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의사도 없는데"…전남 공보의 잇단 차출로 의료공백 '심화'

올해 신규 배치 229명으로 지난해보다 38명 감소
전공의 이탈에 공보의 40여 명 차출…보건소 120여 곳 순회진료 이뤄져
전남도, "추가적인 차출 요구된다면 거부할 수밖에 없어"

일반 진료 공중보건의가 차출된 전남 화순군의 도암면보건지소. 차출된 공중보건의의 책상. 김한영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생긴 진료 공백을 정부가 의료 사각지대인 전남 등의 공중보건의 차출로 메우면서 농어촌 의료 현장의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올해 전남으로 신규 편입된 공보의는 총 229명으로 지난해 267명보다 38명이 감소했다. 의과 공보의 가운데 유출 인력은 3년의 근무를 마친 72명과 다른 시·도로 근무지를 옮긴 52명 등 총 124명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이달 11일부터 새로 유입된 인력은 86명에 불과하다. 의대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난 데다 현역병 근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면서 36개월을 복무하는 공보의 지원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등이 사직하면서 지난달 전라남도의 공보의 45명이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국의 대형 병원으로 차출됐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 3월 20여 명의 공보의가 1차 차출돼 이달 8일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4주가 더 연장됐다. 이후 지난 3월 25일 2차 차출된 20여 명은 파견 기간이 오는 5월 중순까지 한 달여 가까이 연장됐다.

전남 보건소 가운데 의과 공보의가 없어 순회진료가 이뤄지는 보건소의 숫자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4곳에 순회진료가 이뤄졌는데, 올해 81곳에 의과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대란으로 인한 공보의 파견 인력까지 더해지면서 순회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전남 보건지소는 120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료원 1곳과 보건지소 12곳, 보건진료소 18곳을 운영 중인 완도군 보건의료원은 인력 차출로 인한 의료 공백이 심각하다. 완도군 보건의료원 관계자는 "이번에 신규 공보의는 2명이 줄었고 의료 파견으로 3명이 빠졌다"며 "신규 인력보다 더 많은 파견인원이 나가 공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섬 지역을 포함한 의료 취약지역 지역부터 공보의를 우선적으로 파견했다고 전했지만 신규 인력 감소에 파견까지 겹치면서 공보의 1명이 여러 보건소를 순회 진료하면서 의료 공백과 진료 차질은 계속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추가 파견을 요구한다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병역법에 의해 지정된 공보의 외에 추가로 인력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며 "이 상황에서 의료 대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보의의 추가 차출을 요구한다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보의 숫자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병역법의 개정이나 법률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열악한 상황임이 알려질수록 더 의료취약지역 공보의로 오지 않으려는 움직임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의정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전남 농어촌 주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의료 인프라가 비교적 갖춰진 광주의 경우 각 구청 보건소가 건강증진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돼 별다른 의료 공백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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