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미래 세대에 폭탄돌리기 그만…여의도에 위기의식 심을 것"

[인터뷰]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 "소신파 멸종위기, 국민이 살려주셔"
"2030의 제1당 목표…미래 담보하면 중장년층도 호응해 주실 것"
"눈치 보는 '기득권' 거대 양당, 소지역주의로 국가 동력 상실 위기"
"국민연금 개편안은 이민 촉진안…세대별 확정기여형으로 가야"
"슬램덩크 변덕규의 '바디 체킹'처럼…결정적 의제에는 용기 낼 것"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개혁신당 제공

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은 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가장 마지막에 당선이 확정된 인물이다. 개혁신당의 비례 2번 후보였던 천 당선인은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지만, 거대 양당이 만든 기형적 선거제도에 발목이 잡힐 뻔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노린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개혁신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는데, 지역구 당선자(이준석 대표)가 등장하면서, '득표율 연동'에 의해 비례 의석 배분 수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 투표 개표가 99.7% 진행된 시점이 돼서야 천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됐다.

이처럼 거대 양당 체제의 폐해를 몸소 느낀 천 당선인은 25일 기자와 만나 22대 국회에서 이해관계와 기득권, 진영 논리에 얽매인 양당이 검토조차 못하는 어젠다를 내세워 여의도 정치에 위기의식을 심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한국 정치의 별동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도 9살 된 아들을 키우고 있기에 천 당선인은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개혁신당이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정책을 주도한다면, 자녀와 손주를 생각하는 중장년층에게까지 자연스럽게 호응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렵게 국회에 입성했다. 또 개혁신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유세를 지휘했는데, 이번 총선의 소회는?

=유일하게 지역구 당선자(1석)와 비례 당선자(2석)를 같이 낸 정상 정당이 된 것이기에 의미있는 시작은 했다고 본다. 솔직히, 전국을 돌다 보면 개혁신당은 무소속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느 때보다 양당 결집이 더 셌는데, 저희는 진영이 불분명해 수혜를 받기 어려웠다. 막판에는 우리 같은 소신파 정치인의 멸종을 막아 달라고 읍소했는데, 국민들께서 전략적으로 고려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개표 중 이준석 대표가 화성을에서 당선되니까 너무 좋은 일이지만, 제가 위태로워졌다. 신생정당은 당 자체의 인지도도 높이기 쉽지 않아, 위성정당까지 챙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위성정당은 거대 기득권 양당 밖에 못하는 일이고, 의석을 몇 개 더 도둑질 하려는 싸구려 행태다. 저희가 여론의 관심을 만들며 이를 개혁해내는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개혁신당의 정당 득표율은 3.61%였다. 최근 여론조사도 3%대 지지율인데, 지지층 확장 방안은?

=저희가 젊은 정당이고, 2030세대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2030세대 지지율이 기대보다 낮았다. 저희는 그 부분부터 잡아 이들 사이에서 제1당이 돼야 한다. 어설프게 확장을 시도하며 50대, 60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정당이 될 것이다. 오히려, 지방소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에서 개혁신당만의 목소리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대책을 내고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면, 자녀·손주가 있는 중장년층도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 본다.

-말씀하신 문제는 거대 양당 또한 거론했던 문제들인데,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 눈치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도시의 경우, 각 지역별로 이전시킨 수많은 공공기관을 한 도시에 '몰빵'했다면, 하나의 메가 시티와 생태계가 생겼을 것이다. 가령 충청권에 생겼다면, 수도권 집중도 낮추고, 인근 호남·영남권에 대학 졸업생도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갈 필요가 없어져, 지방대도 발전하게 되는 등 온기가 전달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지역별로 싸움이 날 것이다. 현실은 알겠지만 지금은 소지역주의로 다투다가 나라 전체가 완전히 동력을 상실하게 생겼기에 거대정당이 위기의식을 가져야한다. 개혁신당은 최소한 방향성은 가지고 있기에 여의도 정치에 본격적으로 이를 심고 싶다.

-최근 연금개혁안(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소득보장안이 더 높은 선호를 받았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은 '이민 촉진안'이라고 생각한다. 헬조선을 탈출하라고 경고하는 수준이다. 점점 폭탄을 키우는 법인데, 이 구조를 계속 지탱하려면 2015년생의 경우 소득의 35.6%를 연금보험료로 내야한다.  

초고령화 때문에 건강보험도 폭탄이 될 수 있다. 미래 세대에게 내가 버는 소득의 70%는 세금과 준조세로 내게 한다면, 소비는 누가 하게 되는 것인가. 이렇게 간다면 나부터 우리 아들에게 이민을 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 어떤 방식이 좋다고 보나

=확정기여형을 도입해야 한다. 비슷한 인구 규모가 있는 나이대들을 묶어서 그 나이대가 낸 보험료로 기금을 운영하고, 거기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음세대에게 자신의 부양 부담을 넘기는 현 방식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국민들도 다 안다. 지금 정치인들이 자기 지역구나 당 눈치를 보면서 뭉개고 가면 국회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나중에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걱정을 깔끔하게 해소할 수 있기에 각 세대별 연대가 받아 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지자체들의 성인 페스티벌 금지 조치에 대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다. 그 이유는?

=성인페스티벌 그 자체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인 문화의 자율성과 공권력 행사의 한계, 국민의 자유와 같은 여러 담론을 한 번 논의해보고 싶었다. 비례대표인만큼 소지역주의에 빠지지 않고 전국 단위 이슈를 소신을 가지고 다뤄보자는 생각이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변덕규 선수는 4반칙으로 퇴장 위기에 몰리자, 상대 선수를 향해 '바디 체킹'을 했다. 퇴장당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몸싸움이 되는지 선긋기를 해본 것이다. 우리 정치는 엄숙주의가 지배하기에 정치 영토가 상대적으로 협소한데, 저도 정치인에게 민감한 주제를 어디까지 건드려도 되는지 실험을 해본 셈이다. 앞으로도 너무 자주는 못하더라도 결정적인 의제들에 용기를 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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