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쿠팡이 내 도파민을 채굴해간다"

도파민 찾아다니는 '도파밍' 뜨는 이유
청년층이 자극 추구? 중독은 환경 문제
24시간 쇼핑·콘텐츠 소비 가능해진 시대
아마존과 쿠팡, 커머스에서 OTT로 확장
소비자의 도파민이 빅테크의 자원으로
다양한 활동 가능한 환경에선 중독 안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철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올해의 키워드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게 바로 '도파밍'이었거든요. 이게 '도파민'과 '파밍'의 합성어예요. 끊임없이 도파민이 분비되는 쾌락이나 즐거움을 우리가 찾아다닌다는 뜻인데 모두가 도파민 터지는 걸 찾아다니는 이유가 뭘까 싶어요.


◆ 손희정> 요즘에 재미있는 것이 없으니까 청년들이 자극적인 거를 추구한다는 식으로, 쉽게 기사들을 쓰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중독이라고 하는 건 한편으로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거기도 하거든요.  제가 <도파민 네이션>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요. 우리가 보통 얘기할 때 담배와 마리화나가 있으면 마리화나가 중독이 훨씬 더 적다, 담배가 훨씬 더 중독에 있어서 위험하다는 식으로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게 어떤 착시 효과 때문이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담배는 훨씬 더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이 쉽게 되고 마리화나는 구하기 어려우니까 중독이 덜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중독이라고 하면 정확하게 환경 문제라고 얘기하거든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디지털 중독이든 게임 중독이든 도박 중독이든 다양한 중독들이 사람들에게 잘 노출되게 만들어 놓은 환경이라는 걸 고민하게 되죠.

◆ 김만권> 우리가 디지털에 쉽게 빠지는 이유가 가장 빨리, 가장 값싼 비용으로 소비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도파민은 쇼핑할 때도 나오잖아요. 또 디지털 같은 경우에는 가장 값싼 비용으로 소비에 접근할 수 있고요. 우리가 온라인에서는 24시간 다 열려 있죠. 접근이 늘 가능하고, 어디든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들이 다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중독을 이야기할 때 디지털 중독이 가장 광범위하고 넓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접근성과 비용에 있어서 디지털을 따라올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죠.

◇ 채선아> 저는 도파민이라고 했을 때 최근 인기를 끈 연애 프로그램들이 생각났거든요. <나는 솔로>라든지 <환승 연애> 이런 프로그램이 도파민 프로그램이라고들 했어요.


◆ 손희정> 굉장히 자극적이라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거죠. 그럳네 그런 식의 자극을 주는 건 새로운 문화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김치로 뺨을 때리는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라거나, 얼굴에 점을 찍고 나와서 다른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막장 드라마부터 시작해서, 미디어에는 굉장히 자극을 주는 콘텐츠가 과거에도 많았잖아요.

최근엔 '도파민 자극제' 혹은 '도파민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거든요.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한 말이기는 해요. 우리가 숏폼에 중독이 될 수도 다른 거에 중독이 될 수도 있지만 도파민에 중독되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도파민이라고 하는 건 중독을 가속화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이지 도파민 자체가 중독 물질인 건 아니니까요.

◆ 김만권> 적절한 도파민이 분비되어야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어요.

◇ 채선아> 없으면 안 되고요.

◆ 손희정> 도파민이라고 하는 건 뇌의 보상 체계 안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신석기 시대 이럴 때는 6시간씩 걸어다녀서 과일을 하나 찾아서 먹고 사는 거잖아요. 도파민이 우리를 살게 했었던 신경전달 물질인 거예요. 6시간을 움직이는데 내가 이 과일을 발견할 거라는 기대가 없으면 그냥 굶어 죽는 거죠.

문제는 요즘 같은 현대 사회는 1분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에서 온갖 알록달록한 예쁜 포장지에 들어있는 맛있는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그냥 핸드폰만 딱 열어도 20초에 한 번씩 도파민이 터지잖아요. '그다음에 뭐 나오지?' 사실은 너무 도파민이 빠르고 쉽게 터져 나오게 되어 있는 이 환경이 문제죠.

