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운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 선수. 그동안 진정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한 유 선수는 항소심에서 가해자에게 재차 사과 기회를 줬다.
18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조모(35)씨 사건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유 선수는 제주지방법원 302호 법정을 찾아 재판을 지켜보고 발언도 했다.
유 선수는 "언론 등을 통해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얘기했는데 아직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동안 '형사 공탁했다' '합의하겠다' 등의 연락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데 거의 평생 해야 할 것 같다. 제가 사과를 원해도 받지 못한 것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엄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조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가족이 집을 처분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22년 10월 18일 오전 5시 40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사거리에서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17%의 만취 상태로 과속 운전을 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혐의다.
특히 조씨는 2016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으나 다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은 전도됐다. 차에 타고 있던 제주유나이티드 골키퍼 유연수·김동준·임준섭 선수 등 5명이 모두 다쳤다. 특히 유 선수가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으나 하반신이 마비됐다.
결국 사고 1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유 선수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조씨는 음주 교통사고 수사 와중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해 1월 15일 도내 모처에서 잠들어 있는 여성을 추행한 혐의다. 그는 만취해 아내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4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피고인의 형사 공탁금을 두고 비판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25살 청년에게 820만 원 공탁했더라. 피해자를 약 올리고 조롱하느냐"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합의 기회 등을 주기 위해 다음달 14일 재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