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는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 라미레스 신임 감독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브라질, 바레인, 파키스탄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국제 배구에 대한 경험이 많은 지도자다.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파키스탄을 이끌면서 한국에 3대0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협회는 "한국을 상대한 감독으로서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 선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남자 배구의 경기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최근 남자 배구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3위,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 등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남자 배구의 부흥을 이끌어야 할 라미레스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게 돼 영광이다. 믿음과 기회를 주신 협회에 감사하다"면서 "남자 배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사령탑에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한국 배구의 역사가 유구함을 알고 있다"면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데, 여자 배구처럼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미레스 감독이 생각하는 남자 배구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는 "문제점이라고 하고 싶진 않다. 도전 과제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세계 무대에서 뛰려면 미들 블로커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면서 "아시아 선수들은 체력 조건이 많이 부족한데, 훈련을 통해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소집을 앞둔 라미레스 감독은 "하나의 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면서 "팀으로서의 목표를 만들고, AVC 챌린지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키스탄 감독 시절 한국을 상대한 만큼 보완해야 할 약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라미레스 감독은 "한국은 늘 상대하기 힘들었고, 좋은 기술을 갖춘 팀이었다"면서 "세터가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보면서 약점을 잡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배구에서는 미들 블로커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한데, 한국은 이 부분을 잘 활용하지 않았다"면서 "또 하이볼에 어려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훈련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눈에 띄었던 선수로는 정지석(대한항공)과 허수봉(현대캐피탈)을 꼽았다. 라미레스 감독은 "두 선수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팀 스포츠인 배구에서 이 선수들이 한 팀으로 뭉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인하대에 재학 중인 미들 블로커 최준혁, 이탈리아 남자 배구 1부 리그 베로 발리 몬자와 정식 계약을 맺은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했다.
남자 대표팀은 AVC 챌린지컵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다음달 강화 훈련에 참가할 16명의 선수 중 30대 선수가 없다. 1995년생으로 만 29세인 정지석이 최고참이고, 막내는 만 18세인 2005년생 이우진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이우진에 대해서는 이탈리아에 친분 있는 코치와 세터에게 물어봤다"면서 "현재 정식 12명 스쿼드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훈련에 매우 열심히 참여하면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뽑았다"고 기대했다.
유일하게 대학생 신분으로 합류하는 최준혁에 대해서도 기대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최준혁은 풋 워크가 좋고, 신장도 205cm로 매우 커서 만족했다"면서 "미래 잠재력을 보고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선수 차출을 위해 구단과 좋은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 라미레스 감독은 "선수들을 보면서 감독님들과도 대화를 나눴다"면서 "한국에 온지 2~3일 정도 됐는데, 한국 배구의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유소년 선수 육성에도 관심이 많은 라미레스 감독이다.
그는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서 유소년 선수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최준혁과 이우진을 선발한 것도 미래를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소년 대표팀 감독, 코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본인의 장점에 대해 어필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라미레스 감독은 "아시아 팀을 맡아봤고, 한국 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바레인을 맡으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고, 파키스탄에서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선수들은 이미 기술이 좋고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