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감히 머글(일반인)이 함부로 발을 디뎌선 안 될 곳에 들어온 기분으로 본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SEED FREEDOM)'을 보는 내내 머글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진 채로 영화를 관람했다.
주변 덕후들이 웃었다. '아, 나도 웃어도 되는 건가.' 주변 덕후들이 들썩였다. '아, 나도 들썩여도 되는 건가.' 머글은 저 포인트에서 웃는 것이 감히 건담 만렙 덕후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할까 싶어 속으로만 웃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온화한 분위기에 용기를 냈다. 아스란의 '파렴치한 망상' 시퀀스에서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다행히 덕후들도 웃었다.
영화 리뷰 작성에도 머글은 그저 보이는 것 안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리뷰에 '메카닉 버전 사랑과 전쟁'이라고 쓴 머글은 안전한 건지도 우려스러웠다. 결국 자칭 타칭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이자 '건담' 덕후인 '취향존중주의 더쿠와쿠'에게 간절하게 SOS를 보냈다. "도와줘, 더쿠와쿠!" 그렇게 머글은 건담 덕후의 덕심과 자존심을 건드리게 됐다.
※ 다음 내용은 더쿠와쿠라는 한 건담 덕후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른 건담 덕후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머글은 100% 순수 머글임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 韓日 관객들 반응 어땠어?
최영주 기자(이하 머글)> 더쿠와쿠! '극장판 스파이 패밀리 코드 : 화이트' 이후 빠르게 영화톡으로 만나게 됐다. '기동전사 건담 시드 프리덤'(이하 '시드 프리덤') 시사 당시 나만 머글인 거 같고, 덕후들 사이에서 머글이 감히 웃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속으로만 웃었다. 아니, 회상해 보니 사실 대놓고 웃었던 거 같다. 용기 있는 머글이었다. '시드 프리덤'을 일본에서 먼저 보고 왔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의 열기는 어느 정도였나?
더쿠와쿠> 맞다. 이번 극장판은 일본에서 1월 26일에 개봉했다. 나는 굿즈 확보와 특전을 얻기 위해 일본에서 선(先) 관람했다. 국내외 애니메이션 유튜버 상당수가 일본에서 선 관람하는 편이다. 나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작품인 만큼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도, 특히 중국에서 '시드'의 열기가 강하다. 내가 관람한 시기가 개봉 초기다 보니 예매가 쉽지 않았다. 상영관 안에는 관람객들로 빼곡히 찼고, 만석인 곳도 있었다. 나는 극장 한정 건프라를 구하려고 했는데, 상영 후 구매한다는 만용을 부린 덕분인지 실패했다.
머글> 감히 상영 후 구매하려 하다니, 더쿠와쿠가 잘못한 거다. 일본에서 먼저 본 후 국내 극장에서도 봤는데, 국내 팬들 반응은 어땠나?
더쿠와쿠> 국내 관람도 이에 못지않았다. 특히 국내선 4DX관에서 관람했는데,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많은 작품인 만큼 정신없이 들썩였다.(해상 신에서는 얼굴도 촉촉해졌다) 일본에 비해서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국내 관객들도 진심이었다.
아쉬웠던 건 주최 측에서 프리미어 영상 때 굿즈를 충분히 준비해 줬다면 좋았을 텐데, 부족하게 준비해서 결국 못 받는 사람이 발생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엔딩 크레딧을 모두 관람하고 나온 일부 사람들은 굿즈를 받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작품에 대한 평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머글> 우는 건가, 더쿠와쿠? 덕후에게 굿즈는 생명수와도 같은데, 너무 아쉬웠겠다.
'시드 프리덤'은 왜 '메카닉판 (90's) 사랑과 전쟁'이었나요?
머글> 사실 제일 먼저 묻고 싶은 건 이거였다. 난 이번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메카닉판 (90's) 사랑과 전쟁'이었다. '건담' 덕후가 아닌 내게 '건담' 시리즈는 전쟁 속 소년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시드 프리덤'은 '사랑'이 주된 소재였다. 사실 사랑 역시 성장담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긴 하다. 원래 '건담' 시리즈가 메카닉판 로맨스물인지, 해당 극장판만의 이야기인 건지 궁금하다.
더쿠와쿠> 음…. 기존 '건담' 시리즈의 상당수가 소년 또는 주인공의 성장을 띄는 콘셉트를 취하고 있다. '시드'는 상당 부분 '기동전사 건담'의 흐름과 비슷하게 설계됐는데, 전쟁의 중심에서 소년이 뜻하지 않게 건담에 탑승하고 여러 전쟁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기존 성장 스토리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이를 극장판에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기존의 스토리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를 집중 묘사하는 것이 상당수 극장판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성장을 다룬 작품? 맞다. 하지만 시즌제 에피소드가 아닌 이번 극장판에서는 이미 여러 사건을 겪고 성장한 주인공이 출연한다. 단, 다 큰 어른도 방황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주인공 키라 야마토가 작중 갈피를 못 잡고 관객에게 고구마 한 박스를 먹인 건 이런 단계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머글>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한 건, 대사 톤에서 약간 90년대 향기를 느꼈다. 이건 감독의 연출 의도인 건가 아니면 원래 '건담' 시리즈가 90년대 톤으로 진행되나? 그런 거다. 약간 '캔디' 스타일 같은 그런. 아니면 나만 이렇게 느낀 건가?
