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세상 향한 스릴러…'어쩌다 노산' 워킹맘은 우아했다

[신간] 버섯 농장·어쩌다 노산

창비 제공
창비신인소설상·젊은작가상·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성혜령 작가의 등단작 '윤 소 정'과 '버섯농장', '간병인' 등 여덟 편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출간됐다.

범상한 인물과 사건들을 통해 높은 긴장을 선사하는 독특한 스릴러 문체라는 평가를 받는 저자의 작품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건조하게 직시하며 묘한 카타르시스와 묵직한 고민거리를 제시한다.

표제작 '버섯농장'은 세습을 경유하는 세대·계급 갈등을 정면으로 다룬다. 어리고 부유한 인터넷쇼핑몰 사장 밑에서 10년째 일하는 '진화'에겐 세상이 불평등하다. 부모님의 유산과 보험금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오랜 친구 '기진' 또한 진화가 증오하는 불평등한 세습 자본주의 사회의 수혜자다.

둘의 우정은 진화의 분노, 기진의 무기력한 방만으로 위태롭게 유지되지만 일련의 사건 속에서 진화와 기진은 삐거덕거린다. 휴대폰 명의 도용 사기를 당한 진화와 그를 따라가는 기진의 로드무비가 펼쳐지며 사기범을 찾아 외딴 버섯농장으로 향한다.

오랜 우정과 달리 깊게 뿌리내린 격차의 장벽을 그린 '물가', 세 명의 단짝 친구들이 일련의 사건으로 서로에게서 발견하는 단절과 고립감을 겪으며 묘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윤 소 정', 불편한 사회생활 중 나약한 유대 속에 새로운 방식의 우정을 쌓아가는 '대체 근무', 지방의 페인트 공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도시에서 직업을 찾고 있는 아내에게 벌어지는 스릴러 '주말부부' 등 저자의 소설집 작품들은 친숙한 일상의 균열을 자아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성혜령 지음 | 창비 | 268쪽

은행나무 제공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김하율의 신작 '어쩌다 노산'은 일과 육아 모두 완벽하게 해내고 싶지만 마흔넷에 갑작스럽게 둘째를 갖게 되고 '노산'으로 매 순간 고군분투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워킹맘을 다룬 가족 시트콤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장편 소설로 유쾌하게 그렸다.

난임 병원에 다니며 어렵게 가진 첫째 아이가 있지만 일이 늘어나며 바빠질 즈음 프리랜서 워킹맘 하율에게 청천벽력 같은 둘째 임신 소식이 전해진다. 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해내는 워킹맘이고 싶지만 갑작스런 둘째 임신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다. 뭐 하나 수월하게 풀리는 게 없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다.  

친구 유화는 미국에서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린 뒤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는 출산 준비와 육아, 일에 치인 하율과 자주 영상 통화를 하며 소식을 주고 받다 '도시 양봉'을 알게 되고 꿀벌을 자식처럼 키우고 사랑하게 된다. 육아와 출산, 일을 병행하는 일이 얼마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인지 둘의 관계를 통해 비추면서도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기쁨과 행복, 새로운 가족을 맞는 설렘을 보여주며 워킹맘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주인공 하율의 노산은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멋지고 우아한 태도를 보여준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있는 하율과 유화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김하율 지음 | 은행나무 | 204쪽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