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생으로 올해 21살이 된 규빈(이규빈)은 'MZ 트로트 가수'라는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활동 중이다. 세미 댄스 트롯 '미호미호요'로 2024년 활동을 시작한 규빈을 지난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MZ 트로트 가수'라는 점을 강조한 규빈의 유튜브 채널에는 항상 함께 다니는 매니저 '김부장'과 아웅다웅하는 케미스트리를 엿볼 수 있는 유쾌한 영상이 가득하다. 규빈은 "솔직하고 즉흥적이고, 'SNL'에 나오는 것처럼 상사분들을 조금 힘들게 만들기도 하는? 예상치 못한 것으로 당혹감을 주는 걸 재미있게 담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규빈은 어릴 때 조부모님 댁에서 자랐다. 트로트라는 장르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를 묻자, 규빈은 "조부모님과 함께 오랜 시간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트로트 접하게 되고 지금도 이렇게 트로트를 할 수 있게 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훈아 선생님과 장윤정 선배님을 보고 자랐다"라는 규빈은 "어린이집 재롱잔치에서 '어머나' 춤을 췄는데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다"라고 돌아봤다.
노래라는 길로 가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실용음악학원에 노래를 배우러 다녔다. 대학에서도 실용음악을 전공하고자 했지만 시험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조금 힘든 시기를 겪었다고. 규빈은 "그러다가 가요제에 나가서 상을 계속 받고 그렇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라고 전했다.
가수라는 꿈을 품은 지는 오래됐지만 트로트로 방향을 확실히 잡은 건 최근이다. 지난해 4월부터 전국의 각종 가요제를 다녔다. 용인 곳고리 전국 가요제를 비롯해 사천 전국 농업인 가요제까지 총 8개 가요제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처음으로 대상 받던 날 기분은 어땠을까. 규빈은 "작년 9월에 첫 대상을 받았을 때 정말 너무 상상도 못 했다. 그전에는 정말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가요제 꾸준하게 다니면서 극복하며 빠르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아닐까. 심사위원분들이 하는 조언을 잘 새겨듣고, 상 받은 다른 참가자들이 어떻게 노래하고 어떤 자세였는지를 유심히 관찰했다"라고 부연했다.
'배 띄워라'로 참가했던 한 가요제에 초대 가수로 홍지윤이 온 일이 있었다. 홍지윤 역시 '배 띄워라'를 불렀는데, 노래를 부르기 전 규빈의 무대를 보고 '너무 잘했다'라고 해 줬다는 게 규빈의 설명이다. 그는 "선배님이신데 후배한테 자기 노래 부르는 걸 예쁘게 봐주신 것에 감동했다. 원래도 가장 좋아하는 선배였는데, 그런 멋진 모습에 다시 한번 좋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말좋았네'와 '막걸리한잔'도 규빈의 주요 레퍼토리 곡이다. 규빈은 "이 노래들은 대곡이고 사람들이 자주 부르는 곡이기도 한데, 저도 잘 소화하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정말좋았네'를 두고는 "송가인님이 '불후의 명곡'에서 '정말좋았네'를 편곡해서 부르신 버전을 너무 좋아한다. 주현미 선배님 버전은 정통 트롯이어서 정겨운 느낌이 좋은데, 송가인님은 국악 느낌을 더해 색다르게 편곡하셨더라"라고 전했다. '막걸리한잔'에 관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곡인데 굉장히 신나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지난 3월에는 '규빈'으로서 노래도 냈다. 바로 '미호미호요'다. MZ 세대의 발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노래인데, 규빈은 "앞부분이 되게 신나는 세미 댄스 트롯이다. '미워미워요'를 '미호미호요'로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란색 입술, 붉은색 머리 등 앨범 표지도 범상치 않다. 이유를 묻자, 규빈은 "구미호가 입술이 너무 빨갛기만 하면… 간이 초록색일 수도 있지 않나"라며 '의외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신곡을 발표할 때 쇼케이스도 열고 싶다고. 라디오 외에도 TV 방송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콕 집어 말하자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규빈은 "아쉽게도 예선 탈락했다. 당연히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마음이 많이 무너지고 자책했다.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으니까 가요제에 다녔는데 상도 쌓이고 노래 욕심도 생기더라"라며 "기회가 되면 (트로트 오디션에) 도전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식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으니, 이제 좀 '가수'나 '연예인'이란 느낌이 드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규빈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가요제를 많이 다니다 보니 가요제에 계신 분들을 자주 뵙게 되니 아는 분들이 생긴다. 아는 작가, PD분들이 생겨서 뭐랄까, 일터에 아는 사람이 생긴 느낌? 일터가 생긴 느낌, 일터를 가꾼 느낌이라 뭔가 되게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제가 소녀시대 선배님을 좋아해서 그분들 노래를 엄청 들었다. '띵곡'(명곡)이 많다. 얼마 전 소녀시대 태연님이 '꿈'이란 노래 부르신 것도 요즘 자주 듣는다"라고 답했다. 플레이리스트를 살펴보던 규빈은 '지'(Gee)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 '더 보이즈'(The Boys) '힘 내!(Way To Go) 등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 장르에 도전하는 것'. 규빈의 목표다. 규빈은 "일단 트로트를 먼저 잘하고 나서 그다음에 할 예정이다. 연기나 춤도 좋아한다"라며 노래방에서 노래하거나 라이브 무대를 펼치는 콘텐츠에도 나가보고 싶다고 바랐다.
"팬분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정말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보고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해피 바이러스 같이 좋은 영향력을 드리고 싶어요. 팬 카페 회장도 구하고 있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