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콘서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가장 빛나는 시간

21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공식 트위터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XH) 무대를 처음 본 건 2022년 여름이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 '헬로, 월드!'(Hello, World!) 쇼케이스에서 이들은 데뷔곡 '해피 데스 데이'(Happy Death Day)와 미니 1집 타이틀곡 '테스트 미'(Test Me) 무대를 연달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쇼케이스'를 여는 가수는 아이돌 그룹이 많고, 반주와 코러스를 비롯해 가수 목소리까지 함께 녹음된 라이브 에이알(LIVE AR) 음원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쇼케이스에서 미리 녹음된 목소리가 아닌 가수의 육성을 집중해서 듣는 기회는 드물다. 취재진을 초대해 처음 신곡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단독 콘서트' 느낌의 짤막한 공연을 펼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첫인상이 또렷했던 이유다.

첫 번째 월드 투어 후 5개월 만이었던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Closed ♭eta: v6.0) 마지막 날 공연이 21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단 1분의 지체 없이 시작해, 약 2시간 50분가량 이어진 공연에서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날 최초 공개한 신곡 '불꽃놀이의 밤' 가사처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가장 빛나는 시간은 콘서트구나, 하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 6년 만에 나온 밴드여서 데뷔 초부터 같은 소속사 선배 밴드 데이식스(DAY6)와 비교되곤 했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1998년생인 리더 건일을 제외하고 모두 2000년생 이후 출생자로 이루어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Z세대 밴드'를 표방했고, 평범한 소년이 '비범한 영웅'으로 변화하는 내용의 자체 세계관을 펼친 바 있다. 드럼, 키보드(2), 기타(2), 베이스까지 풍성한 악기 구성,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지난 19일부터 사흘 동안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고, '국내 공연 첫 매진'이라는 자체 기록을 썼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헬로, 월드!' 쇼케이스에서 리더 건일이 말했듯, 이번 콘서트에서도 엑스디너리만의 "강력한 록 사운드에 세련된 신스 사운드를 얹은 트렌디한 음악"을 만날 수 있었다. 제한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 테스트라는 의미의 콘서트 제목(클로즈드 베타)처럼, 관객들을 위해 첫 번째 정규앨범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수록곡을 최초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초반에는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 '프리킹 배드'(Freakin' Bad) '바이시클'(Bicycle) '맨 인 더 박스'(Man in the Box) '낙 다운'(KNOCK DOWN) 등 로킹한 사운드의 곡이 배치됐다. 4번째로 한 '잠꼬대'가 익살스러우면서도 살짝 힘 조절을 한 곡이라 그런지,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계열로 다가왔다. '프리킹 배드'의 준한 기타 솔로, '낙 다운'에서 자주 등장한 주연의 가성이 기억에 남는다.

질주는 계속됐다. 무척 오랜만에 무대에 올렸다는 '크랙 인 더 미러'(Crack in the mirror)를 시작으로 '에너미'(Enemy) '스트로베리 케이크'(Strawberry Cake) '서커 펀치!'(Sucker Punch!) '배드 케미컬'(Bad Chemical), 정규 1집 수록곡 '노 매터'(No Matter)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를 들려줬다.

드럼 소리로 시작하는 '에너미'는 노래 자체도 좋았지만 베이스, 기타, 드럼, 건반까지 모든 악기의 사운드가 저마다 잘 들리는 매끄러운 연주가 귀에 들어왔다. '워우워우워어' 하는 구간은 빌런즈(공식 팬덤명)와 떼창으로 소화해 현장의 열기가 올라갔다. 찢을 듯한 고음을 자주 요구하는 '스트로베리 케이크'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넓은 보컬풀에 안심하며 들을 수 있었는데, 팬들의 떼창마저 음역에 딱 맞아서 기대 이상의 안정감을 느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부터 '해피 데스 데이'까지 총 24곡 무대를 선사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타 솔로로 시작하는 '서커 펀치!'는 록 페스티벌에 세우기 딱인 노래라고 여겼다. 초반부 세트 리스트 중 제일 신나고 흥겨웠다. 이때는 6분할된 상단 화면에 멤버들의 모습을 띄웠는데, 개인의 연주 장면을 조금 더 크게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건일이 드럼 스틱 돌리는 장면은 상단 화면이 없었으면 놓쳤을지도 모른다.

정규 1집 수록곡 중 가장 먼저 공개한 '노 매터'(No Matter)는 보컬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구성이었는데 후반부 보컬들의 '실력 자랑'이 하이라이트였다. 건일이 마이크를 쥐고 노래하는 드문 곡이기도 했다. '머니 온 마이 마인드'에서는 드럼과 기타 연주가 빛났는데, 특히 준한의 속주가 짜릿했다.

공연에서 취향인 곡을 자주 발견한 구간은 후반부였다. 정규 1집 또 다른 수록곡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until the end of time)은 이날 공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차분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피아노 연주 아래 주연이 가창하는 마지막이 좋았다. 또, 오드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곡이기도 했다.

