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죄냐"…재향군인회 내부고발인 '징계성 인사' 논란

경기도재향군인회, 안양 사무국장 대기발령
3년 전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등 사유 제시
인사 조치된 A국장은 시회장의 비위 고발인
회장 측근 진정 등 토대로 한 보복성 논란
A국장 "일방적 중상모략, 사유들도 부적절"
법률 자문 완료…지노위 제소 등 강력 대응
경기도회 "정당한 근거에 따른 인사권 행사"
"최근 확인 사안으로 징계 아닌 인사 단행"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로고. 재향군인회 홈페이지 캡처

경기 안양시재향군인회 현직 회장의 비위 행위를 집중 고발해온 내부 직원이 대기발령되면서 '보복성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시회장 비위 들춰낸 사무국장…대기발령에 '보복 인사' 논란

 
1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경기도회는 안양지회 사무국장 A씨를 직위해제하고 보직대기 명령을 내렸다. 지난 15일자 인사다.
 
사유는 △선거관리규정 위반 △임직원행동강령위반 △향군명예 실추 등 3가지다. 3년 전 안양시재향군인회 회장 선거 기간, 선거관리위원회 간사 지위로 특정 후보(당선인)를 도와 '선거사무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보직대기 상태인 A국장은 일정 기간 안에 기존 보직 회복과 전출 여부 등이 결정된다. 인사 사유에 대한 후속 검토·조사 등을 거쳐 징계(해임 포함)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A국장이 해당 선거에서 당선돼 시회장을 지낸 B씨의 위법 행위(위장전입)를 비롯한 각종 향군규정 위반 행위 등에 대해 법정 증언은 물론, 내부고발에 앞장서온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사가 조직내 '괘씸죄'를 물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것.
 
실제로 A국장은 B씨가 회장 시절 안양시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내용 등 비위 행위에 대해 지자체 조사와 내부 감사에서 적극 증언하는가 하면, B씨의 위장전입 사건과 관련해서도 재판 증언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해 5월 9일 안양시재향군인회는 안양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안보현장 견학'을 진행했다. 당시 시재향군인회장은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자 제공

B씨의 위반 내용은 안양시 보조금 지원사업인 제주도 안보견학계획 미준수(회장 가족·지인 등 비회원 다수 참가)와 안보강의 미실시 강사료 지급 등이다. CBS노컷뉴스의 연속 보도에 이어 실시된 재향군인회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후 B씨는 입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위장전입한 혐의(주민등록법 위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뒤, 지난달 25일 재향군인회 본회로부터 해임됐다. 확정 판결 후 두 달여 만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B씨의 범죄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재향군인회 징계가 곧장 이뤄지지 않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같은 과정에서 재향군인회 내 B씨 측근 등 10여 명은 A국장의 지시 불이행 등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도회에 제출했다. B씨에 대한 내부고발을 지속해온 인물을 겨냥한 것으로, 이번 인사 조치와도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A국장 "중상모략 진정+도회 자의적 판단"…법적 대응

 
이에 A국장은 B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향군 관계자들의 일방적 진정에 대한 처리와 인사 조치의 절차·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보직을 해제할 정도의 강도 높은 인사를 내면서 인사 사유에 관한 구체적인 대면조사와 세밀한 사실 관계 확인이 이뤄졌느냐다. 자신에 대한 특별감사가 이뤄지긴 했으나, 이번 인사 사유에 해당하는 사항들에 대한 심도 있는 면담이나 소명 절차조차 없었다는 게 A국장 측 주장이다.
 
또한 B씨의 위장전입 행위에 대해 관련 사실을 사전 인지하고도 그를 도왔다는 도회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국장을 맡은 지 2~3개월 된 신입으로서 B씨의 주소지 문제나 입후보 자격을 평가할 지위에 있지 않았던 데다, 확정 판결을 통해 뒤늦게 위법 행위가 명백해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더욱이 안양시재향군인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 심사에서 관련 의혹을 논의하고도 정상적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년이 지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건 시점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선거 때 B씨만을 도왔다는 도회 판단에 대해서도 자신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권한이 없었고, 두 후보 모두의 대의원(선거인) 신청 등에 대해 절차에 맞춰 균등하게 선거사무를 봤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인사 사유가 규정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법률 자문을 마친 A국장은 경기도지방노동위원회 제소와 국가권익위원회 진정을 시작으로 인사처분 취소소송을 추진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A국장은 "당사자에게 사전 통보를 하거나, 문제 행위로 지목한 사항들에 대해 명확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진정인들이 중상모략해 제출한 일방적 주장에 대해 진실 여부도 제대로 가리지 않고 인사 처분했다는 점에 대한 법적 판결을 받겠다"고 밝혔다.
 
또 "도회 감사에서 '솔직하게 모든 것을 편하게 말해 보라'는 얘기를 듣고 직전 사무국장이었던 B씨와 처음에는 협조적으로 지냈다는 의미로 답변했던 것들을 두고 마치 한쪽 후보만 도와줬던 것처럼 확대 해석을 해 징벌 명분을 만들어낸 것 같다"며 "국가 수호 법정단체로서의 자부심을 지키려 비위를 폭로했던 것인데, 무엇이 향군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경기도재향군인회 "정당한 사유로 인사권 행사" 전면 반박

 
반면 재향군인회 경기도회 측은 인사권자인 도회장이 합리적인 사유를 근거로 징계가 아닌 '정당한 인사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향군인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징계와는 달리 인사위원회 직위해제 건은 대상자의 소명을 듣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는 노무사 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A국장 본인이 올해 초 도회 조사에 나와서 '과거에 그렇게까지 (B씨에게) 해줬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A국장이 (B씨를) 도와줬던 것을 알게 됐다"며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B씨 편을 들어줬던 것이고, A국장이 B씨의 위장전입을 다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직접 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직 정화에 기여한 직원을 상대로 한 과도한 징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무국장은 선관위에서 간사 역할을 하게 돼 있는데 (A국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거 때는 서로 사이가 좋았다가 이후 나빠지고 나서 비위 고발 등을 한 행위를 공익제보로 볼 순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거규정 위반뿐만 아니라 업무적 문제 등으로도 보직대기를 결정한 것으로, 자세한 사유들을 기자에게 말해줄 수 없다"며 "오히려 A국장이 공익적으로 고발 행위를 한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해서 징계까지는 하지 않았다. 원대 복귀나 전출, 해임 여부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은 단계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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