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17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 2024 코리아컵(전 FA컵) 3라운드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터진 황현수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21년 FA컵 3라운드에서 성사된 두 팀의 사상 첫 '서울 더비'에서는 이랜드가 1대0으로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서울이 승리해 역대 전적을 1승1패 동률로 만들었다.
서울은 K리그1, 이랜드는 K리그2(2부)에 속한 만큼 서울이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랜드가 서울의 공세를 잘 버텨내며 팽팽한 흐름으로 흘러갔다.
답답한 경기력이 이어지던 가운데 후반 18분 황현수가 해냈다. 한승규의 코너킥을 헤더로 처리해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이랜드가 추격에 나섰으나 득점에 실패하며 서울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실 이날 황현수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다. 황현수는 부상 탓에 1차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2차 훈련에서는 연습경기만 몇 차례 소화했다. 리그 개막 후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3주간 이탈했다.
황현수는 결승골은 물론 수비에서도 이랜드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는 데 기여했다. 김 감독은 "예전 기량 그대로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현재 주전 센터백 김주성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황현수의 활약은 반가운 소식이다. 김 감독은 "김주성이 돌아오기 전까지 빈자리를 잘 메워줄 거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황현수는 "골을 넣은 것도 좋지만 무실점으로 승리한 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는 "지난 시즌보다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 살이 빠졌다 해도 힘이 없다고 느끼지 않고, 몸이 더 상쾌해진 게 느껴진다"고 활짝 웃었다.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된 탓에 김 감독이 우려했던 데 대해서는 "이번 경기가 감독님도 그렇고 나 스스로 테스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많은 부담을 주지 않으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부상 복귀 후 90분 풀 타임을 모두 소화한 것은 일주일 전 연습경기가 처음이었다. 이날도 풀 타임을 뛴 황현수는 "지난 연습경기보다 더 상쾌한 것 같다"면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오늘 경기에 집중하며 훈련을 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제 김주성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황현수는 "오늘 90분을 뛰었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라크 출신 수비수 레빈 술라카와도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황현수는 "운동장에서는 모두 열심히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밖에 나오면 모두 친구"라면서 "서로 경쟁하고 이야기하면서 토닥여주는 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이지 않나 싶다. 그러면서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다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인터뷰 중인 황현수의 손에는 꽃 한 송이가 있었다. 그는 "경기장에 자주 오시는 팬분께서 주셨다"고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황현수는 골까지 터뜨려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사실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라서 팬들의 응원 소리를 잘 듣지 못했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끝으로 황현수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사실 지난 두 시즌은 팬분들도 그러시겠지만 나한테 굉장히 안 좋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그리고 이 경기를 기점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