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영화톡]나는 보인단 말이야…'건담 시드 프리덤' 속 ○○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 있다. 머글에게는 단순한 장면이 덕후에게는 심오한 뜻을 품은 장면으로 다가올 정도로 영화 그 이상이 보이는 법이다. 건담 덕후들과의 덕력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건담 덕후 더쿠와쿠의 눈에는 머글에게 보이지 않은 어떤 것이 보였을까?
 
더쿠와쿠와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이하 '시드 프리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옥에 티가 좀 많았다"고 말했다. 머글의 입장에서는 그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물었다. 그 '옥에 티'가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 더 물었다. 덕후는 머글에게 궁금한 게 없냐고 말이다.
 
※ 다음 내용은 더쿠와쿠라는 한 건담 덕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른 건담 덕후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머글은 100% 순수 머글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캐릭터 포스터. 워터홀컴퍼니 제공
 

봤니? 봤어? 봤냐고!

 
최영주 기자(이하 머글)> '시드 프리덤'에 관해 짧게 이야기 나누던 중 "역시 선라이즈"라고 말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가?
 
더쿠와쿠> 제작자 '선라이즈'에 대한 찬사였다. '건담 시드'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작진이나 팬이나 그 시간만큼 극장판에 대한 요구와 열망이 있었다. 절대로 대충 만들 수 없었을 거다. 팬들에 대한 서비스로 영화 중간중간 팬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장치들이 숨어 있다.
 
머글> 팬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장치 중 대표적인 게 무엇이 있나?
 
더쿠와쿠> 예를 들면 극 후반부 밀레니엄 함선이 우주에서 함대전을 하기 전에 함장 마류 라미아스가 '버지롤' 전술을 진행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버지롤은 과거 '시드' 작품에서 일대일 함대전을 펼칠 때 상대편 함장의 이름이다. 이 전술은 교전 전에 유도미사일을 엉뚱한 곳에 발사해 놓고 교전하면서 상대 함선을 그곳으로 몰아넣어 일제 타격을 가하는 일종의 트랩전술이다. 당시 라미아스 함장은 큰 피해를 보아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런데 이 전술을 극장판에서 사용하더라.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스페셜 포스터. 워터홀컴퍼니 제공
 
머글>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일단 제쳐두고, "옥에 티가 좀 많다"고도 했는데 덕후의 눈에 보인 옥에 티는 무엇인가?
 
더쿠와쿠> 우선 극 초반에 파운데이션 인물들이 키라와 신에게 도발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신을 '프리덤 킬러(Killer)'라고 부르는데, 자막에선 '프리덤 키라'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관람 도중에 '저게 무슨 말이지?'라고 말하는 관객들을 상당히 많이 봤다.
 
'시드 데스티니'에서 신은 자프트 에이스 파일럿 시절 '엔젤다운' 작전에서 프리덤 건담을 탑승한 키라와 싸운 적이 있다. 당시 무적이라고 일컬어진 '프리덤 건담'을 상대했지만 퇴각하면서 싸우는 불리한 조건에 처한 키라가 파상공세를 부은 신에게 격추당했다. 이 공적으로 신은 '프리덤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머글> 뭐지? 나는 '프리덤 킬러'라고 본 건지 들은 건지, 아무튼 의도대로 봤다. 사전 지식 제로(0)가 여기서 빛을 발한 건가! 농담이다. 또 발견한 옥에 티는 뭔가?
 
더쿠와쿠> 설정 오류 옥에 티도 있다. 보통 해외 이민을 떠나 정착한 사람을 이민 1세대, 그리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식을 이민 2세대라고 부른다. 라크스는 1세대 코디네이터 사이에서 태어난 2세대 코디네이터라는 설정이었다. 유전자 연구를 했던 파운데이션의 여왕 아우라가 라크스를 파운데이션 수상 오르페와 함께 자신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설정이 꼬이게 된다.
 
본래 시드 세계관에서 코디네이터는 2세대부터 유전자 궁합이 맞는 사람과만 자식을 가질 수 있다는 설정이 있다. 연애도 유전자의 궁합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세계다. 반대로 유전자 궁합이 맞는 사람끼리 만났다면 서로가 끌리는 강도가 더 클 거다.
 
또한 작중 등장한 '데스티니 플랜'은 유전자가 정해진 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유전자 조작을 하는 코디네이터에겐 태어나기 전부터 운명을 정한다는 의미가 된다. 전작 '시드 데스티니'에선 이러한 '데스티니 플랜'을 저지하기 위한 스토리가 진행됐다. 그런데 아우라가 데스티니 플랜을 만들던 사람 중 하나였고, 그에게서 만들어진 오르페는 자신의 반려자가 라크스로 만들어졌는데 그가 자신을 거부하니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SEED FREEDOM' 스틸컷. 워터홀컴퍼니 제공
 

머글에게도 물어봐줘

 
머글> 역시 '사랑과 전쟁'이었다. 혹시 이거 내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머글이 물어봐 주지 않아서 내가 말해야겠다 싶은 지점이 있었다면 말해달라.
 
더쿠와쿠>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떤 커플이 한 말이 떠오른다. "평행우주가 있다면 오르페가 저렇게 매달리는데 맺어지는 경우도 있긴 할 거 같다"는 거였다.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냐고 할 수 있겠지만, 오르페가 라크스에게 최면을 걸 때 잘 보면 눈동자가 변한다.
 
작중 라크스가 그에게 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최면 효과+사회적 위치에서 서로를 상대하는 상황+컴퍼스의 수장으로서의 라크스와 평화유지군의 메인 파일럿인 키라의 상황에서 오는 갈등 요소가 모두 합쳐져서 연인이 있는 여인이 두 남성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라크스는 전작 '시드'와 '시드 데스티니'에서 키라에 대한 '호기심=>연민=>사랑'의 관계를 거쳐 연인으로서 깊은 관계를 구축했다. 초 오글거리는 부분으로 키라가 라크스의 사랑이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둘만의 깊은 신뢰와 유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머글> 그 부분은 나도 눈동자가 변하며 최면을 시도하는 장면으로 이해했다. 딱히 라크스가 키라와 오르페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보진 않았다. 배경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웃음) 혹시 덕후로서 머글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을까?
 
더쿠와쿠> 극장판이 '건담 시드'와 '데스니티'에서 연결되는 작품인지 알고 있었나? 그리고 영화 관람 전에 두 작품을 이해하고 관람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니라면 관람하고 다시 한번 관람하길 권장한다.
 
머글> 첫 번째, 연결되는 작품인지 몰랐다. 두 번째, 당연히 두 작품에 대한 아무런 이해와 배경지식 없이 단지 '건담'이라는 두 글자만 알고 봤다. 반성한다. 덕후의 말대로 '시드'와 '데스티니'를 본 후 '시드 프리덤'을 보도록 하겠다.
 
<끝>
<더쿠와쿠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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