초창기 산업자본주의 때는 우리가 물건을 통해서 필요를 소비했거든요. 그러니까 필요한 걸 산단 말이에요. 그런데 60년대가 되면 상품 너무 많아지고 필요는 이미 다 충당돼버려요. 그다음부터 이미지를 소비하게 만들어요. "이효리가 썼대" "노트북은 역시 OO이지" 똑같은 물이 있어도 명품으로 광고되는 걸 마신다든지, 이렇게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1990년대까지 가요.

그런데 이미지 소비도, 사람들이 깨있는 시간만 소비하다 끝나면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뭐가 시작되냐면 중독을 디자인하기 시작하거든요. 24시간 내내 계속해서 뭔가를 보고 소비하게 만드는 중독 사회의 상징적인 요소 중에 하나가 장바구니라는 거예요. 돌아다니면서 장바구니에 물건 넣잖아요. 그러면 그 물건들이 장바구니 안에서 24시간 내내 날 기다리고 있는 거죠. 다시 들어가서 결국 구매할 때까지.


◆ 김만권> 탈산업사회의 다른 이름이 결국은 소비 사회고요. 우리가 지속적으로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라고 했을 때, 탈산업사회에서부터는 욕망을 소비하는 시기잖아요. 이 욕망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계속 나오게 하고 넓게 퍼지게 만드는가 이야기했을 때 도파민의 역할을 발견한 것 같아요.

저는 도파민 중독이 이 모든 맥락에서의 핵심,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건 디지털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모든 것을 소비할 수 있는 우리의 욕망과 통로를 24시간 열어놓고, 멈추지 않는 시간 동안 모든 곳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거죠.

그런데 욕망을 어떻게 소비하느냐 라고 하면, '작은 티셔츠 한 장 사기' 이런 거로 소비해요. 소소하게 소비하는 건데 그런 것들을 장바구니 안에 담아두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장바구니 안에 담아두고 나중에라 생각이 나면 거기 가서 다시 보고 또 구입하고요.

◇ 채선아> 요즘에 마케팅 업계에서는 '도파민 마케팅'이라는 게 키워드가 될 정도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소비하고 도파민은 결국에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 손희정> 새로운 마케팅이 등장했다기보다는 이미 있었던 걸 도파민이라고 하는 트렌드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포장지만 바꾸고 있죠. 도파민 중독이라든지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얼마나 디지털 기기에 접속된 상태로 이 세계에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문제이지 대단히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 아닐 수도 있어요.

◆ 김만권> 저는 디지털 기술이 지속적으로 욕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있어서 특히 시각적인 욕망을 계속 충족시키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인 대표적인 사례가 아마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존이 처음엔 서점으로 출발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커머스로 진환하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제 같은 게 생기면서 79불로 처음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이게 조금 진행되고 사그라들 무렵에 갑자기 OTT 서비스를 시작하죠. 처음에 OTT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도대체 아마존에서 OTT를 왜 하는 거야' 생각했는데요. 그 서비스를 시작하고 회원들이 확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거든요.

결국은 도파민이라고 말하는 우리의 욕망 같은 것들이 지속적인 소비의 욕망이 튀어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들이 디지털 산업이 유지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요. 그리고 우리가 뭔가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한, 디지털 기술은 늘 거기 대응할 자세가 갖춰져 있는 거죠. 또 아마존만 이렇게 하고 마나 생각했는데 우리나라는 쿠팡이 같은 방식으로 가고 있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그런 중독이나 소비로부터 거리를 둬보겠다고 해도 스마트폰 여는 순간 다 나오잖아요.




