아주 좋지 않다. 그럼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범행 기간도 길고 그 기간 동안 무단 배출된 수질오염물질도 아주 많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반복되고 있는 'A업체의 음폐수 관리 문제'에 대해 송파구청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송파구청은 지난 26일 "이번에 일부 항목(BOD) 수치가 높게 나와 25일 개선명령을 했으며 사업자는 1개월 이내에서 개선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며 "이후 구청에서 방류수를 채취해 이행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며, 기준치 초과 배출 시 자진 신고를 안내하는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A업체 관계자는 자체 개선계획 수립에도 오염물질 기준치 초과분 적발이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이게 취재할(만한) 거리냐"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 어떤 개선 작업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지만 물환경보전법에 따른 개선 작업을 완료했고, 현재는 초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 처리하고 있다"며 "구청 환경과 지도에 따라서 개선 작업 이행을 완료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