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만남을 전격 제안하고, 이 대표가 화답하면서 다음 주 용산에서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갖는 '영수회담'으로, 협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테이블에 오를 의제가 주목되는 가운데, 물밑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이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약 5분 동안의 통화에서 먼저 이 대표 및 민주당 후보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했다. 이어 만남 제안과 함께 "일단 만나서 소통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자주 만나 차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또 통화도 하면서 국정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저희가 대통령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남 제안 역시 환영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화답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통화는 이관섭 비서실장이 오후 1시쯤 이 대표 측 천준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서 제안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실은 (후임 총리 및 비서실장) 인사가 조금 빨리 이루어졌으면 통화도, 만남 시간도 빨리 이루어졌을 것 같다"며 "인사 때문에 조금 늦어진 감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인사 때문에 한없이 늦출 수 없기 때문에 통화하게 된 것이고 그런 상황을 대통령께서 이 대표에게 설명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현재까지 이 대표와의 회담을 갖지 않았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인 이른바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이며, 여야 대표가 만나 국회 내 핵심 사안들을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임기 내 여소야대 지형이 확정되면서 야당과의 소통 필요성이 제기됐다. 총선 이후 대통령실은 영수회담과 관련 준비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바 있다.
이 대표는 계속해서 만남을 요구해왔다. 지난 12일 현충원 참배 후에는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국정을 책임지고 계신 윤 대통령도 야당의 협조와 협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3대(교육·연금·노동) 개혁 및 정부 정책, 새 국무총리 임명까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면 소통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로서도 국정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협치를 통해 대안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에서 만남 제안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尹, 취임 후 첫 李와 만남…무슨 의제 오르나
윤석열 정부 첫 영수회담인 만큼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나 3대 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의 경우 이날 유튜브로 중계된 '당원과의 만남' 생방송에서 "전국민 지원금 문제도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내놓은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제안 논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민생 개선책, 제도 개혁, 개헌 문제도 최대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문제, 윤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지만 민주당 단독으로 최근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여야 간 민감한 의제도 상당한 가운데, 논의 대상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제 제안을 했으니까 양쪽 비서진에서 서로 협의를 해서 시간과 대화 의제 등을 필요하다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통화에서 후임 총리 인선에 관한 양해나 협조 요청이 없었는지에 대한 물음엔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