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울린 여우…인도네시아의 '신태용 매직'

황선홍 감독(오른쪽)과 신태용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가로막은 것은 신태용 감독이었다.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만난 한국. "운명의 장난처럼 8강에서 만나게 됐다. 한국을 꼭 피하고 싶었던 것이 속마음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솔직히 많이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던 신태용 감독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양보는 없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한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무릎을 꿇었다.

연장 포함 120분 혈투를 2대2로 끝낸 뒤 승부차기에서도 12번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대11로 졌다.

이로써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좌절됐다.

인도네시아를 사로잡은 '신태용 매직'에 막혔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위.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강점은 신태용 감독"이라던 황선홍 감독의 우려대로 올림픽과 월드컵 사령탑 경험이 있는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에 무너졌다.

이영준(김천 상무)의 퇴장 변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인도네시아에 밀렸다. 볼 점유율도 47%에 그쳤고, 무려 21개의 슈팅(유효 5개)을 허용했다. 한국의 슈팅은 8개(유효 2개).

힘겹게 승부차기까지 끌고갔지만, 승부차기에서도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은 빛났다. 이영준의 퇴장으로 골키퍼 백종범(FC서울)이 10번 키커로 나선 상황. 신태용 감독은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에게 10번 키커를 맡겨 승부를 이어갔다.

한국을 격파한 신태용 감독은 또 하나의 기록을 썼다.

앞서 조별리그에서 호주와 요르단을 제압하면서 U-23 아시안컵 첫 8강 진출을 달성했고, 이제 4강까지 밟았다. 이후 결과에 따라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2019년 신태용 감독 부임 후 급격히 성장했다.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아시안컵 본선 진출 등을 일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73위에서 134위까지 점프하는 등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전이 열리기 전인 지난 25일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전격 재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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