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견제 나선 홍준표…尹 업고 '당심 100%' 당권 도전?

尹-홍준표 16일 만찬 회동…洪 '反한동훈' 행보의 배경
洪 총선 당선된 TK의원들에 일일이 축전…'세력화' 나서나
수도권 목소리 내는 가운데 '당원 100%' 룰 개정 관건
洪 vs 韓 빅매치 불발시 수도권 vs 영남권 매치로

홍준표 대구시장·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대구시 제공·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실시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친윤계의 견제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을 하는 등 친윤계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반(反)한동훈' 연대를 형성해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시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비율을 둘러싼 전당대회 룰 개정을 놓고 "당 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100%로 하는 게 맞아 보인다"고도 밝혔다.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 세력은 윤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셈법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내 쇄신파를 중심으로 최소 민주당의 민심 반영 비율(30%) 이상으로 경선 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홍 시장이 현직 지자체장이라는 점까지 당권 도전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용산 만찬에 TK의원 축전까지…'반한 연대' 가속화

용산 만찬은 홍 시장과 한 전 비대위원장 측과의 기싸움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끈다. 2022년 대선 당시 경쟁자로 만났던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이후 지자체협의회 등 업무적인 자리를 통해 조금씩 앙금을 털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서 인적 운용에 대해 조언을 구했고 홍 시장은 국무총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비서실장에 장제원 전 의원을 추천할 정도로 가까워졌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4·10 총선 참패 이후 인적 쇄신 차원에서 국무총리에 문재인정부 시절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을 지냈던 박영선 전 의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무총리 기용설과 관련해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드러냈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홍 시장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해 여권 내에서 홍 시장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대항마로 보는 시각도 생겨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집권 말 권력 누수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당내 우군이 필요하고 홍 시장도 친윤계의 지원 사격에 당권을 잡는 데 성공하면 이를 발판삼아 차기 대권까지 노려볼 수 있다.
   
연합뉴스

앞서 홍 시장은 총선 국면부터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셀카나 찍으면서 대권놀이나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연일 비토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친한계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홍 시장을 개에 비유하며 "차기(대권)에 대한 고려 속에서 (한 전 위원장이) 경쟁자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 양측 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홍 시장은 용산 만찬이 알려진 뒤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 집권당 총선을 사상 유례없이 말아 먹은 그를 당이 다시 받아 들일 공간이 있을까"라고 계속 날을 세우고 있다.

홍 시장은 TK(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의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총선 직후 당선인들에게 축전도 보내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은 또 "당 대표 선거는 당원 투표 100%로 하는 게 맞아 보인다. 당 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원들만 선거권을 갖는 잔치가 되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며 TK를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이후 수도권 쇄신파는 개정을, TK를 중심으로는 '당원 100%' 룰을 고수하는 쪽으로 나뉘어있는 상태다.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당원 투표 100%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논의 테이블에는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8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룰에서 '당원 100%'로 룰을 바꿨다. 당내에서는 민심과 괴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친윤계 후보 당선을 염두에 두고 룰은 결국 바뀌었고,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김기현 당시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룰 개정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명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 정당'이 됐다는 민주당에서조차 '권리당원 70%, 국민·일반당원 30%' 방식으로 선출된다는 것이다. '험지'인 서울 도봉을에서 당선된 김재섭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이 잔치를 치를 만한 여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향적으로 (당원과 일반국민 비율을) 5대5까지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현행 룰을 고수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한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대선이 아닌 당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뽑는 데 주주가 아닌 사람한테까지 의결권을 주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홍 시장의 '당원 100%' 발언은 '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TK 세력과 친윤계의 지원이 함께 이뤄지면 당권과 차기 대권까지 석권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최저치(27%)를 찍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는 67%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영향력이 강하다. 보수 진영 내 긍정 평가도 60%에 육박한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4.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쇄신파 세력화 시도에, 韓 복귀 촉구 화환까지 '산 넘어 산'

17일 오전 국회 헌정회관 앞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다만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견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총선 과정에서 생긴 '팬덤'은 홍 시장의 당권 도전에 큰 부담이다. 총선 직후 국회 헌정회관 앞에는 '조금만 쉬고 돌아오세요', '한동훈 없는 정치는 미개하다',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돌아오실 때까지 서서 기다릴게요' 등 응원 문구가 적힌 화환이 즐비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태극기 세력이 조직적으로 보내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보내고 있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이 확실히 당내 입지를 다졌다는 시각이 더 크다.

한 총선 당선인은 CBS노컷뉴스에 "초·재선 의원들은 한 전 위원장 역할이 남아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비슷하다.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아쉬움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대선 후보로까지 나섰던 홍 시장이 입당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한 전 비대위원장과 맞대결을 펼쳤다가 패배하면 향후 재기가 힘들어질 정도로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홍 시장과 한 전 비대위원장 간 빅매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로 재편될 수 있다. 격전지에서 생환한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을 필두로 한 쇄신파 세력 역시 만만찮다.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출마할 시 높은 인지도와 보수 지지자들 사이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의 대항마로는 경남 양산을로 지역구를 옮겨 힘겹게 승리한 김태호 의원, 대구에서 6선 고지에 오른 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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