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정치적 문제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라며 관련 특검 등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해병대 예비역연대 측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규현 변호사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전날(15일) 오전 김 변호사가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이같은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김 변호사가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내 "채 상병 건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며 "권력자가 아니라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과 해병대의 민심을 받들어 '말 못할 고뇌'와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은 30분쯤 뒤 답장에서 "진정한 해병대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라며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정치적 문제로 만든 사람들이 누구인지?"라고 언급했다.
여기에서 '결과'란 채 상병 순직 사건 자체와 함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재판 결과'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계환 사령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총선 이후 채 상병 사건 관련 특검법안 추진이 여권 내부에서도 찬성론이 제기될 정도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김 사령관이 일각에서 거론된 '결단'이나 '사건 진상 고백' 등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사령관은 4.10 총선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1일에도 지휘서신을 통해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하다"며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 가득하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는 이 서신에서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폭풍급 파급 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며 "해병대가 정쟁의 회오리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