더쿠와쿠> 나도 이 부분에서는 항마력이 부족해서 힘들었다. 90년대 향기로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발 연기 같았다.(눈물) '건담' 시리즈는 절!대! 90년대 톤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단언다. 그런데 왜 이 작품에서 오글거리는 톤으로 연출됐는가, 거기에 대해서 나는 귀족사회의 말투라고 말하고 싶다.
작중 등장하는 파운데이션이라는 국가는 여황제와 그가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낸 특수한 인간(어코드) 여러 명이 통치하는 신생 국가다. 그러다 보니 제국 시대 왕족들의 말투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 건담 작품들에는 여러 왕국이 나오지만, 그 귀족들이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은 나도 생소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면서 부서진 팝콘이 상당했다.(웃음) 특히 장미와 라크스를 비교하는 장면, '내게는 라크스의 사랑이 있다'고 외치는 부분에선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더라. 결론은 '여기에서만 의도된 연출'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발 그래야 한다.
'시드 프리덤' 그리고 아스란의 정체는 무엇인가!
머글> '시드 프리덤'이라는 게 건담 기체의 한 종류인 건가? 무슨 건담 윙, 건담 Z, 턴에이 건담 하듯이 말이다. 해당 기종의 특징이라고 해야 하나, 시드 프리덤은 어떤 기종인가?
더쿠와쿠>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대부분의 건담 작품 제목에는 주인공 기체를 붙이곤 한다. 하지만 '시드' 시리즈는 조금 다르다고 할까? 제목과 주인공 기체가 조금씩 달랐다. 이번 '시드 프리덤'에는 주인공 키라의 기체가 3기가 나온다. 초반부 기체는 '라이징 프리덤 건담'이다. 대파된 후에는 중간에 '스트라이크 프리덤 2식'이 등장하는데, 전작 '데스티니'에서 활약했다. 이 기체에 새로운 백팩이 탑재되면서 '마이티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등장하게 된다.
키라가 탑승하는 기체에는 '프리덤' 네임이 붙는데, '이 이름을 제목에 붙인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노!'라고 말하겠다. 개인적으로 시드 뒤에 붙는 네임은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최종 기체 기준, '시드'에도 '프리덤'이 나오고 '시드 데스티니'에도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나오며 '시드 프리덤'에도 '(마이티 스트라이크) 프리덤'이 등장한다.
머글> 왜 시드는 시드이며, 프리덤은 프리덤인지 궁금해진다. 기체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찾아봐야겠다. 그런데 이번 극장판을 보면서 내 생각에 아스란이라는 캐릭터가 완벽한 유머 담당이었다. 아스란은 '건담' 시리즈에서 어떤 인물인가? 원래 유머 담당인가?
더쿠와쿠> 매우 좋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는 대개 작품을 보면서 주인공과 악역은 서로 대치하는 존재고, 이분법적인 선과 악 구도로 각자의 역할을 파악하고 감상하지 않나? 그런데 '건담 시드' 시리즈는 이것이 조금 헷갈린다. 시리즈 도중 선과 악이 바뀌기도 하고, 주인공과 악역의 역할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구도가 바뀌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머글>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건가? 그렇다면 아스란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나?
더쿠와쿠> 아스란 자라. 그는 코디네이터 사회 자프트의 수장 패트릭 자라의 아들로 온순한 성격을 가졌지만, 사회성은 좋지 않은 내향형 인간이었다. MBTI로 본다면 ISTJ일 것으로 추정한다. 공감하기보다 설명하며 가이드하는 성향이다. 선생님 같은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과 발걸음을 같이하다 방황하는 주인공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그도 방황하기도 하고, 아군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면서 입체적인 인물이 되는 형태를 취한다. 사건의 전면에 있기보단 탐정처럼 그림자 속에서 상황을 관찰하다 주인공이 핀치에 몰렸을 때 '뿅'하고 나타나 구원하는 그런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시드 프리덤'에서는 개그 캐릭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기존 시리즈를 보신 분이라면 놀람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알기론 '진지 캐릭터'였으니까.
머글> 아하! 반전적인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나. 이번엔 다음 화로 넘어가기 전에 한 줄 평 먼저 해보자.
더쿠와쿠> 생각 없이 볼수록 재미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