주연과 정수가 고음을 쏘며 마무리한 '굿 이너프'(Good enough)와 엑디즈의 록 발라드란 이런 것이구나 가늠할 수 있었던 '패러노이드'(Paranoid) 다음은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색달랐던 '꿈을 꾸는 소녀' 차례였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주제를 노래하는 '꿈을 꾸는 소녀'에는 "엄마 진짜 잘 해내고 싶은데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네요. 정말 꿈을 좇아온 이곳은 너무 차갑지만 그래도 버텨 볼게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30일 나올 정규 1집 '트러블슈팅' 수록곡 6곡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온은 '꿈을 꾸는 소녀' 무대 이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가온은 "확실히 나이가 드니까 눈물이 많아진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의 귀여운 야유를 받았다. "울어서 죄송하다"라고 한 가온은 "엄마 파트가 있는데 또 어머니가 (오늘) 와 계신다. 누가 했어도 이건 눈물 났을 거야"라고 말했다.

준한은 "'꿈을 꾸는 소녀'는 처음 곡을 받자마자 가사가 너무 좋다고 했다. 동시에 가사에 엄마 넣는 건 사기 아니냐, 그런 말을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하루 마치면서 침대 누울 때 내가 뭔가 안 되거나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잘 안될 때 위로받으면 어떨까 싶다"라며 "이 노래로 응원받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부터 '굿 이너프' '패러노이드' '꿈을 꾸는 소녀'까지의 구간을 두고, 정수는 "저희 발라드 구간 들으셨는데 어떠셨냐. 하드한 노래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지 않나? 멤버들도 록 스피릿을 잠시 내려놓고 맘속 깊은 곳에 있는 찐함과 슬픔을 내놨다. 사람이 살다가 영영 이걸 안 꺼내면 곪는다고 생각한다. 무대 할 때만큼은 바깥으로 표출시켜서 감정을 소화시킬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타와 드럼 연주가 두드러지는 부분에 귀를 기울이게 됐던, 청춘 드라마의 OST로 써도 손색없을 듯한 '어게인? 어게인!'(AGAIN? AGAIN!)과 전주부터 두근대는 감성을 탁월하게 살린 '플루토'(PLUTO), 콘서트를 마치고 난 후의 상황을 소재로 한 공감 가는 가사와 밝은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불꽃놀이의 밤', 힘차게 밀고 나간 도입의 기세가 훌륭했고, 사운드의 무게와 쨍함의 정도가 완화돼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던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까지. 이 네 곡은 이번 공연에 오지 않아 놓쳤다면 퍽 아쉬웠을 만큼 개인적으로 '취향 저격'인 곡이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건일, 주연, 가온, 오드, 준한, 정수.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세트 리스트상 마지막 곡이었던 '해피 데스 데이' 직전, 멤버들이 한 사람씩 소감을 이야기했다. 오드는 둘째 날 공연을 마친 후 새벽에 쓴 글을 읽어 내려갔다. 오드는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될 수 있게 항상 노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제가 여러분의 가수일 수 있게 돼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주연은 "뭐가 됐든 저희 공연을 와 주시고 저희 음악을 사랑하고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수는 노래를 들려주는 게 아니다, 관객이 우리의 노래를 들어주는 거다' 하는"이라며 "우리 최고의 힘이 되어주는 건 빌런즈니까 항상 곁에서 크나큰 사랑과 관심 부탁드린다. 우리도 멋있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가온은 "솔직히 저는 아직도 '헬로, 월드!' 쇼케이스 때랑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실력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이만큼 성장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신인 마음이랄까 설레는 것도 있는데, 저희 매진했다고 한다. 진짜 너무 감사드린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어 "다음부터 '매진 밴드'처럼 무대 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리더 건일은 멤버들이 "언제 끝나?"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긴 소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건일은 "이번 앨범 만들면서 우리 팀이 정말 너무 자랑스러웠다. 진짜 어떻게 이렇게 재능있고 잘생기고 멋있고 너무 착하고… '아, 진짜 언제 우리 동생들이 이렇게 많이 성장했지?'를 느꼈던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30일 정규 1집 '트러블슈팅'을 발매한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공식 트위터
준한, 정수, 오드, 주연 등 멤버를 하나씩 거론하며 소감을 전한 건일은 "너무 다들 멋있는 거 같다. 제가 23살일 때보다 지금 우리 친구들이 더 멋있고 성숙하고 어른 같은 사람인 거 같아서 제가 많이 배우는 거 같다. 우리 멋진 동생들과 열심히 멋진 최강 밴드가 될 수 있게 나아가겠다"라며 " 계속해서 더 멋있게 성장해서 세계 최강 밴드가 되는 그날까지 엑디즈 빌런즈 끝까지 열심히 사랑하고 이끌어가는 리더 건일 되겠다"라고 밝혔다.

준한은 "음악 하고 싶어가지고 열심히 그냥 달려왔는데 잘 재밌게 보러와 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멋지게 만들어 주신 무대에서 재밌게 놀 수 있었던 거 같다"라며 "이미 저는 할 말을 다 했다, 무대에서.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게 없다. 재밌게 보셨나, 그럼 저는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고 내려가서 부족한 게 뭐 있었나 체크하면서 더 좋은 무대 더 좋은 공연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준비하겠다"라고 부연했다.

정수는 "가수라는 길을 선택한 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이런 감정은 처음인데 나 진짜 잘한 거 같다"라며 "이번 앨범과 공연하면서 멤버들이 많이 성장했다. 이미 우리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준비하면서 더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라고 털어놨다. 정수는 "우리 엑디즈가 뭔가 콘서트라는 걸 해줄 수 있게 해준 건 여기 있는 빌런즈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제일 너무너무 고마운 건 빌런즈밖에 없는 거 같다"라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한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은 전석 매진됐다. '국내 공연 첫 매진'이라는 성과를 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30일 정규 1집 '트러블슈팅'으로 컴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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