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1분 만에 첫 타임아웃…전창진 감독은 과감했고 허웅은 집중했다

KCC 전창진 감독과 허웅. KBL

부산 KCC를 이끄는 전창진 감독은 27일 오후 수원 KT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수원 KT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위해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

예전부터 종종 활용했던 3-2 형태의 드롭존(drop zone)을 준비해 들고나온 것이다.

전창진 감독은 원주 DB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드롭존을 활용하려고 했다. 그는 "4강 때는 내가 놀랄 정도로 수비가 좋아서 안 썼다"고 말했다. 잠시 감춰뒀던 수비 전술은 결승 무대에서 공개뒀다.

의도는 명확했다. KCC는 KT가 패리스 배스를 쉬게 하고 마이클 에릭을 기용할 때 드롭존 카드를 꺼냈다. 이때 알리제 존슨을 투입해 가드 역할을 하게 했고 이근휘와 정창영을 함께 투입했다.

KCC는 드롭존을 꺼내든 2쿼터 초반 몇 차례 수비를 성공했다.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서는 코트에 3점 슈터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송영진 KT 감독은 2쿼터 시작 1분 30초 만에 에릭을 빼고 배스를 다시 투입했다.

전창진 감독의 승부수가 통한 순간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드롭존의 효과에) 100% 만족한다. 곧바로 배스가 다시 나왔기 때문"이라며 "배스의 체력을 소진할 수 있어 좋았다. 그게 3~4쿼터로 연결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부터 "오늘 승부는 3~4쿼터에 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뜻대로 풀렸다. KCC는 전반까지 2점 차로 밀렸지만 3쿼터 시작 첫 4분 동안 연속 15득점을 몰아넣어 순식간에 주도권을 잡았다. KT는 이후 허훈을 앞세워 반격했지만 한 번 흐름을 탄 KCC의 기세를 꺾기는 무리였다.

1차전은 KCC의 90-73 승리로 끝났다.

수비가 성공하면 이어지는 공격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3쿼터 초반 공수의 균형이 좋았다. 이 과정에서 허웅의 역할이 컸다.

허웅은 "2쿼터까지 최준용이 집중을 못 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가 잘하는 게 속공인데 뛰어다니지 못했다. 2쿼터가 끝나고 동료들에게 그 부분을 강조했고 3쿼터가 시작하자마자 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졌다. 우리는 양쪽 포워드들(송교창 최준용)이 신나야 공격이 잘 이뤄진다"고 말했다.

허웅은 송교창과 함께 나란히 팀내 최다인 17득점을 기록했다. 최준용은 12득점 7어시스트로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수비에서 배스를 잘 견제했다. 라건아는 "최준용이 배스를 잘 막았다"고 칭찬했다.

KCC는 전반 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가운데 힘을 비축한 뒤 후반 초반에 쏟아부었다. 전창진 감독의 과감한 판단이 돋보였다. 그는 1쿼터 시작 후 1분 24초 만에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스코어는 0-4로 아직 초반이었지만 전창진 감독은 기다리지 않았다.

전창진 감독은 "6일 쉬고 경기를 하는데 조금 나태해보였다. 안 줘야 하는 득점을 줬다. 분명히 짚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에서 이미 이겼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처럼 느슨하게 플레이해서 빠른 타이밍에 작전타임을 불렀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흐름을 빼앗기면 상대 기가 살아난다. 감독하면서 이렇게 빨리 타임을 불러본 것은 처음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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