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플래닛 나인 : 아이소트로피'(Planet Nine : ISOTROPY) 발매를 기념해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멤버 모두가 '완전체 컴백'을 기다렸고, 그 결과물인 새 앨범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RBW 소속이자 선배 가수인 마마무(MAMAMOO) 문별은 타이틀곡을 듣다가 본인에게 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을 정도다. 하린은 "별이 누나가 저희 밴드와 저희 스타일 노래를 너무 좋아하신다"라고, 용훈은 "누나가 너무 좋아해 주셔서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미니 3집은 '플래닛 나인'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상태는 바뀌어도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등방성'을 뜻하는 '아이소트로피'를 앨범 제목으로 삼았다. 동명은 "각자 자기가 제일 잘하는 음악,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보여준 것 같다"라고, 용훈은 "우리는 변하지 않고 항상 멋있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자평했다.
장비는 얼마나 업그레이드됐을까. 기타 두 대를 새로 장만했다는 용훈은 "저는 한 세 배 정도?"라고 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용훈은 "전역 선물한다는 느낌으로 저한테 투자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강현은 기타 두 대는 물론 기타리스트가 쓰는 이펙터라는 장비도 최신식으로 바꿨다. 역시나 군 적금 덕분이었다.
강현은 완전히 다른 장르에 쓰이는 기타를 샀다. 그는 "하나는 굉장히 범용적인, 록에도 발라드에도 쓸 수 있는 걸 했다. 하나는 록, 메탈에 쓸 수 있는 거로 바꿨다. 저희 원위 곡 들어보면 스펙트럼이 넓다. 원위 노래에 맞춰서 준비했다. 군대 있을 때 기타만 수십 수백 대는 찾아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용훈은 "저는 잘 몰라서 전적으로 전문가(강현)만 믿고 구매했다"라고 웃었다.
큰맘 먹고 산 새 악기가 손에 잘 익었는지 묻자, 강현은 "전역하고 한 시간 정도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손에 좀 안 익어서 살짝 실수도 있었고, 기타 톤 잡는 데도 살짝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완벽 적응을 해서 제 것이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이건 라이브 할 때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플레이(play) 없이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 다 앨범에 담았다. 6곡 중 5곡에 기타 솔로가 들어가는데, 테크닉적으로나 멜로디적으로나 굉장히 성장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부탁했다. 기욱도 "기타 솔로가 살벌하다"라고 거들었다.
타이틀곡은 '추억의 소각장'이다. 오랜만에 나오는 신곡이라 더 신경 썼다. 용훈과 기욱이 작사·작곡에 참여했고, 강현과 하린은 편곡에 참여했다. 팬과 대중이 좋아하는 '원위표 벅차오르는 노래'를 하자는 데 뜻을 모았고, 몰아치는 그리움과 후회를 가감 없이 표현한 노래가 탄생했다.
용훈은 "비트는 신나게 가되, 멜로디나 가사는 슬프게 가자고 했다. 이번 타이틀곡도 다행히 고렇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되게 만족한 기억"이라고 밝혔다. 기욱은 "1년 반을 쉬어서 이번 앨범이 저희 원위가 감을 되찾는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최종 마스터링까지 보니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더라"라며 "(앞으로) 조금 더 엄청난 앨범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독특한 제목은 맨 마지막에 나왔다. 기욱은 "곡 제목이 없었다. 용훈이 형이 저한테 훅을 한번 작업해 보라고 던져줬는데 마지막에 녹음하다가 뱉었던 단어가 '추억의 소각장'인데 들으면 들을수록 저는 괜찮았다. 형이 괜찮다고 해서 가사도 사운드도 이거(제목)에 맞게 약간 몽환스럽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용훈은 "처음엔 약간 생소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제목에 '소각장'이 들어가는 자체가 신박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그대로) 가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원위는 밴드인 만큼, 멤버들이 두루 곡 작업에 나선다. 공동 작업이 많은데 혹시 갈등은 없을까. 강현은 "원위가 장르 하나만 특정돼 있지 않고 굉장히 여러 가지 있는 게 각 멤버 곡 색깔을 서로 인정해 주면서 작업해서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저희는 좀 특이한 게 갈등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운을 뗀 용훈은 "'추억의 소각장'은 제가 시작해서 썼는데 웬만하면 멤버들이 제 의견을 따라준다. 저도 무조건 제 고집만 부리지 않고 조율하는 편이다. 기타 솔로 부분은 전적으로 강현이에게 맡겼고, 생각보다 저희가 음악성에서 부딪힘은 크게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용훈은 PD가 "확실히 좋아? 확실히 좋지?"라고 되물은 일화를 전한 후, "무너지면 안 되지 않나. '확실히 좋습니다' 하고 밀고 나갔던 것 같다. 애들한테도 다 물어봤다. '야, 이거 괜찮지?' 하고. 책임 전가하려고"라고 웃었다. 동명은 "형 말대로 회사한테 의견 낼 때 (팀이) 똘똘 뭉치는 것 같다. 오케이, 다 같이 밀어보자! 10년 보다 보니까 말 안 해도 편 들어주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을 비롯해 '슛 잇 아웃'(Shoot It Out) '한여름 밤 유성우'(Meteor Shower) '별 세는 너'(Count The Stars) '키스 인 더 레인'(Kiss in the Rain) '다시 만나서 반가워'(Pleasant)까지 총 6곡이 실렸다. 전 곡 멤버들이 참여했다. 원위가 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선'을 추렸다. 타이틀곡은 대표를 포함한 회사 의견과 멤버 의견을 다 청취해서 '베스트'를 뽑았고, 수록곡도 베스트 중 각자 의미가 있는 곡을 골랐다.
'추억의 소각장'은 용훈이 전역한 후 올해 1월에 바로 쓴 곡이고, '별 세는 너'는 군대에서 썼다. 용훈의 표현을 빌리면 "군대 하늘을 바라보면서" 쓴 곡이다. 가사는 군 복무 중에 썼고, 멜로디는 전역하고 나와서 완성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 J팝스러운 곡을 좀 넣고 싶었는데 타이틀곡이랑 '별 세는 너'가 그런 식으로 접근한 곡"이라며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동명은 당초 솔로 앨범에 넣을 계획이었던 '키스 인 더 레인'을 이번 앨범에 실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데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다가, 멤버들과 함께하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동명은 "작년에 써 놨는데, 이번에 멤버들이 완성해 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멤버들이랑 재즈를 해 보고 싶었다. 자칫 딥(deep)할 수도, 생소할 수도 있는 장르를 멤버들이랑 가볍게 풀어보고 싶었다. '키스 인 더 레인'으로 말하고 싶은 주제의 시작은 이거였다. 10년 활동하고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시간도 있지 않나. 그렇게 비가 와도 우리는 웃으면서 춤추고 음악 하면서 연주하자는 뜻을 말하고 싶었다. '플래닛 나인' 앨범이다 보니 비에 비유해서 작업했다"라고 소개했다.
음원 차트 100위권에 진입한 게 최고 성적이라는 원위의 이번 활동 목표는 '추억의 소각장'으로 10위권에 드는 것이다. 용훈은 "음원 차트 꼭 10위권에는 들어가고 싶고 이번에도 콘서트 준비 중인데 이번 앨범을 계기로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이 더 많이 생겨서 좀 더 큰 공연장으로 가 보고 싶다"라고 바랐다. 조금 더 자세한 장소를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동명은 "잠실 그 어딘가…"라며 웃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