◆ 손희정> 도파민을 잘 활용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는 건 빅테크들인 거예요. 그런데 소소한 커머스들이 '도파민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건 사실은 새로운 마케팅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고민을 확실히 해야 될 것 같고요. 디지털 경제 안에서 우리의 24시간은 조각조각이 난 상태로 엄청나게 빅테크에 의해서 채굴되고 있는 거죠. 우리의 도파민까지 그들의 자원으로 채굴되는 상황. 디지털 기기 안에 머물면서 아마존에서 구매하고 아마존 OTT 보고 장바구니 확인하면서 생체 정보까지 다 아마존한테 넘겨주는 셈이거든요. 그럼 이게 아마존한테만 넘겨주겠는가, 우리나라의 기업들에게도 넘겨주고 다 그렇게 하는 거죠.

◇ 채선아> 오프라인에서도 좀 그런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거든요. 요즘에 체험형 메가 스토어라고 해서 몰에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길어지기 시작했거든요.

◆ 손희정> 디지털 세계에서의 중독이라고 하는 건 숏폼을 활용해 단타로 중독시킨다면,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식인 거잖아요. 재미있는 대안적인 상상력으로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캐나다에서 행동심리학 연구하는 학자가 쥐 공원 실험이라는 걸 해요. 쥐한테 모르핀이 들어간 물을 먹여서 중독을 시키는 거죠. 아무런 환경이 없을 때 자기가 혼자 있으면 그 모르핀 물을 계속 마신다는 거예요. 그런데 쥐가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놀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주면 모르핀 물을 안 마시더라는 거예요. 환경이 달라지면 중독 물질은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거라서 다양한 활동들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성일 수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어떤 공간이라는 건 물론 상품 소비를 위해서 디자인되는 거긴 하지만, 그 공간에서 내가 물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굉장히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다면 세상과 단절된 상태로 디지털 공간에 갇히는 것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잖아요. 재미있는 다른 예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에 대해서도 물론 지갑을 열어야 되지만 (웃음)

◆ 김만권> 그 부분이 핵심인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 나가면 우리가 결국 지갑을 열어야 된다는 것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부담으로 올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지 않고도 도파민을 분비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있을 거예요.

◆ 손희정> 하지만 전자 지갑을 열죠. (웃음)

◇ 채선아> 한편으로는 반작용이라고나 할까요? 도파민 중독을 경계하는 지적도 요즘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쾌락의 반작용으로 고통이 찾아온다고 하는데, 그럼 끊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끊을 수가 없어서 문제예요.


◆ 손희정> 코쿤 씨가 썼던 기계, 박스 안에다가 핸드폰 넣어놓는 금욕 상자를 봤는데 저는 그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시간을 정해놓으면 망치로도 안 깨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중요한 전화가 갑자기 오면, 예를 들면 어머니 아버지가 나이가 드시니까 긴급한 연락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저거는 저는 정말 못 사겠다 생각했어요.

◆ 김만권> 저도 디지털 디톡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여러분 여행 같은 데 어디 한번 가셔가지고 한적한 길 걷거나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거나 그러면 그때 이게 훨씬 더 좋은 거구나라는 걸 금방 느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은 뭐냐 하면 그 장면을 굳이 꼭 사진을 찍어서 내가 SNS에 올려야 한다면 그거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이나 이런 것들을 만나보시면 이게 진짜 좋은 거구나라는 게 느껴지고요. 제 경험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이야기가 우리를 좀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주고, 굳이 내가 핸드폰을 열지 않아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라는 걸 알게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손희정> 저는 진짜 2008년부터 트위터 중독으로 시작해서 한 10년 동안 정체성이 트위터리안이었거든요. 그래서 3분마다 한 번씩 내가 하는 생각을 트윗에 올리는 실험을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왜냐하면 초창기에는 '웹 2.0' 이런 이야기하면서 트위터나 SNS를 통해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라는  완전히 기술 유토피아적인 청사진을 한국의 진보적인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던 때가 있었거든요.

◆ 김만권> 그것뿐만 아니라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사실은 그 지점을 공유하고 있었죠. 2010년대 초반에 아랍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혁명이 시작되었고요. 그것들이 아랍의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아랍 지역의 민주주의가 한참 불어닥쳤던 시점이 있거든요. 그걸 저희들이 아랍의 봄이라고 부르고 그 출발이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이었죠.

