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례적으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투구 추적 데이터를 공유했다.
KBO는 26일 ABS 운영사인 스포츠투아이의 투구 추적 판정 데이터를 언론에 제공했다. 특히 한화 이글스 문동주와 류현진의 23일, 24일 kt 위즈전 투구 궤적 자료를 첨부했다.
ABS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선수는 한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4일 kt 원정 경기에서 팀이 1 대 0으로 앞선 3회말 선두 타자 조용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이때 류현진이 던졌던 3구는 그래프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걸친 것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 콜을 받지 못하자 류현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안치영, 김상수, 천성호를 상대하며 류현진이 던진 8구 중 6개가 볼 판정을 받았다. 작년까지 메이저 리그(MLB)에서 뛰며 수준 높은 제구력을 장점으로 앞세웠던 류현진에겐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3회에만 3점을 허용했고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경기 후엔 ABS 스트라이크 존이 던질 때마다 달라진다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KBO는 조용호 타석 당시 나온 '논란의 3구'에 대해 되짚었다. KBO는 "이 공은 ABS 중간 존 하단을 0.15㎝ 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 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볼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 위해선 투구한 공이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의 스트라이크 존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류현진의 공은 끝 면 존 하단을 약간의 차이로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KBO는 이 경기 전날 같은 구장에서 벌어진 한화-kt전 자료도 공개했다. 23일 경기 4회말 kt 천성호 타석 당시 4구째 스트라이크와 24일 경기 1회말 kt 천성호 타석 당시 3구째 볼이 같은 코스로 들어왔음에도 판정이 달랐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KBO는 "23일 문동주가 투구한 4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4구(스트라이크 판정), 24일 류현진이 투구한 1회말 kt 천성호 선수 타석의 3구(볼 판정)는 투구된 위치가 다르다"며 그래픽을 제공했다. 문동주의 4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고, 류현진의 3구는 존에서 빠졌다는 설명이다.
올해 KBO 리그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ABS는 야구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투수의 공 궤적을 찍으면 컴퓨터가 스트라이크 또는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이어 이어폰을 낀 심판에게 음성 신호로 판정이 전달하는 트래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신장에 따라 설정된다. 지면으로부터 타자 키의 27.64%~56.35%를 스트라이크존 높이로 설정하고, 폭은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2㎝씩 늘렸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려면 홈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야 한다. 중력으로 공이 떨어지는 수치를 계산해 스트라이크 존 끝 면은 중간 면보다 1.5cm를 낮게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