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맛 떨어져"…오산시의회 '특혜 인사' 논란에 부글부글

의장 수행 4년차 팀장, 단독 과장 승진
파견 기관인 시청엔 '고연차' 팀장 다수
시의원들·집행부 사전 논의 없이 인사
"공정성·형평성 無"…들끓는 공직사회
민주당 의원 '밀실인사는 폭력' 페북글
국힘 의원 "의장 바뀌면 되풀이 우려"
성길용 의장 "절차 정당성 갖춘 인사"
"시 개방형 감사관을 더 문제 삼아야"

지난 22일 경기 오산시의회 임시회(제284회)가 개회했다. 오산시의회 제공

경기 오산시의회 사무과 내 간부급 승진 인사를 두고 시의회 안팎에서 "특혜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오산 의장이 승진시킨 첫 사무관…특혜 논란 휩싸여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산시의회는 지난 16일자 단독인사로 4년차 팀장(6급)인 A씨를 과장(5급)으로 승진시켰다.
 
지난 2022년 7월 오산시청에서 시의회 사무과로 발령(파견)된 A씨는 의정팀장을 맡아 왔으며, 최근 인사위원회에서 5급 승진 대상자로 의결됐다. A씨의 이번 승진은 그동안 오산시 공직사회에서 보통 10년 이상 걸리던 기간을 6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또 시의회에는 A씨보다 '고참'인 7년차 행정직 팀장을 포함해 3명의 팀장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번 인사와 관련 시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2년여 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의회 사무부서에 대한 기존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이 의장에게로 넘겨진 뒤 이뤄진 오산시의회 첫 사무관 승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산시의회 로고 이미지. 오산시의회 제공
하지만 시의회 안팎에서는 '특혜 인사'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무과를 비롯해 파견 형태로 인사를 교류하는 시청에는 10년차 이상의 팀장들이 인사적체를 겪고 있는데, 특정인에 대해 승진 대상 연차가 되자마자 과장으로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방공무원 임용령(대통령령)에 따르면 6급 공무원의 승진소요 최저연수를 '3년 6개월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A씨는 해당 기준에 맞춰 4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것.
 
더욱이 A씨 보직이 의장을 밀착 수행하는 지위였던 데다, 이번 승진 인사가 동료 의원들이나 시청 측과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특혜성 인사'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들 승진 누락 심한데"…공직사회 안팎 '부글부글'

 
오산시 공무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청과 인력을 교류하는 시의회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저연차 승진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본부 오산시지부는 △업무 성과와 연차 등이 제대로 고려됐는지에 대한 의문 △동료 직원들(조직)의 박탈감에 따른 사기 저하 우려 △이른바 줄타기에 의존하는 업무 풍토 조성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입장문을 올려 "형식적인 절차적 정당성만으로 기습 단행한 의장의 인사로 당사자를 포함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대다수 직원들은 업무과잉, 심각한 인사 적체로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회 (인사) 기능이 법률적으로 독립됐다고는 하지만 의회와 시청 사이에 각 분야의 기능과 업무가 혼재돼 유기적 협조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인사 역시 상호 연계돼 있고 의장의 인사권 행사 또한 이를 감안한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새올행정시스템의 익명게시판에는 "후배 공무원 보기 부끄러움", "이런 공정하지 못한 공무원인 게 창피해", "일 할 맛 안 나고, 한숨만 나온다", "일 열심히 해도 소용없음", "사기 저하시키는 인사권 남용", "승진을 위해 영혼까지 팔 기세"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오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한 시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시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조미선 의원은 "인사위 속기록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인사권을 쥔 의장 의견을 기반으로 승진이 결정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시의회에 시청 공무원이 파견되는 것이므로 승진 규모와 직급 등에서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두 기관의 인사 협의가 어느 정도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의원은 "정치적으로 상대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공정성과 공동체 문제의식을 갖고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며 "2년마다 의장이 바뀌는 구조여서 모범적 의회상, 인사 시행 기준을 구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밀실인사는 누군가에겐 폭력, 수치심 없는 정치는 시민의 수치'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의원은 글을 쓴 의도에 대해 "의원으로서 의회 인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소회 정도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무과 "인사권 독립"…의장 "시 개방형 인사가 더 문제"

 
하지만 인사권자인 성길용 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청과는 인사 운영이 분리된 '독립 기관'으로서, 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인사라며 정면 반박했다.
 
성 의장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앞세우면서, 최근 오산시의 인사적체 문제는 개방형 간부급 채용때문이라고 겨냥했다.
 
오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장 모습. 오산시의회 제공

성 의장은 "인사체계가 분리된 이후 규정에 맞춰 인사를 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오산시가 개방형 감사관을 임용해 (시청 내) 승진 적체 불만을 키운 것을 문제 삼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이런 논란을 키우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인사위를 통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된 승진 인사이므로, 사전에 동료 의원들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밀실 인사)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