제 수업에서 이걸 소개했을 때 이집트에서 온 학생이 있었는데요. 지금 중동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진짜 집에 가서 자기가 접속을 해서 본국에 있는 친구들과 접속하고 이러면서 저한테 이메일을 보냈어요. 수업을 2~3주 못 나간다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죠.

◆ 손희정> 고통스러운 건 그렇게 하면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 정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전으로 이어지단 말이에요. 그 이후로 미디어 유토피아적인 관점을 가졌던 사람들이 '미디어는 우리를 해방시키지 못한다. 우리가 미디어를 해방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10년 뒤의 결과는 도파민 중독과 SNS 중독으로 귀결되어 있다는 게 고통스럽죠. 그 한가운데에서 2016년에 트럼프 당선을 보게 됐고요.

◆ 김만권> 생각해 보니까 그 시절에 학생들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활용한 민주주의 이런 거 이야기하고 수업 시간에 정말 많은 학생들이 그걸로 페이퍼 내고 그러면서 새로운 민주주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시절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희들이 도파민 중독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 손희정> 저도 요즘에 도파민 디톡스, 디지털 디톡스 하려고 노력해요. 왜냐면 이걸 끊었을 때 실제로 몸이 아파요. 도파민이 생기를 주는 신경전달 물질이잖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자극은 점점 높아져야 되고 이 높은 자극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도파민이 안 나온단 말이에요. 그럼 생기를 잃어요. 그리고 몸이 아픕니다.

◇ 채선아> 쾌락과 고통의 시소 같다고 하더라고요.


◆ 손희정> 쾌락을 얻은 만큼 고통이 올라가게 되는 상태여서, 저는 요즘에 직장동료의 권유로 유튜브 시청 기록을 남기지 않는 식으로 설정을 바꿨어요. 그러면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아요. 그래서 유튜브가 구글처럼 그냥 검색창만 뜨거든요. 그냥 켰을 때 바로 콘텐츠가 뜨는 게 아니니까 한 단계라도 사고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고, 또 하나 도파민 연구하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건 냉수욕이에요. 찬물로 목욕하면 죽을 거라는 공포를 몸이 느끼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관련된 신경 전달 물질이 나온대요. 그래서 다른 중독들을 상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독이 냉수욕이다. 그런데 저희 집에서는 그렇게 추운 물을 구현할 수 없잖아요. 겨울에 했다가 감기에 걸리고 너무 고생을 해서 포기했어요.

◆ 김만권> 저는 오늘 이야기하다가 디지털 중독인 것을 깨달았는데 주변에서는 너무 스마트폰을 안 본다고 뭐라 그러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연락을 했는데 왜 안 왔어? (웃음)

◇ 채선아> 얘기를 듣다 보니까 우리가 유튜브가 없던 시절, 뭔가 이런 자극이 덜했던 시절이 언제였나 생각이 나질 않아요. 몇 년 사이에 엄청 일상을 파고든 것 같아요.

◆ 손희정> 그렇죠. 특히나 유튜브가 어느 순간 숏폼에 매진했던 시기가 있거든요. 틱톡이 하는 걸 보면서 숏폼이 돈이 된다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숏폼이 없었던 시절을 우리가 기억할 수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유튜브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우리의 삶의 양식 자체를 디자인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사소하지만 혁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김만권> 디지털 중독, 도파민 중독이 우리한테 없애버린 것 중에 하나가 기다림인 것 같아요.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들이, 저는 인간에게 주는 어떤 기대감이나 이런 것들이 엄청 크다고 생각하고요. 하나의 예를 들자면 재밌는 드라마 한 편으로 다음 주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것도 아니죠. OTT에서 나오는 드라마들은 8회씩 쏟아져 나오고 한꺼번에 다 봐야 되고 마치 만화로 치면 만화가 전권이 다 나오는 거죠.

◇ 채선아> 네. 여기까지, 도파민 중독과 디지털 디톡스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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