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소환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26일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유 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전 주호주대사을 지난달 7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 조사가 대사 부임 일정 등을 고려해 수사 일정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4시간가량에 그친 점 등에 비춰보면 유 관리관 조사가 사실상 첫 피의자 조사다.
유 관리관은 이날 오전 9시 36분께 공수처에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오늘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고, 조사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관비서관과 어떤 통화가 이뤄졌는지, 이 비서관이 먼저 전화한 것인지 등을 묻는 말에는 "수사기관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월 31일~8월 1일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서 이첩하라'는 취지로 말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해병대 수사단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공수처, 유 관리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사건의 회수·재이첩 과정에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는지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유 관리관이 이 비서관 등과 통화한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 조사에 이어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해군 대령)도 소환할 예정이다. 박 전 직무대리는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기록을 회수해 재검토한 조사본부의 책임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기록을 재검토해 애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지난해 8월 21일 재이첩했다.
한편 유 관리관과 통화한 의혹을 받는 이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전날 공수처에 고발됐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과 해병대 예비역 약 200명으로 구성된 해병대 예비역 연대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 등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군사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사건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날 이 비서관이 유 관리관과 통화한 기록을 공수처가 확보했다는 보도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