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릿고개' 언제까지…테슬라 또 '구조조정' 칼바람

전기차 수요 둔화에 시장 정체기 계속
테슬라, 전체 인력 10% 이상 감축 결정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잇따라 정리해고
침체 우려 속 경쟁력 확보 '적기' 시각도

미 캘리포니아 테슬라 공장. 연합뉴스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의 여파로 성장세가 꺾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전동화 흐름에 올라타 공격적인 투자를 보이던 업체들이 일시적 정체기를 맞으면서 저마다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시점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진단한다. 수요 부진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며 지금이 경쟁력 확보의 '적기'라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16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임직원에 알렸다. 테슬라의 직원수는 현재 약 14만명으로, 이중 10%를 해고할 경우 감원 규모는 1만4천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2월에도 테슬라는 전체 직원의 4%를 정리해고했다.

테슬라 로고. 연합뉴스

테슬라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판매 부진의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1년 전보다 줄어든 건 4년 만에 처음이다.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앞서 포드는 전기트럭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하자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400명을 감원했다. 순수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도 전직원의 10%를 줄였고, GM은 1300명을 공장 밖으로 내보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에 접어들면서 각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도 잇따라 소극적으로 수정되는 추세다. 애초 GM은 올해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기로 예고했지만 그 계획을 일찌감치 폐기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에 건설하려던 전기차 전용 공장의 가동 시기도 1년 연기했다.

포드는 애초 계획한 전기차 투자 가운데 120억달러(약 16조원)의 지출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중"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폭스바겐은 2026년 독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아예 백지화하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캐즘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각 업체들의 이같은 조치로 나타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도전의식도 적잖다. 현재의 수요 둔화는 지난 수년간 빠른 성장으로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부족할 뿐 전기차 시장의 성장 동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장기 침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차량 가격과 고금리 부담·신차 효과 부족 등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를 야기한 복합 요소들이 시간이 갈수록 차츰 해소되면서 판매량은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언젠가 전기차 시대는 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결국 미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면 모두가 주춤하고 있는 지금의 캐즘 시대가 경쟁력 강화의 최적기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전기차 시장 선점에 의욕을 가진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의 수요 둔화에도 흔들림 없이 인재 확보와 라인업 확대·소프트웨어 기술 차별화 등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견제하려면 속도감 있는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화투자증권 이용욱 연구원은 "CATL과 GM은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중이고, 샤오미는 첫 전기차 SU7를 출시한지 하루 만에 9만대의 주문을 받았다"며 "당장은 하이브리드가 강세일 수는 있지만 결국 전기차 전환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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