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대학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복해 캠퍼스 내에서 연행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양측 간 충돌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총장 사퇴에 동아리 모임 해산까지…'뿔난' 美학생들
이번 시위는 지난 18일 컬럼비아대에서 농성 중이던 학생 1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학교별로 보면 예일대에서는 지난 22일 학생 47명을 포함해 60명이 캠퍼스 내에서 시위를 이어가다 퇴거를 거부한 혐의로 체포됐다. 다음날 미네소타대에서는 교내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던 학생 9명이 연행됐고, 24일에는 로스앤젤레스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와 보스턴의 에머슨대에서 각각 93명, 118명이 체포됐다.
시위의 구심점은 컬럼비아대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이 학교 캠퍼스에는 학생과 시민운동가들이 뒤섞여 텐트를 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교내 동아리들(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 Jewish Voice for Peace)이 강제 해산되면서 캠퍼스 시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컬럼비아대를 찾아 총장 사퇴를 요구하자 학생들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물러난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과 리즈 맥길 전 펜실베이니아 대학 총장의 사례가 회자되면서 존슨 하원의장이 또다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가 되풀이되자 시위대가 더 발끈하고 있는 것.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공습 이후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교내 동아리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정치권 요구에 따라 사퇴한 바 있다. 존슨 의장이 컬럼비아대 네맛 샤픽 총장을 상대로도 이같은 정치적 압력을 또다시 가하자 전국적으로 연대 시위가 확산했고, 주말 사이 교수진들도 동참하고 있는 모양새다.
헬리콥터 동원한 NYPD…프로 시위꾼 등장?
무장한 채 캠퍼스에 진입해 학생들은 연행한 뉴욕시 경찰(NYPD)도 논란을 촉발했다. 시위 진압에는 헬리콥터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시 경찰은 지난 18일 "외부에서 온 운동가들이 평화로운 시위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trying to hijack a peaceful protest)"고 밝혔다.
뉴욕시 경찰이 말하는 외부 운동가들은 친팔레스타인 시위 이전부터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학생들은 "다른 시위에 외부 운동가들이 캠퍼스를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일부 학생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시위 이후 경찰이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학생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무력을 행사했고, 연행된 학생 수만 700명이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레이슨 커크 당시 총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이후 자신의 저서에서 "경찰에 진압 요청을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