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은 지난 12일 한국 기자들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쇼팽 에튀드는 어렸을 때부터 듣고 연습했던 작품이다 보니 10년 동안 제 속에 있던 용암을 토해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윤찬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진정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뜨거운 용암과도 깉다'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의 말을 인용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쇼팽 에튀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나이에 꼭 넘고 싶은 산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그나츠 프리드먼,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유리 에고로프, 소프로니츠키 등 이 곡을 연주했던 근본 있는 음악가들을 닮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임윤찬이 생각하는 '근본 있는 음악가'는 뭘까.
"첫째,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표현하며 진실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가볍게 유머를 던지는 음악가죠. 둘째, 연주를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음을 치자마자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예요."
그는 "시대가 내린 축복받은 천재들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저처럼 평범한 음악가는 매일 연습하면서 진실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겸손해했다.
"철저하게 해석하지만 연주할 때마다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요. 일본에서 쇼팽 에튀드 작품번호 10번 중 제2번을 5~6차례 연주했는데 어느 날은 나방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느 날은 페달을 10분의 1만 밟으면서 치고 싶을 때도 있었죠."
'쇼팽 에튀드' 앨범은 영국 런던의 헨리 우드 홀에서 녹음했다. 평균적으로 하루 6시간 정도 연습하지만 이번 앨범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 12시간씩 했다.
임윤찬은 "제가 연습한 걸 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쳤다. 가끔 쇼팽이 남겨놓은 텍스트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레코딩 프로듀서(존 프레이저)가 잘 잡아줘서 밸랜스를 맞춰 녹음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면 제가 하고 싶은 걸 여러 가지 한 다음 그중 마음에 드는 걸 내잖아요. 덕분에 긴장도 안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한 것 같아 기분 좋게 작업했어요."
이번에 녹음한 24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는 작품번호 25번 중 제9번과 25번 중 제7번을 꼽았다.
임윤찬은 "25번 중 제9번을 녹음할 때 왼손을 아예 바꾼 마디가 있다. 프리드먼이 왼손을 완전히 다른 음악처럼 치는데 그 부분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저도 녹음할 때 아예 다르게 쳐봤다"며 "다른 음을 치면 레코딩 프로듀서가 귀신 같이 잡아내는데 굉장히 특별한 왼손인 것 같다고 했다"고 웃었다.
25번 중 제7번은 첫 두 마디를 연주하기 위해 7시간 연습했다. "실제 연습한 시간은 7시간이지만 고민한 시간까지 따지면 7시간이 아닐 수 있어요. 첫 음을 눌렀을 때 심장을 강타하면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속 같은 음만 치는 거죠."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2년이 흘렀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임윤찬은 "그때 연주는 제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콩쿠르라는 힘든 환경에서 제가 너무 딱딱했고 스스로 갇혀 있었다"며 "지금은 그때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하고 무대 위에서 약간의 여유도 생겼다.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달라져야 하고 그동안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좋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손에 무리가 와 해외 공연을 보름간 중단했던 임윤찬은 "1~2주 쉬니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피아노 치는데 지장이 없다. 다만 무리하면 또 아파질 수 있어 조절하면서 연습하려 노력한다"며 "새로운 곡을 익히는 건 좋아하는 일이라서 해외 투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6월 7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리사이틀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