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이후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 인선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인적 쇄신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주에는 교체 인선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이 술렁였던 야권 인사 기용설은 여진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총리 후보로 거론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협치가 긴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8일 외부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 인선에 대한 막판 장고에 들어갔다.
4·10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한덕수 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등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 인선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적 쇄신을 더는 지연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 여소야대 지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사의 주요 고려 사안은 정무 감각과 소통 역량으로 전해졌다. 인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경우 19일 발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사 윤곽은 알 수 없다"면서도 "이번주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비서실장 후보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정진석, 장제원, 이정현 전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찬 회동을 하며 김한길 위원장과 장제원 의원을 각각 총리와 비서실장으로 추천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홍 시장은 어려운 시기인 만큼 비서실과 내각을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무 감각이 있고 충직한 인물, 총리는 야욕이 없고 야당과 소통이 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검토된 바 없다"며 공식 부인했지만 야권 인사 기용설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총리와 비서실장 후보로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정치권은 요동친 바 있다. 양 전 원장은 "뭘 더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박 전 장관, 양 전 원장과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너무도 중요한 시기여서 협치가 긴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두 도시 이야기'처럼 보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디킨스의 역사소설 '두 도시 이야기' 서문을 인용한 것이다. 협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총리 제안이 온다면 수용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과, 현재 양극단의 정국 상황을 감안할 때 상대 정파의 입각 제안을 수락하기 어렵다는 점을 완곡히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체류 중이던 박 전 장관은 이번 주말까지 일본에 머문 뒤 다음 주에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번 주 인선을 단행한다면 다음 주 본격적으로 공개 일정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비서실장 인선과 함께 정무수석 교체 등 대통령실 후속 인사와 조직 개편 등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