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W 소속 밴드로 정식 데뷔한 지 올해로 5년. 데뷔 초만 해도 생소하게 느껴졌던 밴드와 밴드 음악은 2024년 현재 주목도도, 위상도 달라졌다. 7년, 5년 전 곡으로 음원 차트 역주행에 성공한 데이식스(DAY6)뿐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지닌 밴드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원위도 '밴드를 한번 각인시켜 보자' 하는 마음이 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만난 원위는 우선 1년 3개월 만의 컴백 소감을 전했다. 멤버 용훈과 강현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해 미니 3집 '플래닛 나인 : 아이소트로피'(Planet Nine : ISOTROPY)를 17일 냈다. 멤버 둘이 국방의 의무를 마쳤다는 것, 그래서 다시 5인 완전체로 뭉쳤다는 것은 원위에게 중요한 변화다.
하린은 "그동안 나눠서 활동하거나 쉰 적이 딱히 없었다. 그동안 자기관리도 하고 그동안 저희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드리면서, 또다시 완전체를 하려니까 너무 좋고 기쁘고 설레기도 하는데 굉장히 처음 만난 것처럼 약간 묘한 기분도 들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하린을 바라보며 용훈은 "울겠네, 울겠어. 울어라!"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동명은 "저희가 만난 지 한 10년째인데 각자 활동해 본 1년 반이라 우리 다 같이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던 거 같다. 이런 앨범, 음악, 활동해 보자고 한 걸 이루고 있는 것 같아서 굉장히 기쁘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걱정은 약간 되긴 하지만 전부 다 설렘이 커진 거 같다. 조금 더 마음도 여유로워졌고, 그런 점이 기대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용훈과 강현이 돌아온 후 처음 합주하던 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하린은 "제대하고 나서 합주했을 땐 너무 어색하긴 했다. 오랜만이라서"라고 답했다. 동명은 "합주 한 번, 수다 반 이런 느낌이었다"라며 "예전에는 뭔가 말랑하지는 못했는데 (인제) 장난도 치고 더 여유롭게 했다"라고 부연했다.
오히려 군 복무 중 멤버들을 초대해 합주했던 때가 괜찮았다고. 용훈은 "무대 하기 전 당일에 했는데 그때 되게 걱정했다. 오랜만에 해서 완전히 이상하게 하면 어떡하지, 하고. 많이 했던 곡은 완벽하게 잘 나오더라. 십 년 해서 오래 한 만큼 팀워크가 중요하구나 싶더라"라고 돌아봤다.
어린 시절 만나서 지금은 군대를 다녀온 멤버가 생겼을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기욱은 "원위로서는 5주년인데 저희는 옛날부터 봐왔기에 5년이란 시간은 길지만 약간 짧은 시간인 것 같다"라며 "시간 지나가는 것도 모르고 함께했는데 되게 뿌듯하기도 하고 앞으로 얼마나 같이 오래 할까 설레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멤버들과 같은 실용음악학원에서 만났다는 동명은 '징글징글'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시간이 흘러도 안 바뀌는 것도 있다. 동명은 "저희끼리의 개구짐, 짓궂음은 (처음) 그때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철이 안 들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도 조금 든다"라고 털어놨다.
강현은 무언가 생각난 듯 "군대에서 그런 게 있었다. 후임들이 '멤버들이랑 안 싸워요?' 하더라. 휴가 나가서 뭐 하냐고 했을 때 제가 거의 멤버들이랑 놀고 되게 친하다고 하니까. 그 질문을 받는 게 좀 이상했다. 약간 당연한 건데, 멤버들이랑 노는 게 당연한 건데 이걸 왜 신기해하지 싶어서"라고 말했다.
용훈은 "뭔가 의도한 건 아닌데 어떤 이야기, 서사라면 서사가 있는 것 같다. 뭔가 곡을 쓸 때도 룸메이트 곡이 나오는 거 같고, 말 그대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게 장점이라면 장점인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기욱이 "밥도 항상 같이 먹고 쇼핑도 같이한다"라고 하자, 용훈은 "샤워도 항상 같이한다"라고 한술 더 떴다.
다른 밴드와 평소와 교류하는지, 혹시 친해지고 싶은 밴드가 있는지 묻자 하린은 "데이식스 영케이 형님께 부탁을 드렸다. 드러머들끼리 친해지고 싶은데, 혹시 어떻게 연결이 가능하실까요, 형님 했더니 (영케이가) 흔쾌히 '어, 기다려 봐' 하고는 갑자기 연락처 주셔가지고 저보고 연락하라고 하셨다"라며 "최근에 조금 친해지려고 하는 단계"라고 수줍은 기색을 보였다.
기욱은 "밴드 중에는 루시(LUCY) 원상이 형이랑 친하다. 친해지고 싶은 밴드는 실리카겔(Silica Gel)이다. 항상 하루에 앨범을 돌려 듣는다. 저는 요즘 '류데자케이루'(Ryudejakeiru)만 계속 듣고 있다"라고 밝혔다. '류데자케이루'는 실리카겔이 지난해 12월 내 정규앨범 '파워 안드레 99'(POWER ANDRE 99)의 타이틀곡이다. 활동 때문에 실리카겔 콘서트에 가지 못했다며 기욱이 아쉬워하자, 용훈은 "아쉬워하네?"라고 되물어 폭소가 터졌다.
멤버 두 명이 전역하고 나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완전체 앨범이라는 점을 강조한 용훈은 "이번 앨범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2019년 데뷔했을 때보다는 인제 저희 원위를 알아봐 주시고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걸, 일상 속에서 느끼기도 해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대세가 되고 싶다"라고도 덧붙였다.
동명은 "데뷔 초에 기자님들이랑 인터뷰하면 질문이 '사실 밴드가 좀 생소한데 이 시장에서 어떤 목표가 있냐' 하는 거였다. 그때 답했던 게 '저희가 저희 이름으로 밴드를 알려보고 싶다. 메이저로 끌어올려 보고 싶다'는 거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기자님께서 질문해 주신 거 자체가… 밴드라는 하나의 장르가 K팝 시장에서 정말 톱(top)이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어 너무 뿌듯하다. 데이식스, 루시도 그렇고 다 같이 밴드를 한번 각인시켜보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밴드들이 이 시장을 여기까지 발전시켰다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아이돌이라는 장르처럼 대세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동명은 시상식 무대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는 목표도 덧붙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