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비례 12석을 확보하며 돌풍의 주역이 된 조국혁신당이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착수했다. 22대 국회에서 제3정당을 차지할 조국혁신당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선 가운데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민주당내에선 대여(對與) 공세를 지원해줄 아군이 늘어난다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조국혁신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도 야권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이용해 추가적인 여권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어, 자칫 여야가 '제2의 위성정당 사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국당 "22대 개원 전 교섭단체 목표"…대여 공세 주도
조국혁신당은 15일 경남 평산마을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22대 국회 개원 이전까지 교섭단체 구성을 최대한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사활을 거는 데엔 '한동훈 특검법' 등 대여 공세 입법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향후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의사일정이나 안건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의장-원내대표 협상에도 참여할 수 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조국 대표에게 전권을 주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채우기 위해 우선 군소정당들과 연합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다만 야권 군소정당 의석을 다 모아도 6석에 그쳐 목표를 완수하기까진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결국 최소 2석 정도는 민주당으로부터 가져와야 20석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협력 대상으론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당선돼 곧 제 정당으로 흩어지는 진보당 정혜경·전종덕 당선인과 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 당선인, 그리고 민주당 소속이었던 새로운미래 김종민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울산 북구에서 당선된 진보당 윤종오 당선인까지 더하면 모두 6명이다. 그럼에도 2석이 더 필요한데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시민사회 추천 몫 2명(서미화‧김윤)의 이름이 우선 거론된다.
야권 군소정당에선 입법 목표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면 연합 교섭단체를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다. 진보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제3의 교섭단체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서 "조국혁신당이 표방하고 있는 가치가 사실 우리와 닮은 지점이 많다고 본다. 다만 아직 논의가 공식적으로 오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진보연합 관계자도 "22대 국회 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논의를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고심 빠진 민주당, 제2의 위성정당 사태 반복 우려도
조국혁신당을 돕자는 데 민주당내에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정권에 대응할 수 있는 아군이 늘어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향후 법안 통과 과정에서 캐스팅보트가 된 조국혁신당이 '선명성'을 무기로 대여 공세를 펼 경우 민주당이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겨 모든 관심이 조국혁신당으로 쏠릴 거란 견제론도 거세다.
민주당은 또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연합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여당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추가 교섭단체를 구성해 정치권이 또다시 '위성정당 사태'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 지도부 소속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쪽 의원을 조국혁신당에 보내 교섭단체를 만들게 되면 결국 국민의힘도 같은 방식으로 시도할 수밖에 없다"며 "결론적으로 위성정당을 넘어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도부 소속 재선 의원도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은 제 정당이 연합해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연합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도 추가로 교섭단체를 만들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 하나만 상대하기도 머리 아플 텐데 대응하기가 더 복잡해진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고 구성 요건을 기존 20석에서 10석으로 줄이는 내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이를 정치개혁 과제로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총선이 마무리된 현재 시점에서 민주당이 당장 법 개정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야권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선 아직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잡고 있지 않나. 법안 추진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은 장기적인 플랜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