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와 연장 접전 끝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대11로 졌다. 이로써 황선홍호의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무산됐다.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하는 이번 대회에는 3위까지 파리행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4위 팀은 아프리카 예선 4위 기니와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4강에 오르지 못한 황선홍호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2021년 9월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황 감독은 약 2년 6개월 동안 파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까지 가세한 2022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8강전에서 일본에 0대3으로 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웃을 수 있었다. 이강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등 유럽파 선수들을 총동원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황 감독은 2023 AFC 아시안컵 직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A대표팀의 소방수 역할도 맡았다. 파리행 티켓이 걸린 이번 대회를 앞두고 U-23 대표팀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갑작스런 호출을 받아 우려를 샀다.
당시 임시 감독직을 수락한 황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태국과 A매치 2연전을 이끌며 1승1무를 거뒀고, 아시안컵 기간 다툰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의 갈등도 봉합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U-23 대표팀으로 돌아온 뒤에는 황 감독을 향한 호평이 혹평으로 바뀌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와 이번 대회 8강전에서 졸전 끝 패하며 파리행이 좌절됐다.
인도네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로 24위인 한국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전반에만 2골을 내줬고, 연장전까지 무려 21개의 슈팅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후반전에 투입된 이영준(김천)은 불필요한 반칙으로 후반 25분 퇴장을 당했다. 급기야 후반 추가시간에는 황 감독마저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선수들을 남겨두고 먼저 그라운드를 떠났다.
황선홍호는 이번 대회 전부터 악재를 맞았다. 주축으로 기대를 모은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가 불발되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이번 대회에는 소속팀의 허락이 없으면 차출이 불가능하다.
대회 도중에는 부상 악재가 덮쳤다. 주전 수비수 서명관(부천)이 중국과 2차전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문 센터백 자원이 부족해졌다.
결국 황선홍호는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9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흐름이 황 감독에서 끊겼다는 오명이 따르게 됐다.
대한축구협회의 무리수가 만든 패착이다. U-23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황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겼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중요한 올림픽 본선행을 놓쳤다. 잇따른 실패를 초래한 협회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