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서울 양천구, 경기 성남 분당구 등 세부 지역의 부동산 통계를 조작하는 과정에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 당시 청와대 핵심 참모가 관여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17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김 전 실장은 2018년 1월 19일 서울 양천구의 주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주중치)이 서울 지역 중 유일하게 1%을 초과한 1.32%로 보고되자 "양천구 주중치가 왜 이렇게 높냐. 부동산원에서 정확하게 조사한 것이냐"며 재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중치는 한국부동산원 통계 발표 이전에 청와대가 별도로 보고받았던 중간 집계 수치를 말한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당시 청와대가 보고받은 통계가 불법성을 띄고 있다고 봤다.
김 전 실장의 발언을 들은 윤성원 당시 대통령주택도시비서관은 즉시 국토부 관계자에게 "양천구 변동률이 높게 나온 이유를 확인해 보라"는 취지로 말했고, 결국 서울 양천구 변동률은 0.89%로 하향 조정됐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 결과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경기 성남 분당구(2018년 1월),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 등 강남 4구(2019년 6월) 등 지역에 대해서도 아파트 매매동향 통계를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김상조 전 정책실장도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통계 조작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9·13 대책 시행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9년 7월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 변동률이 상승으로 전환하자, 당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김 전 실장은 2019년 8월 "분양가상한제 도입 관련 내용을 중점으로 현장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이후 서울의 아파트 변동률이 낮춰졌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이런 방식으로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 2020년 6·17 대책, 2020년 7·10 대책 등 이후에도 통계 조작에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수현 전 실장과 김상조 전 실장이 각각 10회 통계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직접 종용한 정황도 담겼다. 2019년 6월 김 전 장관이 부동산원에 서울 변동률을 낮추라고 지시했지만 그 다음달 부동산원은 상승 전환한 변동률을 보고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당시 국토부 차관과 주택토지실장 등에게 부동산원 공시가격 산정 오류와 관련한 언론 비판을 빌미로 "부동산원 원장을 사퇴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당시 차관이 원장에게 "정부 부동산 대책과 맞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을 위해 사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대전지검(박재억 검사장)은 지난달 14일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등 1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통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 부동산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변동률 등 주택 통계를 125차례에 걸쳐 조작했다는 혐의를 공소장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