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검찰총장은 "대한민국 검찰청과 검사들의 수장이고, 전국 검사들의 범죄 수사, 기소, 공소유지, 형집행을 지휘 감독합니다." 그런데 이런 검찰총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지휘권이 없습니다. 그래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런지 자세한 내용 권영철 대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권 기자 어서오세요.
◇박지환 앵커> 모든 사건을 지휘하는 검찰총장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는 왜 지휘권이 없는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3년 6개월 전의 일입니다만 이른바 '추·윤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2020년 10월 19일,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합니다. 라임 로비의혹 사건과 검찰총장 가족과 주변 사건 관련 5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시킨 겁니다.
전체 5건 중 당시 윤 총장 본인과 부인, 장모 관련 사건이 4건이었습니다. 그 중 핵심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관여됐다는 의혹'인 겁니다.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이 지휘함 - 다 음 -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아래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 ①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검사, 정치인들의 비위 및 사건 은폐, 짜맞추기 수사 의혹 사건 ②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③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④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⑤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 2020.10.19법무부 장관 추미애 |
당시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에서 "(윤 총장)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하여야 할 사건이므로 수사팀에게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이후, 후임 법무장관 누구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는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 이원석 현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박지환 앵커> 추미애 전 장관의 수사지휘 대로, 윤석열 당시 총장의 경우는 본인이나 가족이 관련됐으니까 수사지휘권을 배제 할 수 있다지만, 그 다음 총장부터는 왜 회복이 안 됐을까요?
◆권영철> 이원석 검찰총장은 2022년 9월 인사청문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전임 장관님들께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지휘권 행사를 하셨습니다. 제가 총장 직무대리로 있는 동안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보고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왜 아직도 회복이 안 됐는지 당시 관련된 검찰 고위관계자들이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물어봤습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는 승계되는 것"이라면서 "자신은 윤석열 전임자를 승계한 것이고, 박범계 장관은 추미애 전임자를 승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범계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했는데 장관이 안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요청했는데 안 해줬다? 왜요?
◆권영철> 박범계 전 법무장관에게 확인을 했습니다. CBS 기자가 '김오수 총장한테 수사권 지휘 복원 못해준 이유가 있나?'라고 물었더니, 박 전 장관은 "있지만 재직 때 일이라 그걸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 "못 해준건 아니고, 해보려고 했으나…"라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또 김오수 총장이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저한테 직접 요청하고 그런 건 아니고요, 저는 하려 했습니다, 거기까지만 하겠습니다"라면서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지환 앵커> 말을 좀 많이 아끼는 것 같네요. 박범계 전 장관이 회복시켜야 할 걸 회복시키지 않았다는 건데, 해명이 필요하겠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박 전 장관에게 "하려고 했는데 못한 사정이 있는거냐?"라고 물었더니 조선일보의 기사를 거론하면서 "회의하는 것들이 다 그냥 새고 뭐 그런 게 있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박 전 장관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당선된 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전에는 검토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박 전 장관은 2021년 1월 28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김오수 검찰총장은 2021년 6월 1일 취임했습니다. 선거는 2022년 3월이니까 수사지휘권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본인과 가족 등이 관련됐으니까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더라도, 김오수 검찰총장을 배제할 합리적인 이유는 보이지 않습니다.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 달라고 요청을 했는데도 회복시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박지환 앵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는 절차가 복잡한가요?
◆권영철>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 핵심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니 결론은 법무부 장관의 결단 내지는 결심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법무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시에 실무자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면서 "한쪽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당연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화복된다는 의견이었고, 다른 쪽은 별도의 조치가 있어야 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는 "장관이 결심하거나 결단하면 되는 문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수사권 회복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정리해서 서면으로 수사지휘권 회복을 시키면 되는 문제였다는 겁니다.
당시 검찰 핵심 관계자도 "당시 윤 총장은 배우자의 문제니까 그렇게 했지만 이후에는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는 게 정상일텐데, 민감한 문제여서 그런지 지금까지 안하고 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환 앵커> 윤석열 정부에서는 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은 건가요?
◆권영철> 한동훈 전 법무장관 시절에 회복을 시키는 게 정상적인 조치였을 겁니다. 그런데 한 전 장관은 장관 시절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 나갔습니다.
법무부에서는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를 원상회복하는 것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의 범주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복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해명해 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만, 이 또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박지환 앵커> 지금이라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서 제대로 수사하면 되지 않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지금이라도 박성재 법무장관이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켜서 제대로 수사하게 하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김의겸 위원님이 지적해 주신 것처럼 다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상황이 된다고 하면, 모든 책임은 총장이 지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수사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강구해야 되지 않나,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원론적인 답변입니다만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저 정도의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검찰 안팎에서는 원칙주의자인 데다 소신이 강한 이원석 총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송경호 검사장을 믿었는데 송 검사장이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 하려고 하니까 교체하려고 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반발하면서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건 지난 주에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박지환 앵커> 박범계 법무장관이나 한동훈 법무장관, 지금의 박성재 법무장관까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 아닌가요?
◆권영철> 법조계에서는 그렇게 보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고검장 출신의 한 중견 법조인은 "추미애 장관 이후의 장관들이 바뀐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은 건 직무유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수사팀까지 바뀌었는데도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은 한동훈 전 장관의 경우 직무유기가 명백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박범계 전 장관은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았고, 한동훈 전 법무장관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지 않았습니다. 현 박성재 법무장관은 지난 2월 20일 취임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9월까지니까 지금이라고 수사지휘권을 회복시키는 게 정상일 겁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중견 법조인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똑바로 처리하지 못할 바에는 문 닫는 게 맞다"면서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검찰이 공소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